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

(詩) 아야진 - 박봉준

두가 2021. 8. 6.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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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을 생각할 때마다
입술에 먼저 붙는 말

 

아야 아야

 

늙은 부모는

아프시지 않은지


눈물이 난다

 

 

 

 

 

 

 

고향은 누구나 그리움의 대상이고 생의 마지막 종착역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 듯하다. 인간들뿐만 아니라 연어나 송어 등 회귀성 어류들의 목숨을 건 여정을 보면 숙연해질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펜션 바람으로 요즘 텔레비전에서 자주 등장하는 동해안 영북지역의 아야진은 내 고향이다.

 

아름다운 풍경도 좋지만, 그곳에서 자란 우리는 변화무쌍한 바다만큼 사연도 많고 이야깃거리도 많다. 한국전쟁 중에 부모님이 북에서 피난을 나와 잠시 정착한 곳이다. 피난민들이 대부분 그랬듯이 내 고향 부모님들도 누구나 할 것 없이 억척스러운 삶을 사셨다.

 

피난민이 더 많은 어촌이고 경제성장을 거치면서 젊은이들이 썰물처럼 도시로 빠져나가 지금은 고령화된 한국의 여느 농어촌과 다름이 없다. 원래는 『애기미』라는 지명이었으나 일제강점기에 포구의 지형적인 모양을 따서『아야진 我也津』이라는 발음이 좀 특이한 지명으로 개명되었다.

 

고향을 생각할 때마다 죽음과 고독과 노인성 질환에 시달리는 부모님들이 내 부모님 같다는 생각에 늘 가슴이 저리다. 가정을 지키고 자식들을 키우기 위해 치열하게 사셨던 고향의 부모님들, 그래서인지 고향의 이름을 떠올릴 때마다 이름만큼이나 아픔과 그리움이 배가되어 눈물이 난다. (시인 박봉준의 글)

 

 

 

 

사진은 김용석 작가님의 작품으로 '어머니의 이름으로'란 제목으로서 '우리 어머니 글과 사진전'에 전시된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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