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
2007. 6. 8.
짝 잃은 거위를 곡(哭)하노라 - 공초(空超) 오상순(吳相淳)
내 일찍이 고독의 몸으로서 적막과 무료의 소견법(消遣法)으로 거위 한 쌍을 구하여 자식 삼아 정원에 놓아 기르기 십 개 성상(十個星霜)이거니 올 여름에 천만 뜻밖에도 우연히 맹견의 습격을 받아 한 마리가 비명에 가고, 한 마리가 잔존하여 극도의 고독과 회의와 비통한 나머지 음식과 수면을 거의 전폐하고 비내리는 날, 달 밝은 밤에 여윈 몸 넋 빠진 모양으로 넓은 정원을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동무 찾아 목메어 슬피 우는 단장곡(斷腸曲)은 차마 듣지 못할러라. 죽은 동무 부르는 제 소리의 메아리인 줄은 알지 못하고 찾는 동무의 소린 줄만 알고 홀연 긴장한 모양으로 조심스럽게 소리 울려 오는 쪽으로 천방지축 기뚱거리며 달려가다가는 적적(寂寂) 무문(無聞), 동무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을 때 또다시 외치며 제 소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