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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가족의 글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바람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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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친구들 모임으로 유년시절에 살았던 왕십리에 갑니다.

항상 지하철을 이용하고 늘 같은 장소에서 만나다 보니..

재개발로 변화된 모습을 자세하게 눈여겨 보지는 않았습니다.

 

늘 중앙시장에서 만나던 장소가 변경이 되여..

오랜만에 전풍호텔 앞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왕십리 역 2 번 출구로 나오니..

너무 가깝게 서 있어서 그런가.. 높이를 가름 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아파트들이..

마치 거대한 성벽처럼 떡 허니 버티고 서 있습니다.


어~~ 여기가 어디지.... ?

마치 처음 온 곳 처럼 혼란스러웠습니다.

 

 









다행히(?) 길 건너편 건물들이  예 전 모습을 그대로 갖추고 있어서..

겨우 정신을 차릴 수가 있었습니다.

수십 번...아니 수천 번도 더 다녔을 이 길에서 잠시 미아가 되였습니다.


 

유년시절에 내가 놀던, 살던 왕십리 동네는..

매몰차게.. 단 하나의 흔적도 남김없이 사라져 버리고..

거대하고 웅장한  아파트 타운으로 변신을 했더군요.

 

늘~ 평면 공간에서 익숙하게 자란 저에게는...

공간 효율을 높힌 수직으로 상승하는 공간은 아직도 불편합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왕십리 재래시장인 중앙시장이 남아 있다는 겁니다.

예 전 보다 깔끔했지만,

어수선하고 한참 걸어야 원하는 물건을 살 수 있는 재래시장이 좋습니다.

 

 

 

 


 

 

 

그 곳에는 너무도 익숙한 어수선함과 약간의 무질서....

그리고 무엇보다도 서민들의 정이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카톡 카톡 ~~

어이~~ 자네 6시 넘었어... 어디냐 ?" .. ㅋ 

멍~ 하니 있다가 서둘러서 약속 장소 식당 도착 !

 


왕십리는 역시 왕십리입니다 !

제 모습을 감추기 힘들어서.. 더 더욱 정겨운 곳...

제가 자란 왕십리입니다.


지나가다 후배 두 분이 저와 제 친구들을 알아보고 반갑게 합석합니다.

허락도 필요없습니다.

앉으면 모두가 왕십리 유년시절을 공유한 친구이기 때문입니다.

 

아 ~~~

나를 알아보니 이가 있네.... 이래서 나는 왕십리가 좋습니다.

나를 알아보고.. 다가와서... 반가움이 가득한 미소를 주는 이들이 있는 곳...

..

 

좁은 원형식탁에 빙 둘러 앉아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눕니다.

아무리 반복해도 질리지 않은 소재들...

청계천 검정다리가 장마철이면 떠내려 가던 이야기..

뚝방 하꼬방(판자집) 에 불이 나면 뚝방집 모두가 타버린 이야기 까지.. 


 

 

내가 자란 왕십리...이제는 뛰어놀던 골목길도 사라지고...

새시장도 사라지고.. 광무극장 동원극장도 사라졌지만..

유년시절의 내 모습을 감출 수가 없는 왕십리.


이제는 한 시대의 변화를 주도하는 참여자가 아니라..

변화 전 옛 모습을 그리워 하는 중년의 관찰자로 변한 제 모습...

 

왕십리....

이제는 이 곳도 언젠가는 완전한 타인의 도시로 완전하게 탈바꿈을 하겠지요.

더 이상의 변화의 물결에 휩쓸려가지 않았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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