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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가족의 글

텃밭 가꾸기 애로사항 (초보 촌부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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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봄에는 작년처럼 청양고추 위주가 아닌, 다양한 작물을 심으려고 나름 계획을 세웠습니다.

비록 작은 텃밭이지만(20 여 평) 대파를 사다 먹으니 은근히 자존심이 흔들렸습니다.

고구마도 심어서 골고루 심었다고 생각을 했는데 반도 못 채운 텃밭을 바라보니 이 건 아니다 싶어서..

대파 모종을 사러 예산 장터에 갔다가.. 잔치 국수만 먹고 빈 손으로 돌아왔습니다. 

 

 

그 이유는 다른 모종처럼 원하는 수량으로 10 개, 20 개 씩 분할 판매를 하는 줄 알았는데..

대파는 한 판 그 자체를 팔 뿐.. 소량 판매를 하는 곳이 전혀 없었기 때문입니다.

고구마 모종 역시 최소 단위가 한 다발입니다(한 다발= 얼추 100 개가 넘는 듯)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래서 배울게 많은 초보 촌부입니다.

 

5월 5일 막내딸이 제가 판 메밀을 좋아하는 걸 알고 판 메밀을 Set(면, 육수)로 사 왔는데.. 1 박스를 사 왔더군요.

어휴~ 아무리 좋아해도 그렇지.. 유효기간도 있는데.. 

전 이장님 께서 면 종류를 무척 좋아하신다는 말씀이 생각이 나서 드시라고 몇 개를 챙겨서 갖다 드렸습니다.

 

 

 

다음 날 노크 소리에 잠을 깨서 나가보니 전 이장님께서 오토바이에 뭔 보따리를 싣고 오셨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선짓국 한 냄비와 열무김치 재래된장 외 각종 모종을 주시고는 바쁘시다면서 부르릉~~

 

그중 대파 모종이 반가웠습니다... 궁하면 통한다는 말이 떠 올랐습니다.   

지난주에는 고구마 순도 주셨는데.. 또.. 염치가 너무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이곳에 이사 후 솔직히 주민분들과 다소 거리를 두려고 했습니다.

딱히 내세울 만한 이유는 없습니다.

텃세는 크게 신경을 쓰지는 않았지만, 타인의 간섭이 싫었기 때문입니다.

 

농사도 인터넷으로 공부를 하면 되는 것이고..

필요한 농기구는 구입을 하면 그만일 뿐.. 이란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농사를 인터넷으로 다 알 수는 없었습니다.

특히 어르신들의 오랜 세월 몸소 겪으신 농법은 더더욱..

 

참으로 옹졸하게 한동안 마음을 닫고 지냈습니다... 겉으로는 친절한 척했지만..

그런데...

혼자 살면 부실하게 먹을 테니, 잘 챙겨 먹으라고 반찬을 주고 가시는 분..

시원한 물 한 잔 드렸는데 양파를 한 보따리 말도 없이 문 앞에 두고 가시는 분..

제 텃밭에 오셔서 이런저런 조언을 해 주시고 가시는 분..

 

 

그러다 보니 저도 장터에 가서 싱싱한 생선이 있으면 넉넉하게 사서 나눠 드리고..

복날이면 동네 어르신들 모시고 백숙도 먹으러 가고.. 

솜씨는 없지만 등갈비 찜도 넉넉하게 만들어서 대접도 하고..

트럭이 없으신 어르신께는 모내기철과 추수철에는 도움도 드리고.. 

매번은 아니지만, 꽃게철에는 박스로 사다가 골고루 나눠 드리게 되더군요. 

 

어제 주신 수박 대파 마디호박 상추 모종을 심고 나니 텃밭이 빽빽합니다.. 얼마나 뿌듯한지.. 

참으로 진솔한 삶의 향기가 나시는 분들이십니다.

굵은 주름살에는 우직함과 정직함이 담겨 있고..

낯선 이를 바라보시는 눈길에는 안쓰러움도 담겨 있으시고..

 

동네 어르신들의 삶의 향기는..

제게 있어서는 낯선 "귀촌"이라는 제2의 삶 시작점에서..

진리에 다가가는 "화두"는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지금도 귓가에 남아 있는 어르신들 말씀...

..

"이사 가지 말고 오래 살어~"

"뭐 필요하면 말 혀~~ 눈치 볼 필요 없어~"

 

* 중복 내용이 많더라도 양해를 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촌부의 일기라 여겨 주시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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