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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일기

딱 그 느낌이야, 고령 개포동 석조관음보살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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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개경포 너울길'을 걷고나서 들린 곳은 바로 앞에 있는 개경포공원과, 개포리 시리골에 있는 고령개포동석조관음보살좌상(高靈開浦洞石造觀音菩薩坐像) 두곳입니다.

이전에는 개포나루, 지금은 개경포인 이곳에 공원이 조성되어 개경포공원이라고 하는데 마을 부녀회에서 운영하는 주막집이 있어 우선 반갑고 마당에는 팔만대장경 이운행렬을 재현한 석조조각물이 있는데 이게 아주 걸작으로 보여 집니다.

물론 요즘 세상에 정으로 쪼아서 만들지는 않았겠지만 그라인드로 갈아 만었더라도 눈여겨 보니 아주 세심하게 잘 만들었네요.

 

그 옛날 강화에서 이곳까지 힘겹게 도착한 대장경을 해인사로 옮기는 여정의 길목이었던 이곳.

그리 크지 않는 공원이지만 가장 돋보이는 이운행렬 조각과 함께 행렬 앞에는 이규보가 쓴 기도발원문인 ‘대장각판 군신기고문’을 각자한 기념비가 있고, 옛날 팔만대장경을 옮기는데 사용되었던 조운선의 모형도 있습니다.

 

개경포공원 구경하고 들린 곳은 석조관음보살상이 있는 시례마을..

개포리 시리골은 동네를 둘러싼 골짜기 모양이 마치 떡시루처럼 생겼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인데 시례마을이라고 합니다. 몇집 되지 않는 마을은 적막감이 감돌고 허물어지는 담장과 낡은 집들을 보니 연세많은 어르신들만 남아 계신듯 합니다.

마을 뒷산 얕은 산허리에 돌로만든 보살상이 있답니다.

고려시대 작품으로서 공식명칭은 고령개포동석조관음보살좌상(高靈開浦洞石造觀音菩薩坐像)입니다.

현재 지방문화재로 되어 있지만 고령에서 국가 문화재로 신청을 해 두었다고 하네요.

제 생각에는 아마 곧 보물로 지정이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이 관음보살이 있는 곳은 현재는 산골이지만 그 시절에는 제방둑이 없어 이 아래까지 강물이 들어오지 않았을까 짐작이 됩니다. 사람마다 보는 눈이 다르겠지만 제 맘에는 쏙 드는 석불입니다.

그냥 지나치는 눈으로 보면 얄궂게 생긴 못난이 불상으로 보이지만 눈을 가까이 하여 차근차근 보면 뭔가 내공의 흔적도 보이구요. 제가 볼땐 분명한것은 서투른 석공의 작품은 아닙니다.



 

 

 

 

 

 

개경포공원에서 가장 돋보이는 팔만대장경판 이운행렬의 조각입니다.

처음에는 멀리서 보고 흔히 말하는 그라인드로 마구 갈아서 만든 조각품이라 생각했는데...

 

 

가까이 가서 보니 아주 디테일하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경판 글씨가 모두 사실적으로 만들어져 있네요.

먹물 묻혀서 탁본이라도 떠 보고 싶은 생각입니다.

 

 

스님이 앞장서고 부녀자들이 경판을 머리에 이고 뒤를 따르고 있습니다.

머리에 이고 있는건 대충 만들었겠지 하고 카메라를 올려보니...

 

 

옴마야..

이것도 경판글씨 그대로 조각을 해 두었습니다.

대개 밑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아 그러려느니 할 수 있는데 세심하게 신경을 썼네요.

석조물의 세밀한 조각은 상상 그대로 쉽지 않는데 누구의 작품과 감독인지 완전 칭찬을 해 드리고 싶습니다.

(사진은 제가 키가 커서 내려다보고 찍은게 아니고 카메라 뷰 화면이 접었다 펼 수 있는것이라 높이들고 뷰 보면서 찍은 것입니다.)

 

 

개경포공원은 그리 넓지 않는 곳이지만 문화해설사가 상주하고 있네요.

그만큼 의미있는 곳이란 애기겠지요.

 

 

 

 

 

이곳 개경포공원에는 주막집이 있답니다.

마을 부녀회에서 운영을 한다는데 들려보지는 못했네요.

 

 

다음으로 들린 곳은 오늘 가장 가 보고 싶었던 장소.

시례마을에 있는 관음보살 부처님입니다.

공식 명칭은 고령개포동석조관음보살좌상(高靈開浦洞石造觀音菩薩坐像).

개진면사무소에서 고령방향으로 100m정도 가다가 보면 우측으로 안내판이 세워져 있습니다.

네비가 이 보살님을 모르는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좁은 포장도로를 따라 1km 정도 들어가면 만나는 시례마을..

젊은분들은 없는듯, 마을이 조금 낡았습니다.

입구에는 공장도 하나 들어서 있구요.

시골 마을 동네에서 이 공장을 물리치기에는 힘이 약했나 봅니다.

관음보살이 있는 산자락까지는 국가에 길을 반들반들하게 만들 놨는데 동네 골목은 누추합니다.

마을회관 앞에 예쁜 주차장이 있어 주차를 하고 골목으로 들어가는데 담 밑에서 노상방뇨를 하시던 할머니께서 놀라 일어 나시네요.

 

 

마을 뒷편 산길을 조금만 오르만 만나는 돌비석 하나..

 

 

 

 

 

비석의 크기는 참 아담하고 소담스런 모습입니다.

높이 150cm의 평평한 자연석에다 새겼습니다.

음양을 준 돋을새김으로 조각을 하였고 옷주름이나 꽃모양은 선 형태의 조각으로 하였습니다.

 

 

머리에 쓴 관에는 작은 부처가 새겨져 있는 보관을 쓰고 있어 관음보살상임을 알 수 있습니다.

보관의 형태가 고려시대 조정 관료들의 모자(관모)와 비슷한 모양인 것이 특징입니다.

보관 뒷편으로는 비녀같이 생긴 기다란 대가 꽂혀있고 그곳에서는 국화무늬와 함께 기다란 띠가 어깨까지 내려와 있습니다.

 

얼굴 이마 중앙에는 백호라고 하는 미간 점을 선명하게 조각하여 두었습니다.

얼굴과 눈썹은 둥근 형태로서 앳딘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지그시 감은 눈에서는 뭔가 깊은 느낌이 전해집니다.

목은 거의 생략하다시피 짧게 되어 있는데 특이하게도 가슴골이 조각이 살풋 되어 있습니다. 살짝 웃음이 나면서 한참이나 살펴보게 되네요.

 

얼굴에 비해 몸통은 거의 선각으로 되어 있는데 가장 이상하게 조각한 것은 두 팔입니다.

오른팔은 연체동물처럼 이상하게 굽어 보이지만 손바닥과 손가락만은 시무외인의 포즈를 취하고 있네요.

오른팔에 비해 더 기괴하게 보이는 왼팔은 거의 장애 수준입니다. 다만 들고있는 연꽃이 저를 놀라게 하네요.

기다랗게 잡고 있는 연꽃은 가지로 나눠 두송이의 꽃을 피우고 있는데 참으로 정성을 들여서 조각을 하였습니다.

 

조금 더 밑으로 보면 두 발바닥이 보이는데 결가부좌를 한 모습이라는건 알 수 있겠는데 너무 우스꽝스럽습니다.

머리 뒤에도 광배가 있고 몸 뒤에도 광배가 있어 눈사람 모양이 되었는데 이것또한 특이하게 보여지고 있습니다.

관음보살상이 조각된 비석 옆으로는 돌화분이 마련되어 있는데 꽂혀있는 조화가 오래되었습니다.

이럴줄 알았으면 예쁜 생화라도 한다발 사와서 보살님을 기쁘게 해 드렸을것인데...

앞에는 누군가 올려 둔 작은 부처와 지폐 두어장이 놓여져 있습니다.

 

 

동네가 내려다 보이네요.

 

 

비석 뒷면입니다.

선각으로 사각형을 그려놓고 그 안에 "雍熙二年乙酉六月二十七日"(옹희이년을유유월이십칠일)이라고 쓰여져 있습니다.

이는 고려 성종 4년으로 서기 985년입니다.

연대가 가장 확실하게 밝혀진 고려시대 불상이기도 하구요.

그러고 보니 1000년이 넘는 세월동안 이렇게 보존이 되어 있다는게 정말 놀랍습니다.

 

 

 

 

 

관모형식의 보관을 쓰고 있는 관음보살.

중앙에 세겨져 있는 작은 부처님이 더욱 뚜렷하게 보입니다.

 

 

중생의 괴로움을 구원하는 부처님이래서일까요?

얼굴에는 작은 상처가 보입니다.

입가 주변의 상처가 안타깝네요.

얼굴 표정이 입모양으로 달라져 보입니다.

얼굴 왼편에 있는 연꽃 두송이가 참으로 아름답게 보입니다.

 

 

정에 힘을 주어서도 안되고 그렇다고 힘을 빼서도 안되는 적당한 힘으로 깊이를 만들고 그리고 선을 그려서 꽃을 완성 합니다.

자칫 자각 하나가 떨어지면 모든게 헛사..

이 불상을 평가하면서 대개 조각 수준을 낮게 보는데 저는 그렇게 보지 않네요.

그런식으로 평가한다면 피카소의 그림은 모조리 낙서가 됩니다.

 

 

앙증맞게 나와 있는 두 발바닥..

불상 전체에서 가장 성의없어 보입니다.

이쯤에서 조각을 마무리하는 수준이었을까요?

어여쁜 부인이 와서 늦었으니 대강 하고 어서 집에 가자고 보챘을까요?

저 발바닥이 없었다면 더 나았을것을...

 

 

낡은 동네를 다시 내려와 주차장으로 향합니다.

연세드신 분들이 지키고 있는 고향 마을..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뛰어 다니던 소란스런 발자국 소리는 이제 아득한 전설이 되었네요.

 

 

이제 봄입니다.

봄빛이 들녘에 완연하네요.

 

 

 

새 봄에는 세상의 들판에도 새 밭을 일구고..

내 마음 속에도 파랑새가 찾아드는 새 밭을 일구는 꿈을 꾸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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