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라(修羅) - 백석(白石)
거미새끼 하나 방바닥에 나린 것을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문밖으로 쓸어버린다
언제인가 새끼거미 쓸려나간 곳에 큰 거미가 왔다
이렇게 해서 아린 가슴이 싹기도 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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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라(修羅) : 아수라(阿修羅)는 싸우기를 좋아하는 귀신으로서 이걸 줄여서 수라(修羅)라고도 하는데 아수라왕이 제석천(帝釋天)과 싸우는 장소를 아수라장(阿修羅場)이라 하며 요즘은 큰 혼란에 빠진 장소를 일컷기도 하지요. 위 詩는 거미 가족의 붕괴에 빗대어 당시의 시대상황(1930년대)인 일제 치하에서 가족 공동체가 붕괴된 민족의 현실을 그린 詩입니다.
※ 백석(白石) : 1912∼1996. 평안북도 정주(定州) 출신으로 본명은 기행(夔行). ‘白石(백석)’과 ‘白奭(백석)’이라는 아호(雅號)가 있었으나, 작품에서는 거의 ‘白石(백석)’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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