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
2019. 10. 24.
늙은 꽃 - 문정희
늙은 꽃 문정희 어느 땅에 늙은 꽃이 있으랴 꽃의 생애는 순간이다 아름다움이 무엇인가를 아는 종족의 자존심으로 꽃은 어떤 색으로 피든 필 때 다 써 버린다 황홀한 이 규칙을 어긴 꽃은 아직 한 송이도 없다 피 속에 주름과 장수의 유전자가 없는 꽃이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더욱 오묘하다 분별 대신 향기라니 술을 목 언저리까지 담고 이 詩를 읽는데 갑자기 목이 멘다. 이유가 뭘까? 세월을 넘기기 전에는 세월 속에는 절대 묻히지 않는 청춘이라 장담했었고 아득히 먼 나라는 오지 않는다고 했었다.. 불내, 불내, 不重來 ... 그때 어른들의 말이 맞았는데.. 나도 그 뒤풀이를 하고 있다니.. 이런... 그런데, 진한 향기 한자락 남기고 미련 없이 사라지는 꽃에서는 오직 청춘밖에 없다. 늙은 꽃은 절대 없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