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일기

백제의 미소, 서산 마애여래삼존상

두가(duga) 2022. 6. 8.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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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서산에는 이전에 백제 땅으로서 불교가 융성했을 당시 여러 곳에 큰 절이 많았답니다.

그중 하나가 현재는 절터만 남아 있는 사적 제316호 보원사지(普願寺址)가 있습니다.

1959년 봄,

부여박물관 관장이었던 홍사준은 이곳 보원사지에 발굴 조사를 나왔다가 인근에 뭔가 다른 유물이 없을까 하고 동네 사람들 수소문을 하고 다녔는데 한 주민이 인근 산에 웃고 있는 산신령이 조각되어 있고 그 옆에 그의 마눌들도 같이 새겨져 있다고 하는 이야기에 한달음 찾아간 곳이 바로 오늘날 '백제의 미소'로 널리 알려진 국보 제84호 서산 용현리 마애여래삼존상(瑞山 龍賢里 磨崖如來三尊像)입니다.

1,500년 동안이나 산속에 묻혀 있다가 새롭게 세상에 빛을 보게 된 날이구요.

 

오래전 이곳을 한번 찾아보고(이곳) 늘 그 미소가 보고 싶어 다시 한번 오고 싶었는데 이번에 마침 가야산 산행을 마치고 하루 더 시간이 생겨 이곳을 들렸답니다.

거의 두어 시간 아이와 이곳에 머물며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중용의 아름다움'에 흠뻑 빠져 보았답니다.

 

우리 문화재는 거의 한문으로 되어 있어 마애여래삼존상(磨崖如來三尊像)이란 어려운 글자를 접하는 청소년이나 아이들은 조금 난해하지 않을까 생각도 든답니다.

그냥 알아보기 쉽게 '바위에 새겨진 세 부처님' 이렇게 해 두면 얼마나 좋을까요.

이곳 용현마을의 '바위에 새겨진 세 부처님'은 풍부한 입체감과 독특한 미소로 유명하답니다.

 

가운데 주불은 전체 높이 2.8m의 석가부처님이고 정면에서(사진 상) 좌측이 과거에 석가모니가 부처가 될 것을 예언한 제화갈라보살, 우측의 한쪽 다리를 반대편 다리에 걸쳐 반가자세를 하고 있는 부처님은 중생을 제도하는 미륵불로 보입니다.  제화갈라보살을 관음보살로 지칭하는 학자도 있답니다.

반가사유를 하고 있는 미륵불의 얼굴과 팔이 조금 떨어져 나가 정말 아쉬운 맘이 들기는 하지만 1,500년이란 긴 세월 동안 이 정도로 온전하게 유지가 되어 있다는 것도 기적과 같은 일이 아닐까 합니다.

 

 

여행 일시 : 2022년 6월 6일

 

 

그리움의 부처..

아련한 그 미소가 너무 그리워 다시 찾아왔습니다.

 

 

백제의 미소를 찾아가는 길.

비가 부슬부슬 내립니다.

전날 가야산 산행 후 차박하고 다음 날,

운산면 어느 도로변에 있는 작은 공원에서 라면 두 개 끓여서 아침 식사.

옆 논에서 깨꿀이가 깨꿀깨꿀....

 

 

삼존상 앞 용현계곡 주차장 도착.

아직도 비가 계속 내려 일단 조금 기다려 보기로..

화장실에서 세수도 하고 이빨도 닦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비가 살풋 그치는 것 같습니다.

 

 

주차장에서 삼존상까지는 약 5분 정도 걸어 올라가야 합니다.

빗길에 돌계단이 미끄러워 조심.

 

 

삼존불 가기 전 관리소가 있구요.

 

 

관리소 앞 불이문을 지나 

 

 

다시 조금 더 산길을 오르면,

 

 

앞쪽으로 높게 쌓은 석축이 보이고 그 아래 부처님 머리가 살짝 보입니다.

 

 

세 분의 부처님을 만났습니다.

백제 후기 작품으로 알려져 있는데 대략 서기 500년대쯤..

1,500년 이상을 품어 지낸 미소.

지율이도 특별한 부처님의 미소에 한참을 마주 보고 있습니다.

 

 

처마처럼 튀어나와 있는 바위가 눈비에 부처님을 보호하고 있네요.

 

 

친근감으로 다가오는 세계

법당 안에서 만나는 근엄한 부처와는 완전 다른 느낌으로 마주 보며 미소를 지어 봅니다.

당신이구려...

우리가 보고 싶던 부처가.

 

 

 

 

 

 

 

 

1,500년은 찰나의 시간으로는 짧지만 우리 미욱한 인간에게는 아주 긴 세월.

어떻게 당신은 한 번도 그 미소를 버리지 않았습니까?

 

 

 

 

 

온화하다고 느끼면 포근해지고,

은은하다고 느끼면 그윽해지네.

다시 넉넉하다고 느껴지는 순간 당신을 나를 감싸 입을 맞추네.

 

 

 

 

 

과거불인 제화갈라보살과 미래불인 미륵불 그리고 현재의 내 원풀이를 담당하는 가운데 주불인 석가부처님.

 

 

이전에 이곳 마애불을 보호한다며 전각을 씌워 입혔는데 백화와 습기 현상으로 곧 철거했다고 합니다.

아마 그 자국 같네요.

 

 

현재는 앞에 금줄 하나와 감지기, 그리고 CCTV만 설치되어 있습니다.

여느 돌부처와는 달리 아직도 손때 하나 묻지 않았는데 이 또한 우리의 자부심으로 여겨지네요.

 

 

다른 여러 사람들이 올라왔다 내려 간 시간 한참 동안을 머물며 아이에게 설명도 하고 쳐다보며 웃기도 했는데 아이는 이 미소를 오래오래 기억하길 바라 봅니다.

 

 

삼존불상 구경하고 내려와서 바로 인근에 있는 보원사지를 들려 봤습니다.

뭔가 마애여래삼존상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생각이 되는데 아직까지 밝혀진 건 없는 모양입니다.

 

 

창건 연대가 정확하지 않지만 백제의 유물이 발견된 것으로 봐서 백제시대의 절이 아니었을까 추증을 하고 있답니다.

폐사 시기도 확실치 않은데 임진왜란이 원인으로 짐작이 되구요.

 

 

폐사지이지만 국가 보물이 여러 점 있습니다.

그중 하나인 5층 석탑.

석탑의 층수 확인은 지붕이 몇 개인지 확인하면 된답니다.

 

 

 

 

 

석조비로자나불좌상인데 이곳 보원사지 금당지 뒤쪽에 있던 것을 마애삼존불 전각 입구에 가져다 두었는데 어떤 도적이 훔쳐 가 버렸습니다.

이 불상은 그 형태를 본떠 만든 것이구요.

 

 

보원사지는 현재 불사 중인데 임시 법당에 마련된 철조여래좌상.

이것도 진품은 국립중앙박물관에 있고 현재 부처님은 모조 철조불입니다.

 

 

철조 부처님이 흔치 않은데 고려시대에는 많이 만들어졌다고 하네요.

약간 인도풍의 모습이 느껴집니다.

 

 

아주 널찍한 사지를 보면서 그 시절의 위용이 상당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비가 왔다 갔다...

 

지율아 이제 가자.

집으로 가요?

아니 영동 할부지 집으로 갈까?

와! 좋아요. 하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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