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별 가족의 글

영양제 타령 ~~

쏭빠 2022. 9. 28.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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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딸들 방문 시 막내딸은 저를 보자마자 하는 말이..

"아프면 전화를 해야지 왜 혼자 앓고 있어요? 맨날 괜찮다고 거짓말만 하고.."

결국 눈물을... 에휴~ 막둥이 녀석 달랜다고 싹싹 빌었습니다.

 

그날 딸들에게 잔소리도 많이 듣고, 영양제도 많이 받았습니다.

휴~ 저 많은 영양제들을(냉장고에도 가득) 한동안 꾸준하게 복용할 생각을 하니 아찔합니다.

다음에 내려오면 저 많은 영양제의 수량을 일일이 체크를 할 텐데... 벌써부터 걱정입니다.

 

그나저나 저 수많은 영양제와 건강보조식품을 왜 만들까요?

많은 수요가 있으니 수많은 회사들이 엄청난 시장을 석권하려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물론 음식만으로는 중요한 영양성분을 다 채우지 못한다 걸 많은 분들은 알고 있습니다.

 

문제는 부족한 영양 성분을 약이나 보조식품으로 완벽하게 채울 수 있다고 믿는 대다수 사람들은 아닐까요?

글쎄요~제가 전문가가 아니오니 반박을 할 능력은 없어서 이쯤에서 접습니다.

(늘 불리하다 싶으면 접는 버릇... 양해 부탁드립니다~)

 

워낙 마른 체질이라서 살찌는 영양제가 있다면, 복용은 하고 싶은 마음은 있습니다만..

어린 시절 "원기소"가 유일했던 영양제로 기억이 납니다.

차츰차츰 더 세련된 제품으로 진화를 하더니, 요즘은 외우기도 힘들 정도로 수많은 제품들이 쏟아집니다.

 

초등학교 시절인가?

요즘은 흔하지만 그 당시에는 요구르트는 부잣집 어린아이들만 먹는 영양 보조식품으로 알았습니다.

저도 건강보조 기능식품의 효능을 어느 정도 인정을 합니다.

어렵던 시절을 거쳐오면서 우리 세대의 두뇌는 오로지 건강만을 사유하는 콤플렉스가 만들어졌다고 봅니다.

결핍된 영양 콤플렉스와는 또 다른 형태의 콤플렉스로 후손들에게 나도 모르는 사이에 대물림을 하는 건 아닌가..

저 많은 영양 보조식품을 바라보다가.. 잠시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 모처럼 지인분과 함께 삽교의 유명하다는 소머리 국밥 식당에서

푸짐하게 국밥을 먹었더니 배도 부르고, 마음마저 평안하니..

잠도 오지 않는다는 핑계로, 컴퓨터 앞에 앉아 인생 타령이나 해 볼까 합니다.

 

일전에도 몇 번 주절거렸지만, 저는 버킷 리스트라고 딱히 내세울만한 게 없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겠다는 목표 설정보다는..

생활에 여유가 있던 없든 간에 제 곁을 무심하게 스쳐간 시절과 시대를 관찰해보고는 싶습니다.

 

먹고살려고 허덕거리고, 소소한 쾌락에 끌려다니고, 한 줌의 꿈에 끌려다닐 때....

내 곁으로 과연 어떠한 시대, 어떠한 존재가 흘러갔을까.. 그것이 몹시 궁금합니다.

기억도 희미하지만, 기록으로 남길 재간도 없어서 엄두를 못 냅니다만..

 

늘 미욱하게 살다만 보니.. 미처 바라보지 못한 삶의 대하(大河) 속에... 이미 효용은 지났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기까지 흘러온 세상의 물결을 뒤적여 이 시공간 흐름의 배후에서..

객기 넘치던 시절의 나를 안심케 한 그 존재는 누구인지 알아보는 시간을 잠시라도 가져보고 싶습니다.

 

내가 그 존재를 알 수만 있다면, 남은 생에 대하여는 관심도, 걱정도 덜할 것 같습니다.

오늘.... 아버님과 술 한잔 하면서 그 존재가 혹시 부모님은 아니신지 여쭤봐야겠습니다.

 

아버님! 

따듯한 밥.. 늘 좋아하시던 인절미와  막걸리도 넉넉한 게 준비를 했습니다.

지금 어린 손녀들을 안고 찍으신 아버님 사진을 보니.. 마치 제가 그 자리에 앉아 있는 듯합니다.

그런데 아직도 아버님께 부탁을 드릴 인생의 숙제가 남아 있다는 걸 보면..

아직도 저는 철이 덜든 아버님의 영원한 막내아들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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