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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과 그림

이탈한 자가 문득 - 김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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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디로 갔다가 어디서 돌아왔느냐
자기의 꼬리를 물고 뱅뱅 돌았을 뿐이다
대낮보다 찬란한 태양도 궤도를 이탈하지 못한다
태양보다 냉철한 뭇별들도 궤도를 이탈하지 못하므로
가는 곳만 가고 아는 것만 알 뿐이다
집도 절도 죽도 밥도 다 떨어져 빈 몸으로 돌아왔을 때 나는 보았다
단 한 번 궤도를 이탈함으로써
두 번 다시 궤도에 진입하지 못할지라도
캄캄한 하늘에 획을 긋는 별,
그 똥,
짧지만,
그래도 획을 그을 수 있는,
포기한 자
그래서 이탈한 자가 문득 자유롭다는 것을

 

 











 

시를 읽어 내려가면서 가슴 한 벽이 덜컥 내려 앉는듯한 느낌을 받는다.

이탈한 자가 자유롭다는 것...

 

뒤 돌아 본 그림자에게 물어본다.

넌 뭐했나고?

 

긴 시간동안 나 스스로의 자유를 추구하기보담 우리의 좁은 공간을 우주로 착각 했다.
그게 허무인 줄 알았을땐 이미 철학이 통하지 않는 시간이 되었고

되돌릴 수 없는 현실과 대면을 하는 순간이었다.

 

집도 절도 죽도 밥도 다 떨어져 빈 몸으로 돌아왔을 때 나는 보았다
단 한 번 궤도를 이탈함으로써
두 번 다시 궤도에 진입하지 못할지라도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단연히 내 갈 길을 갈 수 있을까?

포기한 자가 될 수 있을까?

두 번 다시 궤도에 진입하지 못할지라도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 생각마저 사치가 아닐까?

 

짧지만...

단 한번 만이라도

별똥처럼 살아보고 싶다.

 

포기한 자가 되어

내 자유를 가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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