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넋두리

경상도 시골 노인들께 손자를 맡겨 놓으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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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부지 시골에서 손자 돌본 이야기
 


명절에 시골에 형제들이 모두 모여 이제는 안 계신 아버지 첫 명절 차례제사를 모신 다음 지난 추억담을 되새기는데..

그 중 재미있는 이야기 한 토막..

오래 전 막내 동생네가 제수씨 공무원이었던 시절, 같이 맞벌이를 해야 할 처지라 이제 걸음마 뗀 아이를 시골 집에 맡겼습니다.
노인네 두 분이서 아이 하나를 상전으로 받들며 막중한 임무를 무탈하게 수행 해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그저 아이 뒤만
졸졸 따라 다니며 잘 키워 나가서..
어느듯 아이가 입이 틔여 이말 저말을 쫑알쫑알 하였고, 두 노인네는 이것이 너무 신통하여 서로 나서면서 아이에게 말을 가르치는데..


진아..! (아이 이름)
할배 따라 해 봐라이.


먼저 머리를 짚어며
이건 아다마..!


아이도 똑 같이 따라 합니다.
아다마..!


이마를 가르키며
이건 이마빼기!


아이는 또 따라서
이마빼기..


아이 손을 잡아 눈에 대고는
이건 눈깔이!
코 구멍에 아이 손을 쑥 넣어서는
이건 코쿠녕..!!


입은 주뎅이
목은 모가지
배는 배때지
배꼽은 배꾸녕...
엉덩이는 궁디..


아래 딸랑이는 잡고는
요건 우리 진이 꼬~치..


하면서
날이면 날마다 반복하여 조기 교육을 시킨 것이었지요.
옆에서 지켜 보는 할머니는 더군다나 장단을 치며
아이가 따라하면 신이나서


아이구 우리 진이 잘하네..
하며 궁디를 톡톡 쳐 주며 추켜 세우니
아이는 아이대로 신이나서 동네 할머니들이 마실오면 앞에서 신나게 주워 섬기곤 하였는데
그 동네 할머니들 역시 아는 단어 수준이 그 단계이니
아이구 고놈 잘 하네.. 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것이었습니다.


이윽고
설이 다가와
식구들이 모이고 막내네도 왔는데..


아이를 무탈하게 잘 키운 모습에 감사 인사를 받은 두 노인네가 동생네 앞에서
으쓱하며 뭔가 큰 자랑을 한다는 시늉을 하며.. 아이한테 너들이 해야 할 일을 내가 했다는 듯.


우리 진이 시골에서 공부 마이 했다.
한번 볼래?
하며, 아이를 앞에 세워 놓고


진아! 이거이 뭐꼬
하며 손가락으로 머리를 짚으니


아다마!
아이는 자랑스럽게 대답을 하며 자기 부모를 쳐다 보고,


다음에는 눈을 가르키니
눈깔리.. 하고
입술을 만지니
주딩이.. 코는 코꾸녕..
모가지, 배때지, 궁디, 귀꾸녕, ....
그리고, 마지막에 할머니가 아이 물건을 만지며 이건 뭐~꼬? 하니
꼬~오치.. 하며 씩씩하게 대답을 합니다.


주위에는 이미 웃음바다로 난리 법석인데
막내 부부는 넋놓고 아이의 대답을 듣고 있었구요.


그 명절을 끝으로 아이는 시골에 맡겨져 있지 않고
황급히 도시로 다시 데려 갔습니다.


그 아이가 벌써 중 2이고 그때 그 시절 시골에서 할머니 할아버지한테 받은 조기 교육 덕분인지
지금 고 3의 교육을 받고 있는 영재가 되어 있다고 하네요.


혹, 다음에 내 자식넘이 지 아이들을 내게 맡기면 이런 방법으로 떨쳐 내면 될 것이라 속으로 궁리하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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