넋두리

가끔은 다람쥐처럼 잊자

두가 2021. 12. 14.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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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코로나 부스터샷 3차 접종을 했습니다.

두 번에 걸쳐 AZ로 맞았는데 이번에는 모더나로 쿡 찔러 주더군요.

첫 타임으로 주사 맞고 곧장 산행 계획으로 배낭에 등산복으로 들렸는데 의사님이 오늘은 절대 무리하지 말고 샤워도 하지 말고 푹 쉬어야 된다고 하네요.

그것까지는 한쪽 귀로 흘려 들었는데 주사 놔준 간호사가 다시 한번 귓가에 대고 소곤거립니다.

오늘은 절대 안정을 취해야 해요. 알겠지요?

 

산행 취소. ㅠ

집으로 들어와 넷플릭스 영화관에 심취할까 하다가,

책장을 보니 낯익은 책이 보입니다.

오래전 한번 읽고 느낌이 참 좋아 그대로 꽂혀 있는 책...

(2~3년에 한 번씩 책장 정리하면서 눈밖에 벗어난 책들은 시골에 가져다 놓는답니다.)

제목은 '삶이 내게 무엇을 묻더라도' 방송작가 김미라가 쓴 책입니다.

 

모처럼 느긋하게 책에 한번 빠져 봅니다.

한낮 이렇게 고요해본 경우가 얼마만인지..

정독을 하지 않아도 되는 책이라 가볍게 읽다가 잠시 빠졌는데 그중 머리에 쏙 들어오는 한 곳이 있어 옮겨 봅니다.

 

 

 

 

 

가끔은 다람쥐처럼 잊자

 

다람쥐가 도토리를 묻고 잊어버리기 때문에 숲은 울창해진다.
잊는 것도 힘이 된다.
상처를 묻고 잊어버리면 푸른 숲이 되고,
혹시라도 다시 찾아내면 마른 대추처럼 줄어 있을 테니...​

​숲에 참나무가 많은 이유가 있다.
건망증 심한 다람쥐 때문이다.
다람쥐는 도토리를 주울 때 하나는 먹고, 하나는 땅속에 묻어둔다고 한다.
양식을 비축하는 엄숙한 작업이다.

그런데 다람쥐는 건망증이 심해 도토리를 어디에 묻어 두었는지를 기억하지 못한다고 한다.
덕분에 땅속에서 겨울을 난 도토리가 싹을 틔워 숲을 푸르게 한다.
다람쥐의 건망증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무성한 숲을 갖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잊는 것도 힘이 된다.
정말 잊기 힘든 일이 있다면 다람쥐처럼 삶의 어느 구석에 묻어두자.
아픔이 희미해질 때쯤 꺼내어 보면 그것이 대수롭지 않은 것이었음을 알게 될지도 모른다.
운 좋게도 다람쥐처럼 어디에 묻어두었는지를 잊는다면, 한알의 도토리 같은 아픔이 새싹을 틔울 것이다.

 

그러니 다람쥐처럼 묻어버리고 다람쥐처럼 잊자. 때로는 잊는 것이 새로운 날을 위한 가장 강력한 씨앗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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