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넋두리

아버지를 고향 선산에 모시지 못하고 공원묘지에 모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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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고향에는 선산(先山)이 있습니다.
윗대 조상님들의 산소가 한 곳에 모두 같이 모셔져 있어 해마다 음력 10월에는 묘사(墓祀)도 지내고 풀이 성장을 다 한 추석 전에는 벌초(伐草)를 하여 조상님의 산소를 깨끗이 단장을 하기도 합니다. 아름다운 호수가 앞에 내려다 보이는 멋진 곳입니다. 아버지 살아 생전에도 다음에 내 죽거든 이곳에 날 묻어 달라고 자주 말씀 하셨습니다.

그러나 아버지는 이곳에 모시지 못하였습니다.
형제들이 수년 전부터 아버지 사후의 묘소 문제로 만날때마다 의논하였지만 끝끝내 결론을 내지 못하다가 지난해 결국 의논이 되어 대략 정리한 생각은 공원묘지에 모시기로 한 것입니다.

왜 멀쩡한 고향 땅 선산을 두고 이렇게 밖에 할 수가 없었냐 하는 것은 제 집안의 여러가지 복잡한 문제가 맞물려져 있어 자세한 설명을 하기는 어렵지만 가장 중요한 문제는 선산에 아버지를 모셨을 경우 지속적으로 관리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약 10년 전만 하여도 지금의 선산에서 묘사를 지내면 두루마기를 입으신 연세 많은 어른들부터 초등학교 다니는 학생까지, 그리고 많은 집안 여성분들까지 수십명 이상 되는 많은 인원이 참가하여 참으로 큰 행사가 되었는데 요즘은 묘사를 지낸다고 하면 기껏 십수명 정도의 일가 친척이 모여 얼른 제를 지내고 돌아가기 바쁩니다.
벌초는 더 초라하여 졌습니다. 이 보다 휠씬 적은 인원이 하루 종일 중노동을 해야 합니다. 대개가 매년 오는 분들만 오게 되고 이도 해를 지날수록 한 두명씩 빠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해마다 줄어드는 조상님 행사를 보니.. 우리 대(代)에서는 그마나 어떻하던 관리가 되겠지만 우리 아래로 대가 이어져서 아이들 한테 차마 이런 일들을 물려 주기가 벅찹니다. 벅차다는 표현 보다는 어쩌면 불가능한 일이 될 것 같습니다.
만약에 아버지를 이곳 선산에 모시면 그렇지 않아도 묘사나 벌초에 참석하는 인원이 적어져 힘드는데 우리 형제들과 가족들은 아버지 모신 곳이라 모두 참석하여야 하고 그러면 같이 자리하여 있는 윗대의 산소들도 외면할 수가 없어 넓디 넓은 조상님들의 많은 산소가 꼼짝없이 우리집 몫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조상님의 산소 관리를 가지고 이기적인 계산을 한다는 것이 무례하고 괘씸한 일이지만 살아있는 자손들이 오히려 산소를 가지고 다투어 불화가 생기는 것 보담 더 나은 것이 아닐까 하여 결정 한 것 입니다. 그리하여 윗대 조상님들한테는 죄송한 마음이 들지만 아버지 산소는 교통 좋고 여러 형제들이 접근이 쉬운 대구 인근의 공원 묘지에 모셨습니다.

고향 시골에 내려가서 어머니와 동생과 모처럼 하루를 지냈습니다.
고향 집 뒷뜰에 매화가 봄비에 젖어 매초롬하니 반겨 주더이다. (2009년도 풍경은 이곳)
늘 계셨던 아버지 자리가 더욱 커 보여 마음 속에서도 비가 내렸더랬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봄비가 약하게 내리는 일요일에는 한식을 몇 일 앞두고 아버지 산소에 다녀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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