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별 가족의 글

자연을 벗 삼는 순간에도..

쏭빠 2022. 6. 29.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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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우체국에 갔더니 12시 30분부터 1시 30 분까지 식사 시간이더군요.

주변을 어슬렁거리다가 오랜만에 공중전화를 보았습니다.

무심히 지나치는데 깨진 유리와 거미줄을 보고 세월의 무심함을 느꼈습니다.

 

 

훌쩍 35 년 전으로 돌아가 봅니다~~

토요일(그 당시 오전만 근무) 근무가 끝나자마자 동료들 술 유혹을 뿌리치고

약속 장소로 가던 중에 교보문고에 들려서 그녀에게 줄 생일 선물로 책 한 권을 구입했습니다.

 

늘 만나던 다방에 도착을 하여 즐겨 앉았던 창가 쪽에 앉아서 기다립니다.

그녀를 기다리는 동안 짧은 문구의 생일 축하 편지를 써서 책갈피에 넣어 둡니다.

 

월 말이라서 그런가? 30 분이 지났는데도 오지를 않습니다.

1 시간 이 흘렀나.. 그녀의 회사로 전화를 했지만 아무도 받지를 않습니다.

2 시간이 지나니 화가 나다가.. 걱정이 됩니다.. 점점 더 초 초해집니다.

혹시 무슨 사고가??.. 기다리다 지쳐서 카운터에 메모를 남기고 결국 그녀의 집으로 향했습니다.

 

그녀의 집은 이층으로 일층에 슈퍼를 했는데.. 웬일인지 슈퍼문이 닫혀 있더군요.

옆집 문방구 아주머니에게 여쭤보니.. 큰 아들이 교통사고로 병원에 가셨다고 합니다.

늦은 저녁에 그녀에게 상세한 내용을 전화로 들은 후 안심을 했습니다.

그다음 날 다방에서 만난 그녀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듣는 순간... 생일 선물로 산 책이 생각났습니다.

다방 카운터에서 혹시나 하고 물어보았으나.. 역시나였습니다.

 

그 당시는 친구나 여자 친구와 약속을 해도 상대가 늦으면, 연락을 할 방법이 딱 히 없던 시절이었습니다.

나중에 삐삐가 나와서 벨트에 차고 다니다가 시티 폰으로 바꾼 기억이 납니다.

초창기 핸드폰은 고가라 일반인들은 구입을 하기 힘들었고 통화 품질도 좋지 않았습니다.

제일 만만한 게 공중전화였고, 장거리 전화는 비싼 요금으로 간단하게 통화를 했습니다.

 

걸으면서 통화도 하고..

지도책 대신에 전화기로 길을 찾고..

은행을 가는 대신에 전화기로 돈을 받고, 보내고..

이제는 핸드폰 없으면 단 하루도 제대로 생활을 하기 힘든 세상입니다.

 

제가 친구들이나 지인들에게 자주 듣는 잔소리가.."왜 전화를 안 받냐?"입니다.

복돌이랑 산책을 하거나, 텃밭에서 어영부영할 때도 핸드폰을 거실에 두고 나갑니다.

운전 중에는 전화를 절대 받지를 않습니다. 이어폰도 챙기기 귀찮아서 지참을 안 합니다.

한적한 곳에 주차를 한 후에 통화를 하거나 카톡 내용을 확인합니다.

그러다 보니 가끔 딸들에게 잔소리를 듣곤 합니다만 그러려니 합니다.

 

오히려 하루 종일 핸드폰을 들고 있는 친구나 지인분들을 뵈면 안쓰러운 생각이 듭니다.

이제는 모두가 핸드폰 노예가 되었구나.. 그런 생각에..

물론 핸드폰이 실생활에 무척 중요한 물건인 건 인정을 합니다.

하지만 분, 초를 다투는 직업인도 아닌 저는 좀 느긋한 편입니다.

정말 급한 일이면 전화를 하겠지.. 합니다.

 

 

핸드폰에 대한 제 시선은 좀 냉정한 편입니다.

잠을 자면서도 베개 옆에 두고, 밥을 먹으면서도 수시로 핸드폰을 쳐다보고..

심지어 위험한 횡단보도에서도 핸드폰에 집중을 하고 걷는 젊은 친구를 보면 아찔합니다.

이런 게 정상적인 삶의 자세일까요..?

 

소중한 정보를 확인을 하거나, 중요한 업무를 할 때 집중을 하는 건 100% 이해를 합니다.

하지만 걷거나 산행 중에 핸드폰을 꼭 들고 다니는 분들은 이해가 안 됩니다.

운동이나 산행 중에는 자신의 콧구멍으로 들어오는 신선한 바람도 느끼고..

핸드폰은 가방이나 배낭에 넣고, 자신의 발걸음이나 세어 가면서 걷는 게 좋지 않을까요?

 

물론 제가 핸드폰의 위력이나 편리성을 부정하는 건 아닙니다.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 내고 발전을 시켰지만, 핸드폰이 내 삶의 중심이 된다는 건 거절을 합니다.

생활의 필수품이지만 가끔은 거리를 두곤 합니다.

모르는 곳을 찾아갈 때는 도로 안내판을 보고 가거나.. (못 찾으면 그때는 사용)

잠을 잘 때는.."자네도 하루 종일 수고했으니 거실에서 푹~주무시게" 하면서 폰을 끕니다.

 

가끔이라도 핸드폰에서 잠시만 거리를 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일요일 가야산 산행 중에 앞서서 가시는 분이 핸드폰을 꼭 쥐고 오르시더군요.

장중하고도 신비로운 생명의 힘을 인간의 생명 안에 불어넣어 준 것은 자연은 아닐까요?

 

 

 

자연을 벗 삼는 순간에도 세상과의 끈을 놓지 못하는 그분을 보고 잠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잠시라는 틈에 대한 소중한 가치를 모르고 사는 우리들...

잠시라는 순간에도 습관적으로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는 나.. 

무수한 세상 정보에 대한 탐색의 욕구를 버리지 못하는 우리들..

잠시라도 핸드폰과 멀어지면 초초해하는 우리들..

 

공중전화 앞에서 길게 줄 서서 앞사람 통화가 끝나기를 기다리던 시절..

전화기가 없어서 구멍가게에서 전화를 걸던 시절..

할머니에게 안부를 전 하려면 편지뿐 이던 시절이 가끔은 그립기도 합니다.

 

번쩍하더니 우당탕 쿵~

근처에 벼락이 떨어졌는지 거실 창문이 떨릴 정도입니다.

오늘 밤은 막걸리 도움 없이는 쉽게 잘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적당히 내렸으면 좋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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