넋두리

서정주의 詩 춘향유문(春香遺文)

두가 2024. 3. 7.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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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순정(純情)이란 말을 참 좋아한답니다.

누가 만든 단어인지는 모르겠는데 이 단어의 용도는 대개 남녀 간입니다.

그리고 거의 애정을 가진 관계에서 사용이 되고 있지요.

 

입으로 사용을 하는 단어라기보담 마음으로 사용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새 봄에 이제 막 돋아 나는 여린 잎사귀가 햇살을 그리는 느낌이고,

보지 않아도 보이고.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그런 마음이 순정이 아닐까 합니다.

닳고도 낡은 저한테는 묵은 단어이지만 그래도 참 좋아 합니다.

 

그리고 성격이 그래서 그런지 아님 맏이라서 그런지

의리, 맹세, 약속, 언약.... 이런 말들에 대한 무게를 남달리 생각한답니다. 

그런데, 살아가면서 숱하게 많은 약속을 하게 되는데 아마도 반 정도는 못 지키는 게 인생인 것 같네요.

자기와의 약속, 상대와의 약속, 신과의 약속...

잘 지키지 못하는 약속이지만 약속에 대한 집념은 버리지 말아야 할 것 같습니다.

늘 반성하는 인생이지만 후회하는 인생은 되지 않아야 할 것 같고요,.

 

순정과 언약에 관하여 거의 부합이 되는 詩 하나가 떠 올라 저를 되돌아보며 연관을 시켜 봤답니다.

 

너무나 많이 알려져 있는 詩..

서정주의 詩 '춘향유문(春香遺文)'입니다.

 

유문(遺文)이란 유서나 유언과 같은 의미로 이 시는 춘향이가 변사또의 수청을 거절하고 감옥에 갇혀서 죽을 날만 기다리며 그리운 낭군인 이몽룡한테 남기는 마지막 말들입니다.

씹을수록 단맛이 느껴지는 그런 詩이지요.

 

 

 

안녕히 계세요.

도련님.

 

지난 오월 단옷날, 처음 만나던 날.

우리 둘이서 그늘밑에 서 있던

그 무성하고 푸르든 나무같이

늘 안녕히 안녕히 계세요.

 

저승이 어딘지는 똑똑히 모르지만,

춘향의 사랑보단 오히려 더 먼

딴 나라는 아마 아닐 것입니다.

 

천 길 땅 밑을 검은 물로 흐르거나

도솔천의 하늘을 구름으로 날더라도

그건 결국 도련님 곁 아니어요?

 

더구나 그 구름이 소나기 되어 퍼블 때

춘향은 틀림없이 거기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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