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아들이 전화가 왔는데 진이하고 못살겠다 어쩌구저쩌구..
며느리도 전화가 와서 복이하고 못살겠다 어쩌구저쩌구..
이야기 들어보니 참 어이도 없고 철이 들 든 듯 한데 지들은 엄청 심각합니다.
'니들처럼 이혼하려면 나는 만 번도 더 이혼했겠다..' 하고 말았네요.
이 넘들이 결혼할 때 제가 '부부 싸움의 기술'에 대하여 진지하게 축사를 했는데
그걸 다 까먹은 모양입니다.
싸움의 기술을 아직 익히지 못한 듯하고요.
19년 10월 19일 결혼한 아들 내외의 결혼 축사를 주례마냥 앞에서 마이크 잡고 엄숙하게 한것이 있는데 옮겨 봅니다.
이 넘들이 혹시 다툰 후 싸움의 기술을 검색하다가 우연찮게 지 아비, 지 시아버지 결혼 축사가 툭 튀어 나와 놀래서 읽어 보고 되새김 좀 하기를 바라구요.
축사.
부족한 자식의 혼례식에 와 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는 앞에 있는 신랑 경규복의 아비 되는 경대현입니다.
요즘은 거의 주례사가 사라지고 부모의 덕담으로 이를 대신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은데 저도 이곳 귀한 자리에서 이들에게 축원의 말을 하게 되어 가슴 많이 떨리고 기쁩니다.
오늘 같은 날, 들어야 될 여러 가지 좋은 말씀들은 평소 많이 들었을 것이라 짐작이 되어,
저는 오늘 앞에 있는 새 부부에게 딱 한 가지만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제목은 '싸움의 기술'입니다.
살면서 부부가 어찌 싸우지 않을 수 있을까요?
앞으로 두 사람이 긴 인생길을 살아가면서 여러 가지 의견으로 부딪히고 엇갈릴텐테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싸움의 기술입니다.
서로가 잘 의논하여 앞으로 "우리 싸울 때는 이렇게 풀어 나가자"라고 방법을 꼭 정해놓길 바랍니다.
예를 들어 다투고 나서는, 짝수 날은 당신이 먼저 풀어주고, 홀수 날은 내가 풀어주게 하자든지..
아무리 심하게 싸우더라고 절대 해서는 안될 말, 금기어를 정해놓고 그것을 실천한다든지..
이렇게 하여서 '싸움의 기술'을 응용하여 '싸움의 지혜'로 만들길 바랍니다.
이제 막 결혼한 아이들한테 아비의 축사 치고는 조금 어설프지만 가장 현실적인 덕담으로 생각되어 한 말씀드렸습니다.
험한 세상,
이 세상에서 유일한 아군은 오직 당신뿐이라는 생각으로 서로 깊이 의지하고, 믿고, 사랑하길 바랍니다.
둘이서 행복하고 건강하게 잘 살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못난 부모를 만나 여러 가지로 부족한 곳에서, 건강하고 무탈하게 성장하여 이제 한 가정을 이루는 규복이.
그리고 새로움으로 만나는 우리의 소중한 가족, 수진이.
이들 부부에게 온 마음으로 축원을 그려 이들의 품 안으로 날려 보냅니다.
신이시여..
이 둘을 힘들게 하려면 나를 힘들게 하고,
이 애들이 아플 일이 있다면 나를 대신 아프게 하고,
이들이 다칠 일이 있다면 나에게 상처를 주세요.
그리고 신이시여..
살아가면서 혹시나, 혹시나..
이들이 죽을 운명의 신을 만난다면...
신이시여,
그땐 주저 마시고 꼭 저를 대신 데려가 주시길 바랍니다.
사랑한다.
너희 둘을 아낌없이 사랑한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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