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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일기

얄미운 일본, 그래도 꼭 넘어야 할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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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머머머머..... 저 물 좀 봐! 너무 너무 깨끗하네!"

일본 여행 중에 아내의 입에서 가장 많이 나온 말 입니다. 
"에이.. 그건 이곳에는 물은 많고 어지르는 사람은 적기 때문이야.."
 
저는 우선 급한대로 이렇게 답을 합니다.

하지만 도심지 하숫물이나 시골 개울물 어디를 보아도 약간이라도 오염이 되거나 지저분한 물을 도통 구경을 못하였으니
당연 우리와 비교가 된 것 입니다.
거의 모든 하수는 정화가 되어지고, 문제는 오히려 하수도에서 나온 물이 너무 정화가 잘 되어 미생물이 살 수 없어
고민을 한다고 합니다.
우리로서는 억장이 무너지는 말입니다.


공원이나 민속마을 같은 곳을  둘러보면 하수도가 내려가는 물에 커다란 잉어가 유유히 헤엄쳐 다니고 있습니다.
물론 이런 풍경은 이런 시골 말고 오사카나 교토에서도 만날 수 있습니다.
우리도 서울 중량천이나 청계천에 노는 잉어가 동네 골목, 두껑 없는 하수도에 헤엄치고 다닌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사진 설명 : 시리가와 민속 마을 하수도에 놀고 있는 잉어입니다.

우리 아이 말로는 몇 일 동안 일본 시골 마을과 도회지를 돌아 다녔는데도 길에 버려진 공초를 하나도 보지 못하였다 합니다.
일본인들의 시각에서는 당연한 일인데 아이는 너무 너무 신기해 합니다.
물론 바깥에서는 엄격히 흡연을 금하는 일본의 법규도 작용을 하겠지만 그래도 시골 마을 농부들이 한대 유유히 피우고
아무데나 툭 던져 버릴만 한데 절대 그런 일은 없는 곳이 일본입니다.


1945년 우리가 해방이 되어 기뻐할때, 반대로 이곳은 패전국의 멍에를 쓰고 전쟁이 끝났습니다.
그때 이곳 일본도 온 국토가 폭격으로 만신창이가 되어 산림은 엉망이었습니다.
그때 일본 정부에서는 이 산림에다가 목재용으로는 최고인 삼나무(일본말로 스기,すぎ)를 심기 시작하였습니다.
이것이 자라고 자라 60년이 더 지난 지금은 모든 산들이 삼나무 밭이 되어 휼륭한 목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주거용으로는 이 삼나무가 최고 입니다.
지나는 산들마다 몇 아름드리 삼나무로 가득한 숲을 보니 너무나 부러웠습니다.
그때 우선 급하여 아카시 나무를 심었던 우리와 비교되어..



사진 설명 : 삼나무 숲입니다. 사진은 마땅 한 것이 없어 웹에서 인용하였습니다.

이 삼나무로 인하여 일본은 지금 자국 내 소비되는 목재의 90%를 자급 한다고 합니다.
나머지는 카나다 등지에서 리기다소나무 등을 조금 수입 하고 있구요..
산에는 이 삼나무들이 너무나 빽빽하게 자라고 있고 그 중 해마다 솎아내는 나무들을 가지고
일회용 나무젓가락이나 이쑤시개를 만듭니다. 따라서 이곳에서는 와리바시(わりばし)라 하는 나무젓가락과
이쑤시개는 거의 일회용을 사용합니다.
그것과 관련된 산업도 부흥시키고 솎아낸 나무도 재활용하고,
또한 폐기 되어도 전혀 문제 없이 자연 속으로 순환이 되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목재 자급율은 고작 6% 라고 들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일본은 소형차 천국입니다.
일본은 우리보다 땅은 4배 가까이 인구는 3배 정도가 많습니다.
또 1인당 소득은 우리가 이제 2만달러 수준이고 일본은 이미 4만달러가 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길에 굴러 다니는 차를 보면 정말 묘합니다.
일본에는 경차는 모두 노랑색 넘버를 달고 다니는데 10대중 6~7대는 이 노랑색 넘버 아니면 소형차입니다.



사진 설명 : 어느 식당주차장에 서 있는 경차 들입니다. 일부러 모여 있는 것이 아니고 거의 이런 경차들이 많습니다.

우리는 어떨까요?
10대중 6대 이상은 중형이 아닐까 합니다. 물론 제 짐작으로 드린 말씀입니다.
한마디로 실속보다는 폼을 먼저 잡는 것입니다.
이때 나오는 반박은 안전 때문이라 합니다. 중형 이상은 좀 안전하다고..
안전은 안전운행으로 지켜 지는 것이지 차의 철판 두께로 지켜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이곳 사람들의 이치입니다.


아름다운 자연을 휼륭히 보존한 가미코지의 갓파바시로 들어 가는 길은 아주 위험한 절벽이 많고 가팔랐습니다.
그런데도 도로가 절벽의 난간 팬스는 그냥 줄 하나 쳐 놓은 정도이고 길은 차 두대가 왕복하기가 힘들었습니다.
더군다나 지나는 길에 만나는 터널들은 차 한대 겨우 지나갈 정도로 좁습니다.
그 도로를 버스로 타고 가면서 만약 일본인한테 왜 이런 위험한 곳에 난간 팬스를 튼튼히 설치하지 않느냐고 물어면
들을 수 있는 답은 뻔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원칙대로 안전운행을 하면 되는데 왜 그래야 되지요?' 라고 ...
 
일본에서는 거의 들을 수 없는 크락션 소리를 이런 좁디 좁은 터널을 지나 갈 때는 듣게 됩니다.
빵~~ 하고 터널을 들어 서면서 기사가 크락션을 울립니다. 그리고 계속 가면 한참 뒤에 조금 넓은 터널 안쪽
한 부분에 저쪽에서 오던 차가 멈춰 서 있습니다. 그곳에서만 교차가 가능 하니까요.
어느 쪽이든 크락션을 듣는 쪽에서 교차 도로를 만나면 먼저 정지하여 기다리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어느 수학 여행길에서 학생들을 태운 버스가 내리막길에서 난간을 부딫히고 낭떠러지로 굴러 떨어졌다는
기사를 본 기억이 있습니다.
이런 경우 일본식 대처는 운전사가 안전 운행을 하였는지, 아니면 차 정비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에 집중 되는데
우리나라는 난간을 왜 튼튼히 하지 않았는지.. 길을 왜 꼬불꼬불하게 만들었는지 왜 안전 시설을
더 설치 하지 않았는지를 가지고 따집니다.
 
소형차 천국 일본은 차는 소비재라고 생각합니다.
차와 나의 가치를 전혀 결부 시키지 않습니다. 이런 풍토는 여러 곳에서 만납니다.
예를 들어 보면,
 
우리가 저녁에 머문 숙소는 거의 여관입니다. 호텔과 비슷하나 온천이 겸비되어 있고 약간 향토적으로
지은 것을 이곳에서는 여관이라 칭합니다.(제 생각)
이런 여관의 온천에 처음 들어 가 본 우리집 아이가 내 뱉은 말은..
 
 
"와...  완전 써구리 하네 !!"


이 말은 폭삭 삭았다는 말의 은어(隱語)라고 생각됩니다.
 
제법 큰 방만한 크기의 온천은 낡은 시멘트로 우리 옛날 시골 동네목욕탕과 하나도 다를 것이 없습니다.
온천수만 아니라면 말이지요..
바닥은 아주 오래된 시멘트 바닥이고 탕도 시멘트로 되어 있습니다.
물론 당연히 장식 같은 것은 전혀 없습니다.
오직 최고라면 탕 안에 솟아 나는 온천수만이 전혀 수돗물을 섞지 않은 오리지널인 것입니다.
 
이런 '완전 써구리 한' 목욕탕에 대한 일본인들의 사고는 다음과 같습니다.



사진 설명 : 여관 내부 입니다. 깔끔합니다.
 
일본도 모든 것이 전후(戰後)에 풀려 나갑니다.
그때 일본의 복구 공사나 건축에서는 시멘트가 최고급의 자재였습니다.
이런 여관의 욕탕도 그때 시멘트로 지은 것입니다.
그때의 최고급 자재였던 시멘트를 이용하여 지은 욕탕이 세월이 흐르고 일본인들의 절약 정신과 맞물려
그대로 두니 그것이 또한 시멘트의 가치를 넘어 명물이, 골동품이, 보존가치가 있는 유산으로 되어 버리는 것입니다.
 
우리가 50~60년대 초가 동네 한부락을 변형없이 그대로 두고 이어져 왔다면 아마 지금 쯤 세계 문화 유산으로
당연히 지정 되었을 것입니다.
 
그렇게 이들은 변화가 필요한 것은 변화 시키고 그렇지 않은 것들은 그대로 모두 소중히 지닙니다.
소형차를 전혀 의식없이, 당연히 지니는 문화는 이런 이치가 바탕이 된 듯 합니다.



사진 설명 : 여관방에 있는 전화기입니다. 뒷쪽에 보이는 바퀴 여러개 달린 것은 안마기이구요.

근간에 한류 바람을 타고 일본인들이 우리나라에 많이 방문합니다.
자랑 삼아 물어 보았습니다. 한국도 볼만한 곳이 많지요?
그렇다고 대답합니다. 그러면서 웃습니다.
 
이 웃음이 조금 애매하여 일본을 잘 아는 한국분께 다시 물어 보았습니다. 그 웃음의 의미가 뭐냐구요..
답은 이렇습니다.


일본인들이, 특히 나이 드신 분들이 한국을 방문하면서 좋아 하는 것은 향수(鄕愁)라고 합니다.
자기들의 20년 전, 자기들의 젊을 때, 그때 그들이 살았던 곳 일본처럼 한국은...
약간 지저분하고, 약간 정리가 덜 되어 있고, 약간 어수선하고...
그것이 좋아서 그 모습이 그리워서 온다는 것입니다.
 
그 소리를 들어니 얼굴이 화끈 거립니다.
우리나라에서 뭔가 느끼고 그들보다 더 나은 것이 있어 보러 오는 것이 아니고 그들의 옛 향수 때문에...ㅠㅠ
 
일본은 우리보다 잘 살고 있으니 도로도 무지 넓고 차도 씽씽 달릴 것이라 생각하고 이곳에 와서 보면 놀랄 것입니다.
지방의 고속도로는 거의 편도 일차선이 많습니다. 우리의 88 고속도로 같이 말입니다.
중앙선 지지대가 있으니 추월도 불가능 합니다.


그리고 지방에 있는 도로는 겨우 두대가 비켜 지나갈 정도의 그리 넓지 않는 도로들이 많습니다.
간혹 한대가 다닐만한 도로도 있습니다. 대신 이리저리 도로를 순환시켜 소통이 잘 되게 연결이 되어 있습니다.
차가 한없이 밀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됩니다.


욘사마가 엄청난 일을 하였다는 것은 여러 사람들 한테 많이 들었습니다.
그런 욘사마로 시작된 한류 덕분에 이곳에서도 한국이 새롭게 인식되어 지고 또 이미지 쇄신도 많이 하고 있지만
그러나 아직도 우리 가족들이 지나다닌 조그만 도회지나 시골에서는 어느 곳에서도 한국 상품이나 식품은 보지 못하였습니다.
그렇게 많이 들어 간다는 김치도 막걸리도 구경 못하였습니다.
또한 한국이란 나라에 대하여도 그다지 관심이 없습니다.
그들은 스스로가 이미 세계 속의 일본이지 아시아에서 경쟁 상대를 찾고 있지는 않는 듯 하였습니다.



사진 설명 : 어느 식당에 붙어 있는 지도 입니다. 태평양을 앞마당으로 설정하여 놓았네요.

조그만 시골 동네에서는 그들도 이웃끼리 마실을 자주 다닌다고 합니다.
누구집에서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이웃을 초대를 하여 수다를 나누게 되는데...
그들의 이야기는 조심스럽습니다.
우리집 공부 잘하는 아이 이야기, 남편 승진한 이야기, 집값이 많이 올랐다는 이야기..  이런 이야기는 금기 입니다.
어느 차(茶)가 맛있다던지, 어느 곳의 풍경이 좋다든지.. 읽은 책의 주인공 이야기든지 ..
그렇게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으로 이야기 합니다. 거의 본능적으로..
 
.............................................................................................
 
이렇게 주욱 써놓고 보니 일본은 엄청나게 좋은 나라가 되어 있고, 한국은 상대적으로 초라하게 되어 버린듯 합니다.

그러나...
기 죽을 필요는 하나도 없습니다.
 
일본의 중년여인들이 우리나라 남성들의 가정적인 모습에서 색다른 느낌을 많이 가진다 합니다.
한국 드라마를 보고 남편이 따스히 아내를 끌어 안는 모습에서 그들은 전율적으로 감동을 합니다.
우리나라 마트에서 카트에 짐을 잔뜩 실고 남편은 그것을 끌고 부인은 빈손으로 웃으며 따라 다니는
모습을 보면 일본 여인들은 부러워, 부러워서 죽을 지경이라 합니다.


또한 우리의 젊은이들은 어떠 합니까?
월드컵 붉은 옷들이 만명 이만명도 아니고, 수 십 만명이 한 자리에 모여 함성을 지르는 나라..
온갖 의견들이 충돌하고 국회에서는 격투기로 치고 박고, 함마와 공중부양이 난무하며
곧 나라가 망할 것 처럼 어수선 하다가도 어느듯 보면 경쟁국 몇 나라 쯤은  뒤로 저만치 재치고 앞서 있는 ..
그야말로 불가능이 없는 대한민국이지 않습니까?
 
일본은 분명 배울점이 많은 나라입니다.
얄미울 정도로 겸손하고, 질서의식이 강하고, 아끼고 절약하고...
제 생각에는 20년 정도가 아닐까 합니다. 그들과 우리의 격차가 ..


이것을 앞으로 20년 내 다시 역전 시킬 수 있는 나라가 대한민국 밖에 없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우리도 이제 겉 멋은 자제해야 할 것입니다.
원칙으로, 도덕으로 돌아 가야 합니다.
바른 생활을 유치원 과목부터 대입 수능까지 넣어서 인성 재무장을 하여야 합니다.
원래 사람이 그렇게 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법과 규칙은 태어나면서 부터 몸에 배이게 길들여 져야 합니다.


강도를 잡아 벌을 주는 것이 아니고 죄를 짓는 것이 나쁘다는 인식을 할 수 있도록 어릴때부터 철저하게
머리속에 세뇌를 시켜야 합니다..
길에 담배 공초를 버리지 말라..고 가 아니고 길에 담배공초를 버리면 누군가가 주워야 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하여야 합니다.
 
약간 북적대고 소란스럽지만 우리나라는 반드시 일본을 재치고 또 다른 점핑을 할 것입니다.
역설적으로 지진이 일본의 원천적인 재난으로서 그들을 단단하게 만드는 것이라면,
수 많은 역사적 피해 의식이 있는 우리는 그런 과거가 우리를 더욱 강하게 만들고 있는 것 입니다.


역사는 돌고 또 돌고, 대한민국은 수레바퀴를 채질하고 있는 몇 안 되는 나라입니다.
일본을 앞질러 그들이 우리의 강산에 존경의 시선을 던질때...
독도는 그때서야 완전히 우리 것이 되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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