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넋두리

설비공 김씨가 대접 받아야 할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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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된 이야기입니다만 이 이야기는 실화입니다.

 

근간에 아주 사소하다면 사소한 중소 기업이나 가내 공업의 작업장에서 자기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
달인으로 소개되는 아름다운 내용을 보다가 문득 아주 오래 전 만난 김씨가 떠 올랐습니다.
그리고, 이런 김씨 같은 사람들이 이 사회에서 푸대접 받지 않고 전문가로서 존경받는 사회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내용을 소개 합니다.
제 글을 읽으시면서 만약 이런 상황이 닥친다면 나라면 어떻 할 것인가 한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지금은 보안회사가 많아져서 회사에 당직 근무가 거의 사라졌지만 옛날에는 어떤  회사이던지
당직이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그날은 제가 당직 근무라  비몽사몽 새벽 2~3시 정도 되었는데 긴급 호출이 왔습니다.
무슨 영문인가 달려 가니 지하실에서 작업 중 물이 터졌다는 것 이었습니다.

 

그때 회사는 증축 중 이었고 지하 공간 한 곳을 임시 작업실로 만들기 위하여 장비를 불러
야간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바닥을 깨어 내던 인부들이 작업 중 갑자기 지하수가 솟구쳐 올랐다는 것 이었습니다.

 

뛰어 내려 가니 벌써 바닥은 엉망이 되어 있고 물을 퍼내느니, 바닥을 메우느니, 난리 법석이었습니다.
지하에 흘러 다니던 폐수가 마침 뚫은 구멍 사이로 지독한 냄새를 풍기며 분수 처럼 솟구쳐 오르는 것 이었습니다.

 

어느 누가 구해 왔는지 응고가 무척 빠른 시멘트로 발라도 보고, 또 그새 누가 파 왔는지 점토를 뭉쳐 넣어 보기도 하였지요.
그래도 되지 않아 비닐이나 이런 것을 쑤셔 넣어 보기도 하였지만 솟구치는 물을 막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일단 임시로 펌프를 가동하여 바깥으로 뽑아 내고 있지만 현장안은 난장판이 되고 작업 책임자는
당황하여 어쩔줄 몰라 하였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바닥을 메꾸면 되는 상황으로 생각하여 그리 대수롭잖게 여겼던 것이 진땀을 흘리며
이리도 하여 보고 저리도 하여 보아도 전혀 해결 방법이 되지 못하자 모두 이거 보통 일이 아니구나 하고 여기게 된 것입니다.

 

그렇게 난리 소동을 벌이며 한 두어 시간이 지나고 모두 땀만 흘리며 당황하고 있는데 작업 인부 중에 한 사람이,

 

"김씨를 한번 불러 볼까?" 하였습니다.

 

김씨가 누구냐고 물어니 바로 이 근처에 살고 있는 설비하는 사람이라 하였습니다.

 

모두 제 나름대로 공사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들이라 김씨 아니라 김씨 할아버지가 와도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
속으로는 생각 하였지만 막판에 아무도 해결을 못하고 있으니 답답한 심정으로 그럼 빨리 호출하여 불러 보라 일렀습니다.

 

시간이 제법 흐르고...
진흙탕에, 물바다에, 난장판이 된 지하실에 김씨가 하품을 하면서 나타난 시간은 그로부터 다시 한참 후 ..

 

현장 상황을 잠시 둘러 본 김씨는 무 표정한 얼굴로 가지고 온 허름한 가방을 내려 놓더니,
그 속에서 파이프 토막 하나를 꺼집어 냈습니다. 흔히 보는 플라스틱 수도 파이프 였습니다.

 

그걸 물이 쉼 없이 솟구쳐 올라오는 구멍의 중간에 꼽았습니다.
이제 물은 파이프로도 나오고 그 주위 바깥으로도 나오는 형국이 된 것입니다.

 

그 다음 아까 사용하다 도저히 되지 않던 초 급속 경화 시멘트를 주섬 주섬 손으로 비벼서 파이프 바깥 물 새는 곳에 발랐습니다.
이 시멘트는 급속히 굳기 때문에 금방 파이프 주위에는 굳어졌습니다.

 

물의 압력 때문에 아무리 발라도 되지 않던 것이 가운데 파이프로 물 길을 터 주고 주위에만 발라 버리니
금방 그 효과가 나타난 것입니다.
이제 바닥의 상태는 물길이 파이프를 통해 콸콸 쏫아지고 파이프가 바닥에서 툭 튀어 올라 와 있는 형태 입니다.

 

김씨는 다시 가방을 뒤져 쇠톱을 꺼내어 바닥에서 돌출 되어 있던 그 파이프의 밑둥을 싹둑 잘라 버렸습니다.
그리고 파이프에 맞는 나무 막대기를 하나 주워 대강 다듬은 다음 그 파이프에 대고 망치로 서너번 박아 버리자
거짓말 처럼 그렇게 솟구치던 분수는 뚝 그치고 모든것이 조용해졌습니다.

 

다시 김씨는 쇠톱으로 그 나무 막대기조차 밑둥을 깨끗이 잘라 버렸습니다.
모든 상황이 이렇게 간단히 끝나 버린 것입니다.

 

김씨는 가방에다 꺼내었던 연장을 다시 담고 일어나 자기를 불렀던 이를 향해,

 

"나 가네..!" 하고 돌아 섰습니다.

 

"야 이 사람아.. 삯이라도 받아 가야지!" 하며 부르니..

 

"나중에 막걸리나 한잔 사주게.." 하면서 큰 하품을 하고 눈을 쓱쓱 비비며 나갔습니다.

 

그를 쳐다보는 경이의 눈동자가 있던지 말던지,
그저 김씨는 집에 돌아 가서 못다 잔 잠이나 자야 한다는 단순한 계산을 하고 있는 듯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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