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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가족의 글

무심한 아빠..무심한 장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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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하자마자 복돌이랑 재미있게 노는데 엄마가 밥 먹고 놀아라 했더니 으앙~~~^.^)

                              

 

"아빠!  보리밥 하고 된장찌개만 준비하세요.. 너무 힘들게 하지 마시고요~"

처음에는.."그래, 보리밥 하고 된장찌개만 하자".. 하다가..

김치는 김장 김치뿐.. 막김치를 담글까?

안주도 없는데 부침개도 만들까..?

결국은 새벽 2 시까지 싱크대 앞에 서있었답니다.

 

오랜만에 오는 딸과 사위들.. 그리고 말괄량이 공주님.. 이왕 하는 김에 수고 좀 하지 뭐.. 

문제는 예전에 서투른 칼질로 다친 적이 있어서 지금도 칼질이 겁나서 요리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그러다 보니 새벽 2 시까지 요리를 하고, 그래도 미진한 부분이 있어서 6 시에 일어나서 마무리를 했습니다. 

 

    (막김치 비빔국수 보리밥 잡채 된장찌개 오이김치 전 종류(부추전 감자전 버섯전) 오이무침 고추무침)

 

 

도착하자마자 복돌이랑 놀겠다고 울면서 생떼를 피우는 공주님..

우는 공주님을 엄마가 겨우 겨우 달래서 밥상에 앉혀 놓으니 밥 한 그릇 뚝딱~

어설픈 상차림이지만 다들 맛있게 먹어주니 고맙기도 하고, 잠시의 노고가 사라지는 듯하더군요.

 

밥을 먹고 나니"할아버지 오징어 게임해요~" 에휴~ 에너지가 넘치는 녀석을 감당하기 너무 힘들더군요.

술래잡기가 끝나니 이젠 방울토마토를 따러 가자고 명령을 내립니다.

 

 

뽀뽀해주면 간다고 하니.. 못 들은 척하고 혼자서 나갑니다... 어쩔 수 없이 저도 쫄래쫄래~

오이 방울토마토 산딸기 상추 고추.. 도토리만 한 녀석이 뭔 욕심이 그리도 많은지..

 

오랜만에 사위들과 시원한 막걸리 한잔을 하니.. 그동안 미루고 미뤘던 숙제를 한 기분이었습니다.

"아버님을 뵙고 나니 이젠 마음이 놓입니다. 얼굴도 많이 편해 보이시고.."

차 막히니 일찍 올라가라고 재촉을 했습니다.. 눈이 저절로 감겨서..

 

마음은 이것저것 챙겨 주고 싶은데.. 겨우 챙겨준 건 동네 어르신께서 주신 복숭아와 옥수수 그리고

텃밭에서 챙긴 호박하고 오이 고추뿐이라 마음이 좀 거시기했습니다.

그렇게 졸음이 쏟아지더니.. 막상 딸들이 올라가고 나니 잠이 오질 않더군요.

 

잠시 눈을 감으니 말괄량이 공주님이 마당에서 뛰어노는 게 보이고.. 딸들 수다가 들리는 듯합니다.

오랜만에 만나서 실수를 줄이려고 절주를 했는데.. 텅 빈 거실이 너무 적막해서 막걸리 한 병을 꺼냈습니다.

이제는 부실해진 기억력으로 앞으로 펼쳐질 수많은 표상들은 제대로 숙고할 틈도 없이 무심히 흘러가겠지요.

어쩌면 당연한 이치이고 현실이지만, 가족들에 대한 소중한 추억은 오래토록 간직을 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큰딸"아빠! 다음 달에 예서 생일인데 올 수 있으세요? "....

덜컹~"응! 당연히 가야지" 

막둥이 녀석"웬일이셔? 딸, 사위 생일은 안 챙기시면서 손녀 생일은 챙기시고~ㅎㅎ"   

 

네~참으로 무심한 아빠이고 장인입니다... 그렇다고 좋은 아빠, 장인이 될 자신도 없고..

그저.. 그냥 무심한 아빠, 장인으로 살아야지 별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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