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

이용악의 오랑캐꽃

두가 2024. 7. 7.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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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랑캐꽃

이용악

 

 

 

긴 세월을 오랑캐와의 싸움에 살았다는 우리의 머언 조상들이 너를 불러 ‘오랑캐꽃’이라 했으니 어찌 보면 너의 뒷모양이 머리태를 드리인 오랑캐의 뒷머리와도 같은 까닭이라 전한다―

 

아낙도 우두머리도 돌볼 새 없이 갔단다

도래샘도 띳집도 버리고 강 건너로 쫓겨 갔단다

고려 장군님 무지 무지 쳐들어와

오랑캐는 가랑잎처럼 굴러 갔단다

 

구름이 모여 골짝 골짝을 구름이 흘러

백년이 몇 백 년이 뒤를 이어 흘러갔나

 

너는 오랑캐의 피 한 방울 받지 않았건만

오랑캐꽃

너는 돌가마도 털메투리도 모르는 오랑캐꽃

두 팔로 햇빛을 막아줄게

울어보렴 목 놓아 울어나 보렴 오랑캐꽃

 

 


 

 

전라도 가시내와 함께 이용악의 대표시입니다.

시에 나오는 오랑캐꽃은 봄날 흔하게 볼 수 있는 제비꽃을 일컫는 것이구요.

이 시에서 시인은 오랑캐꽃의 의미를 시 말미에 붙였는데 시집에 올리면서 시 서두로 옮겨 두었답니다.

시에서 오랑캐는 여진족이고 여진족을 정벌한 고려 장군은 윤관입니다.

 

이 시는 특이하게도 고려에 쫒기는 오랑캐의 모습을 동정하고 있습니다.

비록 고려가 우리 선조이고 여진족은 이민족이지만 어느 곳이나 약자나 쫒기는 자의 심정은 비슷할 것입니다.

시에 등장하는 도래샘이나 띳집, 돌가마, 털메투리등은 모두 여진족의 일상에 있던 것들입니다.

 

마지막 연에 나오는,

울어보렴 목 놓아 울어나 보렴 오랑캐꽃..

울고 싶은 사람. 슬픈 사람을 누군가 껴안아 같이 목놓아 울고 싶은,

그런 기분을 시는 전해주고 있네요.

 

 

 

김홍도의 황묘농접도(黃猫弄蝶圖)에 나오는 오랑캐꽃(제비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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