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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가족의 글

김밥 예찬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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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제 축령산행 중 산중 오찬 사진을 보시고 나서.. 

지구별 가족 분들께서 매우 안쓰럽다는 댓글을 주셨습니다.


마석역 앞 분식집에서 주먹 김밥과 튀김, 오뎅국물로 아침 식사를 하고,

정상에서 먹을 김밥과 막걸리 한 병을 샀습니다.


네... 사진으로 보니 정말 초라하긴 합니다..ㅎ








물론, 제 초라한 점심 메뉴를 보시고 안쓰러운 표현을 해주신 넉넉한 마음은 잘 알고 있습니다...만

저는 파는 김밥이라고 해서 가볍게 보진 않습니다.


김밥은 여름에는 쉽게 상 한다는 단점은 있지만,

만들어 보신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김밥 한 줄은 밥 한 공기 보다도 훨씬 많은 량의 밥이 들어 갑니다.


즉, 김밥 한 줄은 한끼의 식사의 열량으로 전혀 부족함이 없다는게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ㅎ 

지금은 천대(?) 를 받는 김밥이지만, 제 유년시절에는 귀한 음식 이였습니다.

..

..



유년시절의 기억입니다.


아버님께서 경찰병원 공사 감독 중에 큰 사고를 당 하신 후에는..

살림만 하시던 어머님께서 이런 저런 장사를 하셨지만, 장사 밑천이 없는 어머니의 장사란 정말 볼품이 없었습니다.

시장 한 구석에 잡리를 잡으시고, 파셨던 건 뚝섬에서 캐온 질경이와 나물 몇 가지 뿐...


어린 저는 조카와 함께 왕십리 중앙시장에 가서,

상인들이 배추를 던지는 과정에서 상한 배추와 다듬고 버린 배춧잎을 주워다가 어머님께 드렸습니다.

그런 저를 기특하게 바라 보시던 어머님의 애잔한 눈빛과..

조카와 제가 주워온 배춧잎으로 겨울 김장을 담근 기억이 떠 오릅니다.


점 점 더 생활이 어려워지자 점심 도시락을 한 동안 가지고 다니지를 못 했습니다.

점심 시간이면, 운동장에 설치된 수돗가에 가서 물을 벌컥 벌컥 마시곤 했습니다(마치 어느 영화의 한 장면 같습니다..ㅎ)

탈진하여 집으로 돌아와 어머니께서 귀가를 하실 때 까지 어린 저는 그 배고픔을 참았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월남 기술자로 가셨다가 돌아오신 큰 형님 덕분에 그 굶주림은 막을 내렸습니다.

그 당시 어린 저였지만,  큰 형님이 너무 원망스럽웠습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병원에 계셨던 아버님께서 먼 타국에서 고생하는 아들에게 알리지 말라고 하셨다고...


제목은 김밥예찬 인데 엉뚱한 소리만 늘어 놓았습니다...죄송합니다 ^^

..


어느 여름 날 관악산에서 점심을 먹는데..(이 이야기는 전에도 한 기억이 납니다..ㅎ)

바로 옆에서 식사를 하시던 한 부부께서..

제 메뉴 (청양고추와 된장 & 밥)를 보시고 같이 식사를 하자고 하시더군요.


그 분들은 제 초라한 메뉴가 매우 안쓰럽게 보이셨나 봅니다...ㅎ

제 성격에 그냥 하산은 안 했습니다.

서울대 역 근처에서 홍어회에 막걸리를 대접을 했습니다.


저는 산행 시 간단하게 먹고나서 산행 후에 만찬을 즐기자가...제 산행 버릇입니다.

뭐....만찬이라고 해봐야 별 건 없습니다...만..ㅎ

그런 저를 안쓰럽게 보시는 분들이 많으셔서 횡설수설 했습니다 ~~^^


참 !

김밥도 많은 정성이 들어갑니다.

요즘은 공장에서 대량으로 생산을 한다고 하지만,

집에서 김밥 만드는 재료와 정성을 생각 한다면, 결코 초라한 메뉴는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타인에게 무심한 요즘 세상에서...

낯선 한 중년남자의 초라한 산중오찬을 보시고, 넉넉한 나눔인 베풂을 주신 그 두 분이 갑자기 생각이 납니다.


그러고 보니, 요즘도 동문 산행 중에도 늘 밥 만...밥 만 챙겨서 다녔습니다.

가끔은 그 밥 마저도 깜빡하고, 상추하고 강된장만 싸 가지고 간 적도 있습니다..ㅎ

..


결론은......

배고파서 누워있는 제 유년시절의 저에게.. 저 맛있는 김밥 한 줄을 먹여주고 싶은 마음입니다.


개구쟁이 녀석아 ~ 언능 김밥 먹고 힘내서...

운동장 한 가운데에서 팔짝 팔짝 뛰면서 고무줄 놀이하는 이쁜 순애 고무줄을 끊으러 가야지..... ㅎ






  창파 형수님 표 김밥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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