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넋두리

산밑 어귀, 나물파는 할머니를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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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립이나 국립공원 외, 그래도 지역에서는 이름이 알려진 산을 찾아 다니다 보면 등산로 초입에
그 마을에 거주 하는 할머니들께서 뒷밭이나 산에서 채취한 나물이나 채소등을 가져와 팔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전이라고 차린 것이래야  들고나온 종이 박스위에 다듬어 얹어논 나물과 채소 몇가지, 참기름 두어병,못난이 호박 한덩이..등등 모두 합쳐야 너댓뭉치가 오늘 팔아야 할 전부이다.
모두 해봐야 몇 천원, 아님 일이만원 정도 될것이다.



할머니 이것 팔아서 뭐 하시게요? 하고 물어보면,

- 영감 갈치도 한마리 사드리고 손주놈 오면 사탕도 사주고.. 하며 나름의 셈을 늘여 놓는다.

그럼 할머니 것은 안하시구요?

- 내야 뭘 해, 다 늙어서... 웃으시며 딴전을 피우신다..
................................................
도시에서 온 산객들은 무조건 100% 토종산인 이 나물들을 좋아한다.
제 아내도 마찬가지다.
하나 아내한테는 고약한 버릇이 하나 있다.
무조건 깎는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도, 옷가게에서도, 노점에서도.. 보기에 민망할 정도로 가격을 가지고 물고 늘어진다.
생글생글 웃어면서..

그날도 산행 후 토종 더덕을 캐다 팔고있는 할머니와 가격 트러블이 생겼다.
팔자10,000원, 사자8,000원으로 갭이 2,000원이나 되었다.
할머니 제시가격은 최후 9,000원으로 내렸지만 아내는 끝까지 8,000원이다.
결국 거의 빼앗다시피 8,000원에 사가지고 왔었다.

그날 저녁 더덕구이로 쏘주를 한잔 하면서 아내를 불러 앉혔다.

당신(아내)집에도 농사고,우리집에도 농사를 생업으로 하였었지?
당신 어릴때 농사일 거들어 보았나? 곱게 자라 잘 모르면 내가 설명하여 주지.
그럼 농사가 얼마나 힘드는 것인지 한번 이야기 하여 볼까?

이른 봄 보리밭에는 잡초가 보리보다 웃자라서 그놈 잡초 뽑는다고 허리가 휘어.
이윽고 보리가 누렇게 익어서 낫으로 베어 가지런히 눕혀 놓으면 그날 저녁 전신 만신이 따갑고
가렵지.
보릿고개 넘어 갈때 먹을것이나 있던가.. 아침에 삶아 논 보리쌀, 허공에 달아 매어 둔것 건져내어
풋읶은 고추를 된장에 찍어 냉수와 함께 마구 먹고...
도리깨를 밤낮으로 휘둘러 보릿자루에 양식이 담기면 그때 땟국 얼룩으로 한번 웃게되어.

지나가는 개 새끼도 정신없이 바쁜 촌동네 유월에는,
똥 거름 오줌 거름 마구 섞어 손으로 휘 휘 뿌려 모자리 논을 만들고
더운 숨을 몰아쉬며 사람보다 더 정신없는 누렁소한테는 내 먹을 보리밥도 섞어 보신시켜 가면서
먹이고, 진종일 땡볕에 .. 그것도 모자라 눈앞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컴컴한 밤까지 오직 논일을
하지 않았던가.
고무대야 깔고 앉아 종일 못찜을 꾸려내다 보면 어느새 거머리 몇이서  모자라는 내 피를 나눠먹고
논두렁콩을 심기 위해 온 두렁을 논 흙으로 싸 바르는 일은 또 얼마나 힘들다구..

손으로 모를 심는 사진은 멋진 풍경이지만, 한번 직접 한 마지기의 논에 모를 심어 보면 쌀 한톨을
절대로 버릴수 없지.
허리가 빠져 나가고 피가 꺼꾸로 솟구치는 행사를 근 보름 가까이 쎄빠지게 하여야 모내기가 마무리 돼지. 그런다고 다 끝나나.. 품앗이 받았던 것 다 갚아야 하는데... 이논 저논 다니면서 말이야..

또 그렇게 심은 모는 저절로 커던가.
하루에도 열번씩 내 논에 나가 물꼬를 단독이고
미운 잡초를 뽑아내는 일도 큰 행사로서 손가락에 갈퀴를 끼워 마구 휘저어며 종일 논물속을 기어
다녀야지.

봄 여름에는 논에만 붙어 있을 수도 없는 노릇 아니던가,
밭에 심어 둔 온갖 채소와 열매들은 내 몸 돌보듯이 눈을 떼지 못하고
한 순간이라도 내 것 아닌것처럼 시선을 돌려 버리면 그것들이 희한하게 나를 알아 폭삭 말라 죽어
버리지.
기차타고 가면서 콩밭 메는 아낙을 보면 정말 한폭의 그림인데...
그러나 8월 땡볕 아래 콩밭에 쪼그리고 진 종일 호미질을 하는 아낙의 입장이 되어 보라. 사하라
사막 250km 마라톤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것이야.
....................
농사가 얼마나 힘든 노동인지 더 이야기 하지 않아도 알겠지?
물론 요즈음은 이와는 다르게 많이 쉬워졌지.그래도 농사는 달라..
 
이제 내가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지 알것이야...
농사로 지은것은 절대로 가격을 깎아서는 안돼.
특히나 연세많은 어른들이 어렵게 가꿔 나온 것일수록...
왜냐하면 그분들의 혼과 정성이 그곳에 고스란히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야.

알았지?

- 알았어요..그래도 ....

그래도는 뭔 그래도야... 절대 앞으로는 깎지마.

- 근데..?

뭔 근데는 또 왜?

- 왜 자꾸 애한테 이야기 하듯이 그래요? 내가 애여요 !
..............

갑자기 스토리가 농산물 깎지 말라는데서 마누라 취급을 우습게 한다는 쪽으로 바뀌어 졌다.
이때 눈치 빠른 남정네들은 대강 후퇴 할 줄 알아야 한다..

그 때 가장 하기 좋은 말이 ..

자 이제 그 얘기는 그만하고 밥먹자....(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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