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넋두리

하인리히 뵐(Heinrich Boll)의 느림예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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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병장수로 오래 사는게 모든 사람들의 맘인데요.

요즘처럼 스트레스가 많은 세상에서는 그게 참 쉽지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간혹 시골에 내려가면 묘한 생각을 하게 되는데요. 요즘 시골에 가 보면 거의 노인분들입니다.

연세가 적게는 70대 초반부터 많게는 90대까지.. 대개 80세 전후가 가장 많으신 것 같습니다. 물론 시골이라도 다 같지는 않겠지만...

 

근데 이 분들의 과거를 살짝 되집어 보면,

정말 고생 많이 한 세대입니다.

시골에 살면서 평생 한 일이라고는 농사가 전부인데 요즘처럼 기계화가 전혀 안 되어 있던 시절의 농사는 지금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끔찍한 노동이었습니다. 그리고, 시골의 환경이 좋다고는 하지만 옛날의 시골은 위생 상태도 아주 엉망이었구요.

 

그런 고된 노동과 열악한 위생환경 속에서 평생을 살아왔던 분들이 이제 80대가 되어서 동네 경로당에서 화투놀이등으로 하루를 소일하고 있는데....

그 웃음소리가 맑습니다. 물론 평생의 노동으로 뼈 마디마디의 연골은 다 닳아 없어지고 손마디는 제대로 펴어지지 않는 상태로 늙어 버렸지만 아직도 쨍쨍한 분들이 참 많습니다.

 

그 반면,

익히 아는 유명한 분들이 나이가 그리 많지 않은데도 갑자기 세상을 떠나거나 큰 병에 걸리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되는데, 돈도 명예도 다 가지고 있지만 마음대로 안되는 것이 건강인가 봅니다. 과중한 스트레스와 세상과의 욕심 전쟁.

 

돈, 부귀, 영화, 탐욕...

지금도 집 안 비밀금고에 오만원짜리 지폐다발이나 금괴를 가득 보관해 놓고 집 안 곳곳에 감시카메라를 달아 두고 지내는 이들이 많겠지요?

그리고 그 돈 더 크게 채울려는 욕심으로 더욱 자기오만의 덫을 놓고 긴장 반짝 하고 있을 것이구요. 다 그런 사람들은 아니겠지만 이 세상에는 쓸데없는 욕심으로 스스로를 결박하는 이들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그 사람들이 오래 살까요? 아프지 않고 곱게 늙어서...

 

흔히 하는 말로 부귀영화를 누리며 풍족하게.. 잘 먹고, 잘 살고, 잘 지낸다하여 건강하게 오래 사는건 아닌가 봅니다.

위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매일 스프같은 죽만 먹고 소금끼와 매운끼가 하나도 없는 멀건 음식만 먹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위가 그만큼 약해 지겠지요. 세상에 살면서 세상이 주는 여러가지 자극들을 받아 들이고 그걸 소화해 낸다면 그게 장수의 비결이 아닐까 합니다.

또한 스스로가 갖는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이 최선일 것이구요.

 

천천히 생각하고 천천히 사는 것이 어찌보면 가장 행복하고 건강한 삶의 처방이 아닐까 합니다.

 

저는 어떠냐구요?

거~참...내...

스트레스와 불면을 業報처럼 달고 살고 있답니다.

숙명으로 받아 들인지가 오래라 친구이지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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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글 하나를 소개 합니다.

하인리히 뵐(Heinrich Boll)의  '느림예찬'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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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조용하고 아늑한 어촌 마을의 아침이었다.
햇볕이 따사롭게 내리쬐는 바닷가의 모래밭에서 한 고기잡이 노인이 평화롭게 단잠을 자고 있었다.

 

이 아름다운 마을에 휴양을 온 한 관광객이 바닷가를 거닐다가 이 노인이 잠자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 모습이 너무나 인상적이어서 이 젊은이는 사진을 찰칵, 찰칵 찍어댔다.

그런데 그 소리에 그만 이 고기잡이 노인이 잠을 깨고 말았다.

"그 뉘시오?"

 

"아이쿠, 죄송합니다. 지나가는 나그네이온데 할아버지 모습이 너무나 보기 좋아서 그만..., 죄송합니다."

"........"


"그런데 할아버지는 왜 고기를 잡으러 나가지 않으세요? 벌써 해가 저만치..."

"이미 새벽에 다녀왔구먼."


"아, 그러세요?... 그러면 또 한번 더 다녀오셔도 되겠네요?"

"그렇게 고기를 많이 잡아서 뭐하게?"


"...참, 할아버지두. 그러면 저 낡은 거룻배를 새 걸로 바꾸실 수 있잖아요?"

"그래가지고선?"


"그 다음에는 새 거룻배로 고기를 잡으시면 훨씬 빨리, 한결 많이..."
"음... 그 다음에는?"


"그야 당연히 크고 좋은 배를 몇 척 더 사시고, 사람도 많이 부리고... 그러면 뭉칫돈 버는 것은 시간 문제 아니겠어요?"

"옳거니, 그래서는?"


"그 다음에야... 이 마을에 생선 가공 공장도 세워, 싱싱한 통조림도..."

"흠... 그리고 나서는?"


"그때는 별 일도 않고 가만히 누워 그저 편안히 지내실 수 있지요."


이 말에 고기잡이 노인은 대답했다.


"지금 내가 바로 그렇게 지내고 있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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