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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과 그림

이모를 경배하라 - 이영혜




이모를 경배하라 
  
이영혜



“<급구> 주방 이모 구함”
자주 가는 고깃집에서 애타게 이모를 찾고 있다
고모(姑母)는 아니고 반드시 이모(姨母)다

언제부턴가 아줌마가 사라진 자리에
이모가 등장했다
시장에서도, 음식점에서도, 병원에서도
이모가 대세다
단군자손의 모계가 다 한 피로 섞여
외족, 처족이 되었다는 말인지
그러고 보니 두 동생들 집 어린 조카들도 모두
늙수그레한 육아도우미의 꽁무니를
이모 이모하며 따라다닌다
이모(姨母)란 어머니의 여자 형제를 일컫는 말이니
분명 이모는 난데
이모(二母), 이모(異母), 이모(易母)?

그렇다면 신모계사회의 도래가 임박했다는 것인데?
“이모, 여기 참이슬 한 병”을 외치는 도시유목민,
저 사내들의 눈빛이 처연하다
왁자지껄, 연기 자욱한 삼겹살집은 언제나
모계씨족사회의 한마당 축제날
젖통 출렁이며 가위를 휘두르고 뛰어다니는
절대 권력의 저 여전사,
싱싱한 사냥감을 토기 가득 담아내올 것 같아
나도 한 번
“이모 여기요”하고 손을 들어본다
바야흐로 여족장의 평화로운 치세가 시작되었다
이모를 경배하라!





서울대 치과대학원 졸업. 치의학박사.
2008년<불교문예>로 등단.







Comments

  • 하마 2011.05.31 12:3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희 직장 구내식당에도 이모가 셋있습니다. 모두 건강하게 생기셨습니다....ㅡ,.ㅡ;;
    어느날 후배녀석이 주방에 들어가 "이모 고추좀 주세요."했더니 가운데 이모가 큰소리로 "고추? 내가 고추가 어딨어?"........
    무안해서 얼굴이 홍당무가 된 후배녀석은 빈정상했는지 밥을 먹는둥 마는둥 시큰둥한 표정이었고
    우리들은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낄낄대고 밥알을 튀기며 웃었습니다. ㅎㅎㅎ^^
    예전엔 아줌마가 대한민국을 이끌어가더니 어느새 이모가 그 바통을 이어받았습니다.^^*
    맛난 점심드시고 멋진 하루되시기 바랍니다.~~

    • 순진한 분을 이모가 놀려 먹었네요..ㅎㅎ
      요즘 식당에 가면 호칭에 난감한 경우가 가끔 있습니다.
      아줌마라고 부르면 싫어할것 같고
      아가씨라고 부르면 실례일것 같고..
      그냥 우리 갱상도에서는
      보이소~~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마님 오늘은 6월 첫날입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한 한달 이어시길 빕니다..^^

  • 창파 2011.05.31 15:3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詩 라고 하기 보다는 요즘의 세태를 비꼬는 풍자에 가깝습니다..
    언제 부터인가 저의 주변에서도 고모라는 소리 보다 이모 라는 소리를 자주 듣습니다.
    저희 집도 마찬가지고 처갓집쪽을 둘러 봐도 처남 집에서 모이는 것 보다는
    처제의 집에 자주 모이는 경우가 보통입니다.
    그러다 보니 들리는 소리는 고모 소리는 없고 이모 이모!!~~
    명절이 되면 차례가 끝나기가 무섭게 아들과 며느리가 처갓집으로 떠나는 것이
    흉이 라기 보다는 당연한 것으로 보는 시절이 되였나봅니다..
    오늘은 어째 음악이 짜~~~안 하게 들립니다...

    • 저희도 처갓집쪽으로는 만만하게 자주 모이는 편이라
      술도 한잔하고 웃고 떠드는데
      형제들의 식구가 다 모이면 뭔가 약간 눈치를 차려야 하고
      말도 조심되고 그렇습니다.
      뒷탈도 간혹 생기구요..
      이해관계가 별로 없는 처가쪽은 아무래도 부담이 휠씬적어 그런가 봅니다.
      세월이 흘러 가면
      이모라는 호칭이 엄마 형제가 아니고
      동네 식당 아줌마나 잘 아는 이웃 아줌마의 대명사가 되지 않을까
      생각하여 봅니다..^^

  • modrige 2011.05.31 15: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요즘은 어떻게 된게 인물 좋은 사람들이
    모든걸 다 차지 해버리네요.
    학력 능력 미모 몸매 글빨등등....
    이분은 치과의사에다 시인...ㅎㅎㅎ

    • 글쎄 말입니다..ㅎㅎ
      메스컴에도
      가수인지
      탈렌트인지
      개그맨인지...
      의사일만 하여도 배가 따스할 것인데 말입니다..ㅎ

  • gosukgo 2011.05.31 16:2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식당 아줌마도 옆자석 손님이 이모라 부르니 양이 많은 반찬을 주거나 우리상에는 없던 것도 하나
    더 주곤 했던 것같습니다. 그러나 아가씨에게는 이모라 하면 않되겠지요.
    옷가게아줌마 옆집아줌마 엄마친구 일수노리아줌마 등등을 이모라고 부르는것이 자연스럽게 들립니다.
    그리고 이모네보신탕 이모네족발집 이모네칼국수 이모네국밥집 이모네떡집 이모네순대 이모네미용실 이모네포장마차.아이구 숨가뿌다.

    • 핵가족 시대라 달랑 외동 아니면 둘 낳고 마니
      여러가지 호칭 변경도 많아 질것 같습니다.
      일단 삼촌, 이모, 고모, 큰아버지, 외삼촌, 외숙모.. 이런 이름들이 모두 잊혀질 것 같습니다.
      그 이름들이 변모하여 이모는 식당 아줌마가 되고
      삼촌은 나이트 삐끼가 되고..
      어릴때 그렇게 정겹던 이모를 얼마전에 뵈오니
      참으로 많이 늙으신 모습에 울컥 하였더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