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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일기

2박 3일의 지리산 화대 종주(1) - 악명 높은 코재로 올라 연하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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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번잡함에서 벗어나 TV도 없고 차 소리도 없고 가게도 없고 술집도 없는 한적한 지리 능선 그곳에서 자아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예쁜 석양도 보고 가슴 벅차게 떠 오르는 일출도 보고..
새들이 들려주는 음악과 바람 소리와 적막감에 온 몸을 적셔서 심연의 그곳에 우두커니 서서 방황하는 나를 발견할 수 있는 곳.
지리산 종주에서 느낄 수 있는 환희랍니다.

 

국립공원 산악 대피소가 그동안 코로나로 문이 닫혀 있다가 이번 5월 중 임시 개방을 한다는 소리에 얼릉 예약을 하고 홀로 2박 3일의 지리산 화대종주를 다녀왔습니다.
대략 50km 산길을 3일에 나눠 거닐면서 연하천과 장터목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천왕봉을 거쳐 대원사로 하산을 했구요.
아직 종주 산길이 트인 걸 모르는 이들이 많아 능선은 아주 조용하였답니다.

 

지리산 종주는 준비물도 많고 체력적인 부담도 감수해야 하고 대피소 예약도 해야하고 사전 들머리 교통편도 알아봐야 하고.. 암튼 쉽지 않은 행사입니다.  요즘은 장비빨이 좋고 대피소에서 기본적인걸 팔기 때문에 당일 종주하시는 분들도 있고 1박으로도 무난히 종주를 마치는 분도 있는데 제 생각에는 2박 3일이 최고일 것 같습니다.

능선을 거닐면서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이 하늘만큼 크게 와 닿는답니다.

2박 3일의 지리산 화대종주 오늘은 첫날 일정으로 화엄사에서 연하천 대피소까지입니다.

 

지리산 종주 준비물과 도움이 되는 내용들 - 클릭

대구에서 지리산 화대종주 들머리 날머리 교통편과 종주 준비하시는 분들께 도움 되는 내용, 개인 종주 계획하시는 분들, 기타 등등은 마지막 3편에 자세히 올려놓겠습니다.

 

 

산행지 : 지리산 화대종주 첫날

일 시 : 2022년 27일~29일

산행 코스 : 화엄사 - 연기암 - 코재 - 무넹기 - 노고단 - 임걸령 - 노루목 - 반야봉 - 삼도봉 - 화개재 - 토끼봉 - 명선봉 - 연화천

소요 시간 : 10시간

 

지리산 전체 대형 지도 : 보기

지리산 난이도별 탐방 안내도 : 보기

지난 화대종주 이야기 : 2018년, 2012년

 

 

요즘은 장비가 좋아 배낭 무게를 많이 줄일 수 있는데 그래도 2박 3일 홀로 종주를 준비한다면 배낭 무게가 장난이 아닙니다. 특히 대피소에서 코로나 시국에 임시 개방이라 모포 지급이 되지 않아 개인 침낭을 준비해야 하는데 이것도 무게가 덤으로 추가되네요.

화대종주란 구례 엄사에서 올라 능선 산행을 한 다음 산청 원사로 하산한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

정확한 거리는 46.2km로 알려져 있지만 저처럼 반야봉 오르고 이리저리 쓸데없이 왔다 갔다 하면 대략 50km 정도 보면 된답니다.

 

 

전날 구례 도착하여 숙박하는 곳 창문을 여니 바로 앞으로 노고단(좌측 안테나 보이는 곳)이 보이네요.

 

 

담날 아침 일찍 화엄사 도착.

화엄사 경내 구경은 다음으로 미루고 입구 커다란 문고리만 한번 쓰다 듬고 곧장 출발.

 

 

출발점입니다.

이곳에서 노고단까지는 7km.

전 구간에서 가장 길게 이어지는 오르막 코스입니다.

 

 

오르면서 내려다본 화엄사 경내. 국보 건물인 각황전입니다.

각항전보다 더 유명한 게 그 옆에 서 있는 홍매화이지유.(보기)

아침 햇살이 들어와 전각을 비추고 있네요.

 

 

이전과는 다르게 코스가 약간 바꿨습니다.

계곡길을 따르지 않고 연기암 오르는 도로를 따라 걷게 되어 있네요.

사진은 연기암 오르기 전의 내원암.

 

 

한참 더 올라서 만나는 연기암 입구

곧장 오르려다가 연기암 문수보살 부처님을 한번 뵙고 싶어 우회합니다.

참고로 이곳 연기암까지는 택시 불러 오를 수 있고 개인 승용차로도 올라올 수 있습니다.

그럼 택시 타고 이곳까지 와서 화대종주 하믄 되지 안남??  안되유.. 그럼 반칙. 힘들게 오르는 이유는 모두 자신과의 약속 인디..

 

 

단풍이 들면 무척 예쁠 것 같은...

 

 

 연기암 문수보살.

햇살이 들어오지 않아 살짝 차갑게 느껴집니다.

 

 

연기암은 해발 550m  암자로서 섬진강이 내려다 보입니다.

 

 

당겨서 본 섬진강

강 옆의 도시는 구례읍내.

 

 

악명 높은 코재 오름길입니다.

우리나라 3대 악코스에 속하는 곳이구요.

오늘따라 배낭이 더 무겁게 느껴집니다.

발걸음은 그냥 오를만한데 어깨가 한없이 무겁게 느껴지네요.

대개 한 시간 정도 워밍업 하면 나중에는 배낭 무게가 슬 사라지는데 오늘은 올라 갈수록 더 무거워집니다.

 

 

중간에 종주길에 나선 두 분을 만났는데 잘 올라가다가 한참을 쉬고 또 달리기를 하네요.

저와는 완전 다른 산행 패턴.

저는 산행에서 쉬지 않고 꾸준히 오르는 스타일입니다.

결국 누가 먼저 올랐을까요?

 

 

종석대 빤히 보이는 무넹기 도착.

우번암 찾아 한번 오른 일이 있는데 조망 멋진 곳이지유.(보기)

 

 

같은 색깔의 모자를 쓰고 찾아온 일행분들.

나중에 보니 모두 70대가 넘은 언냐분들.

일행분이 많았는데 그중 열명 정도가 반야봉에 도전한다며 마구 달리는데 돼지령 부근에서 제가 급부리끼를 걸고 세웠답니다.

누님들 이러면 큰일나유..  

대략 내용을 들으니 광주 어느 성당에서 단체로 오신 분들인데 한 달 한번 산행을 한다고 합니다.

오후 3시까지 성삼재 되돌아 내려가야 하기땜에 바쁘게 설쳤다고...

전혀 시간 맞지 않습니다. 불가능한 계획.

겨우 말려서 임걸령까지 가서 물만 마시고 오는 걸로.

 

 

노고단 대피소는 코로나 시국을 틈타 보수 중입니다.

 

 

노고단 고개 도착.

 

 

 

 

 

노고단 고개에서 바라보는 주능선.

머~~어어어얼리 천왕봉이 보이네요.(중앙 맨 뒤 희미하게)

앞의 커다란 궁뎅이는 반야봉.

 

 

임걸령까지 걷기 좋은 산길.

야생화 촬영을 오신 분이 뭔가를 찍고 있길래 나도 옆에서 덩달아..

귀한 거예요?

아주 귀한 건 아니지만 흔하지는 않은 겁니다.

이름이 뭐라 뭐라 카등데.... 까먹었네요..ㅠ

 

 

늘 같은 자리에서 만나는 덩치 큰 칭구.

 

 

오른편으로 살짝 조망이 트이고 조망되는 왕시리능선.

왕시리봉은 이름이 두개이지유. 떡시루 닮았다고 왕시루봉. 그러나 진짜 이름은 왕시리봉이랍니다.

비탐이지만 언제 한번 올라서 한반도를 닮은 강. 왕의 강을 보고 싶은데 언제가 될지...

 

 

앞쪽으로 보이는 반야봉.

 

 

지리산 종주를 하면 두 가지가 상상과 달라지는데 하나는 조망이 트이는 곳이 많지 않다는 점이고 또 하나는 능선에서 햇살이 바로 머리통에 꽂히는 경우가 적어 선크림 꼭히 바르지 않아도 된답니다.

 

 

우측이 왕시리봉능선이고 좌측이 불무장능..

두 능선 사이가 그 유명한 피아골입니다.

 

 

빨리 걸으면 보이지 않는 것들이 참 많답니다.

서둘면 들리지 않는 것들도 너무 많습니다.

 

 

피아골삼거리

땅만 쳐다보고 직진하면 피아골로 내려가 버립니다.ㅎ

왼편이 주능선 길.

 

 

임걸령 샘터.

지리산 주능선에 있는 여러 샘물들이 모두 물맛들이 일품인데 특히 이곳 임걸령의 물맛은 약간 쓴맛이 배어나는 게 천상 약수 맛.

 

 

 

 

 

 

 

 

뒤돌아 본 걸어온 능선.

되돌아보는 나의 인생.

그 발자국들은 세월 속에 묻히는데 아득함은 차마 사라지지 않네..

 

 

노루목.

살짝 갈등을 하여 봅니다.

반야봉을 올라, 말아...

오늘은 연하천이 종점인데 시간 여유가 널널하네요.

올라갑니다.

 

 

올라보지 않았으면 후회할 뻔.

꽃잔치입니다.

 

 

이전에 없던 데크계단이 여러 곳 만들어져 있네요.

 

 

우측으로 머얼리 노고단.

좌측은 왕시리봉능선.

그리고 꽃동산.

 

 

진행방향 천왕봉.

 

 

걸어온 능선길.

파노라마 조망.

돼지령에서 이어지는 왕시리능선(중앙)과 좌측의 불무장능. 그리고 그 사이에 길게 이어져 내려가는 피아골.

우측으로 가장 높게 솟은 곳이 노고단입니다.

앞뜰에는 너무나 아름다운 꽃동산.

 클릭하면 크게 보여 집니다. 

 

 

날씨가 순식간에 흐렸다 개였다를 반복합니다.

 

 

반야봉에서 조망되는 천왕봉 능선.

가장 멀리 보이는, 가장 높게 보이는 봉우리가 천왕봉,

 클릭하면 크게 보여 집니다. 

 

 

반야봉에서 내려오면 곧바로 삼도봉.

우리나라에는 삼도봉이 세 곳 있지유..

그중 이곳이 가장 유명한 곳이구요. 전라남북과 경남의 경계선입니다.

 

 

똥꼬에 시달린 자국이 선명합니다.

 

 

삼도봉에서 조망되는 천왕봉과 남부능선.

이곳부터 세석 가기 전까지는 내내 남부능선이 조망됩니다.

 클릭하면 크게 보여 집니다. 

 

 

세석 앞 영신봉에서 하동의 삼신봉까지 이어지는 남부능선 (산행기 보기)

 

 

 

 

 

 

 

 

 

 

 

삼도봉 지나 조금만 더 이동하면 지리지리 한 550계단을 내려갑니다.

올라올 때는 죽음.

 

 

연하천 4.4km 남았습니다.

오늘 산행 거리 16km 통과 지점이구요.

반야봉 왕복을 하니 이정표 보다 조금 더 늘어 났네요.

 

 

화개재입니다.

좌측으로 뱀사골이구요.

이전에는 뱀사골 방향으로 조금만 내려가면 샘터가 있었는데 요즘은 사라졌는지 지도에 소개가 되지 않네요.

앞쪽으로 보이는 봉우리가 토끼봉으로 가는 길인데 이곳에서 토끼봉까지가 참 지루하답니다.

꾸준한 오르막길.

 

 

 

 

 

 

 

 

 

 

 

 

 

 

널찍한 토끼봉 통과

 

 

조망이 트이는 곳에서 잠시 지나가는 바람을 붙잡아 봅니다.

으~~아아 시원하다.

 

 

지리능선 최고의 조망처 촛대봉을 당겨 봅니다.

 

 

 

 

 

 

 

 

대개 1,500m 이상의 봉우리들.

그런 봉우리들을 넘고 넘습니다.

오르고 내리고..

많이 내려가믄 은근 불안.. 또 그만큼 올라야 항께.

 

 

숲 사이로 지나 온 반야봉을 뒤돌아 보는데 하트가 보입니다.

산이 나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 같네요.

 

사랑해.

나도 사랑해 ♡

 

 

이어지는 능선 멀리 벽소령대피소가 보이네요.(원 안)

 

 

당겨서 본 벽소령

 

 

이건 안테나로 확연히 구분이 되는 명선봉

지난번 빨치산 이현상과 막걸리 한잔 나누면 오른 봉우리라 더 기억에 납니다.(산행기 보기)

 

 

명선봉 오르기 전 위태롭게 생긴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지리 능선.

좌측 천왕봉은 나무에 가려 보이지 않고 촛대봉부터 시작이 되네요.

남부능선이 주욱 이어져 삼신봉과 연결이 됩니다.

아래쪽 계곡이 빗점골로 이어지구요.

 클릭하면 크게 보여 집니다. 

 

 

성난 고릴라.

 

 

연하천대피소 바로 전 데크길입니다.

참 걷기 좋습니다.

 

 

연하천 도착

아침 7시에 화엄사 출발하여 오후 4시 40분에 이곳 도착입니다.

 

대피소 첫날은 대개 거하게 차려 먹는답니다.

고기에 라면에 햄에..

그리고 물통에 담긴 물 같은 술을 몰래 살금살금 마셔 가며..

이번엔 독한 진도 홍주를 한 병 담아 왔는데 기어이 첫날 다 마셔 버렸네요.

첫날 소비를 많이 해야 배낭 무게가 쫴맨치라도 줄어든다는 얄팍한 계산땜에.

 

 

쇼생크 같던 대피소도 갈수록 진화를 하고 있습니다.

자그마하게 도서 진열도 되어 있구요.

 

 

침상도 많이 개선이 되었습니다.

코로나 덕분에 세 사람이 자던 자리에 한 명이 차지합니다.

그럴듯하게 커튼으로 칸막이도 만들어져 있구요.

 

덕분에 완전 널널..

근데 이날 연하천 펜션 숙박 손님은 남자 세 분, 여자 두 분이 전부였답니다.

아직 개방 소문이 덜 났나 봅니다.

암튼 남자 세명이 널찍한 방에 나눠 자서 천국이라고 생각했는데..

 

조금 후..

와르르르릉, 커~억, 와르르릉...

3M 귀마개를 준비했는데 소용이 없을 정도로...

으아.... 밤은 긴데 싫어.

 

 

그러나 굳이 지리산에 오고 싶다면

언제 어느 곳이든 아무렇게나 오시라

그대는 나날이 변덕스럽지만

지리산은 변하면서도 언제나 첫 마음이니

행여 견딜만하다면 제발 오지 마시라

(이원규의 詩 중 일부)

 

 

화대종주 2편 :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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