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 무흘구곡(회연서원과 봉비암, 한강대, 무학정, 선바위)
흐린 날, 명절 앞두고 아버지 산소에 들렸다가 기분이 싱숭하여 차를 몰고 특별한 목적지 없이 달렸는데 앞에 무흘구곡이 나오네요.
이전부터 가을에 한번 걸어봐야지 했던 곳이라 되돌아서 1곡인 봉비암(회연서원)부터 들려서 구경하고 성주땅인 4곡 입암(선바위)까지 둘러봤답니다.
이후로 5곡부터는 김천땅인데 이곳은 다음에 찾아 보기로 하구요.
옛날 중국 송나라 주자학의 대가였던 주자(朱子)가 복건성 무이산에 있는 9 굽이 계곡의 아름다움에 반하여 무이구곡가(武夷九曲歌)를 지었는데 이를 동경하던 우리나라 조선의 유학자들이 우리나라 안에서 이런저런 구곡(九曲)이란 이름으로 계곡 명칭을 붙였는데 대표적으로는 율곡 이이의 고산구곡(高山九曲), 퇴계 이황의 도산구곡(陶山九曲)이나 선유구곡(仙遊九曲), 송시열의 화양구곡(華陽九曲)등이 있답니다.
이와 비슷하게 조선시대 성주 출신 학자였던 한강(寒岡) 정구(鄭逑)란 분이 고향인 이곳 성주에 낙향하여 대가천 계곡에 아름다운 장소 9곳을 지명하여 붙인 이름이 무흘구곡(武屹九曲)..
김친시의 소개글에서는 다음과 같이 되어 있네요.
"성주군에 1~4곡이 있고, 김천시 증산면에 5~9곡이 있다. 무흘구곡의 총길이는 35.7km로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에서 가장 긴 구곡이다."
무흘구곡은 제1곡 봉비암(鳳飛巖), 제2곡 한강대(寒岡臺), 제3곡 무학정(舞鶴亭), 제4곡 입암(立巖), 제5곡 사인암(捨印巖), 제6곡 옥류동(玉流洞), 제7곡 만월담(滿月潭), 제8곡 와룡암(臥龍巖), 제9곡 용추(龍湫)으로 이름이 붙여져 있습니다.
오늘 들려본 곳은 1곡에서 4곡까지 성주땅입니다.

여름에 물놀이하기 좋은 곳이자 겨울 설경이 아름다운 곳.
그런 무흘 구곡은 어중간한 계절에 찾았네요.
가을 단풍이 들면 참 예쁠 것 같습니다.

무흘구곡을 한눈에 볼 수 있게 소개한 위와 비슷한 지도가 없네요.(이 지도는 한국일보에서 소개한 것입니다.)
반쯤은 성주땅이고 반쯤은 김천땅이나 어느 지자체에서도 한 발 앞서기가 싫었나 봅니다.
이곳을 트레킹 장소로 찾거나 드라이브로 즐기려고 했던 분들한테는 별 것 아니지만 참 요긴한 안내도인데 두 곳 지자체에서 그것 하나 만들어 두지 않았다는 게 조금 아쉽습니다.

1곡인 회연서원 입구에는 영남제일승지 무흘구곡을 새긴 커다란 돌비석이 있습니다.
이곳 옆이 회연서원이자 1곡 타이틀인 봉비암이고요.

회연서원 입구에 커다란 안내판 아래쪽 한 귀퉁이에 이렇게 무흘구곡 안내도가 그려져 있는데 이걸 폰으로 사진을 찍어서 다음 코스를 이어 갔답니다.
이런 지도를 조금 더 상세하게 만들어서 홈 페이지에 올려두면 누가 잡아먹나요...ㅎ

회연서원을 먼저 구경합니다.
정구선생의 후학들이 세운 것이라고 하네요.
이 자리에는 원해 회연초당이라는 학당이 있던 곳이라고 합니다.
정구선생의 외정조가 환훤당 김굉필이라고 합니다.
김굉필은 대구 달성의 대니산 아래 도동서원으로 유명하지요.

서원은 조선말 흥선대원군의 서원철폐로 헐렸다가 근간인 1974년에 복원이 된 것입니다.
근래에 지어진 것이라 고스런 느낌은 별로 없지만 운치는 아주 좋네요.

안으로 들어가기 전 보호수로 지정이 된 느티나무를 구경합니다.

강당 건물입니다.

현판은 한석봉의 글씨라고 하네요.

이게 망운암이란 글씨인데 영....
아래쪽에 조그맣게 써 둔 글씨가 없으면 도대체 뭔 글인지 알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흘러가는 구름을 바라보는 암자라는 의미.

강당 마루에 올라서 내다본 풍경.
동재와 서재가 좌우로 있습니다.

옛 재목을 리필한 듯 보입니다.
아마도 대원군 때 철폐당한 사원 목재를 보존하고 있었던 듯하네요.
1974년에 새로 잘라서 사용한 목재는 아니네요.

안쪽으로 둘러보다가 마당 가운데 아주 조그만 건물(?)이 눈에 띄어 저게 뭔가 궁금했답니다.
문을 열어보니 뒷간이네요.
주인장이 아주 특이한 취향을 가지고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쪽 건물 저쪽 건물 사이에 두어 서로 왕래가 쉽도록 하기 위해 저렇게 마당 가운데다 WC를 두었을까요?

문이 잠겨서 들어가 보지 못했는데 사당 건물 같습니다.

바로 앞의 대가천...
비가 왔다 갔다 하네요.

봉비암이 어디에 있나 이곳저곳 아무리 둘러봐도 보이지 않습니다.
일단 누굴 만나면 물어보기로 하고..

서원 한편에 세워져 있는 정구선생 신도비.
다른 곳에 있다가 이곳으로 옮겨졌다고 하네요.

1곡의 제목인 봉비암을 찾지 못하고 입구 쪽을 나오는데 마침 문화해설사가 점심 식사를 마치고 오고 있어 물어보니 강당 뒤편 산기슭으로 올라가야 한답니다.
다시 서원으로 들어가서 강당 우측 계단으로 올라갑니다.

특이하게 고개를 숙이고 자란 소나무가 우산처럼 양산처럼 강당 건물 위를 가리고 있네요.

봉비암(鳳飛巖)을 보고 조금 실망.
올라오는 길에 온갖 날파리와 모기들이 떼로 덤벼드는 걸 물리치고 올라왔는데 이게 전부이네요.
이것도 옛날에 있던 그게 아니고 마모가 심하여 근래에 새로 만든 것이라 합니다.
근데 봉비는 뭥?
말 그대로 봉황이 날아간 곳이란 의미인데 또 다르게는 봉비는 기생 이름이라고 합니다.
기생 봉비(鳳飛)가 이곳에서 춤을 추다가 뒤편 대가천으로 떨어져서 빠져 죽었다고 하여 봉비암.
그곳 이름을 봉비연(鳳飛淵)으로 하였다가 뒤에 회연(檜淵)으로 이름이 바뀌었다고 하는 설이 있구요.
후자로 풀이가 많다면 여러 가지 해석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봉비암 뒤로는 약 10여 m의 암벽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 아래가 대가천이구요.

봉비암 주변은 소나무 숲..
이걸 파노라마로 만들어 봤습니다.
봉비암이 술맛 나는 장소는 맞네요.
클릭하면 크게 보입니다.

봉비암에서 내려와 회연서원을 나오고 다시 두 번째 장소인 한강대로 가면서 바라본 봉비암입니다.(나무숲이 우거져 있는 곳)

들판은 황금색.
풍요로움이 가득하네요.

한강대 아래 입구까지 차를 가지고 갔는데 난코스네요.
이곳 보가 있는 곳이 한강대 올라가는 입구인데 차를 돌릴 수 없어 한참 동안 빠꾸로 나왔답니다.
이곳 한강대를 찾으려면 수성1리 마을회관 앞에 주차를 하고 찾아가는 게 훨씬 낫습니다.
네비 안내가 뭔 동네 앞에서 끝이길래 다시 네이버 네비로 찾아오니 이렇게 어렵게 왔네요.

이곳에서 한강대까지는 350m 산길.

미끄러운 산길을 올라갑니다.

이곳이 한강대.

그냥 동네 정자처럼 생긴 팔각정입니다.
정자 이름이 한강대.

잡목이 많아서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풍경은 별로이구요.

한강대를 내려와 다음 코스로 찾아가는 곳은 3곡인 무학정.
성주호를 지납니다.

호수에 물이 많이 빠져있습니다.
거의 반도 되지 않을 듯하네요.

물이 많이 빠지지 나타난 모래톱.
그곳에서 낚시를 하는 분이 있습니다.


제3곡인 무학정.

무학정 아래 바위가 배를 묶어 놓기 좋게 생겼다고 하여 배바위.
도로변 안내판에는 유식하게 船巖(선암)이라고 적어 놓았네요.

여름에 시원하겠네요.

무학정과 배바위

다시 다음 코스를 찾아갑니다.

배바위는 검은 학이 날았다고 하여 무학이라고도 한다는데 오늘은 백학이네요.

제4곡인 선바위가 보이네요.
이것도 도로변의 안내판에는 유식하게 써 놨습니다.
立巖(입암).

무흘구곡에서 가장 빼어난 경관이라고 합니다.
30여 m 높이의 괴암이 우뚝 솟아 있는데 보는 방향에 따라 여러 가지 모습이 되네요.
바위 중간에 자라고 있는 소나무가 명물 중의 명물인데 이곳에 학이 집을 짓고 살았다고 하여 소학봉(巢鶴峰)이라고도 한답니다.


바위 하단에 큰 글씨로 큰 글씨로 立巖(입암)이라고 써 둔 게 보입니다.
이끼가 껴서 암자가 잘 안 보이네요.

구간을 끊어서 트레킹으로 걸어도 참 좋을 것 같은 곳입니다.
이어지는 5곡에서 9곡까지는 다음에 다시 들려서 보고 오겠습니다.
무흘구곡(武屹九曲)은 지명 이름도 되지만 한강 정구 선생이 지은 시 이름도 되는데 시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天下山誰最著靈 천하의 산중에 어느 것이 가장 신령한가
人間無似此幽淸 세상에 이같이 그윽하고 청정함이 없어라
紫陽況復曾棲息 더욱이 주자가 다시 서식하니
萬古長流道德聲 오래도록 도덕성이 길이 흐르네
一曲灘頭泛釣船 일곡이라 여울 가에 고깃배를 띄우니
風絲繚繞夕陽川 석양이 드리운 시내에 실바람이 둘러도네
誰知捐盡人間念 그 누가 알리오. 세상 근심 모두 버리고
唯執檀槳拂晩煙 박달 노를 잡고 늦은 안개 헤칠 줄을
二曲佳妹化作峰 이곡이라 어여쁜 여인이 산봉우리되어
春花秋葉靚粧容 봄꽃과 가을잎으로 아름답게 단장했네
當年若使靈均識 그 때에 굴원으로 알게 하였다면
添却離騷說一重 이소에다 한두 구절 더했으리라
三曲誰藏此壑船 삼곡이라 누가 이 골짜기에 배를 숨겼는가
夜無人負已千年 밤에 질 사람 없어 이미 천년을 흘렀네
大川病涉知何限 큰 내는 건너기 어렵거늘 끝이 어디인가
用濟無由只自憐 건널 방법 없으니 다만 절로 가련하네
四曲雲收百尺巖 사곡이라 백척암에 구름이 걷히니
巖頭花草帶風髮 바위 위에 꽃과 풀이 바람에 흩날리네
箇中誰會淸如許 그 중에 누가 이러한 청정함을 만나겠나
霽月天心影落潭 하늘에 개인 달 그림자가 못에 드리우네
五曲淸潭幾許深 오곡이라 맑은 못이 얼마나 깊은가
潭邊松竹自成林 못가의 솔과 대가 절로 수풀 이루네
幅巾人坐高堂上 유건 쓴 이 높은 당 위에 앉아서
講說人心與道心 인심과 도심을 강설하네
六曲茅茨枕短灣 육곡이라 띠집이 짧은 물굽이에 자리하니
世紛遮隔幾重關 세상의 시비를 막는 것이 몇 겹이나 되는가
高人一去今何處 고인은 한번 가니 지금은 어느 곳인가
風月空餘萬古閑 풍월이 속절없이 남아 만고에 한가롭네
七曲層巒繞石灘 칠곡이라 층층의 봉우리 돌여울 둘러 있어
風光又是未曾看 이러한 풍광 또한 일찍이 보지를 못했어라
山靈好事驚眠鶴 산령이 잠든 학을 깨우는 일 좋아하니
松露無端落面寒 소나무 이슬이 무단히 얼굴에 떨어져 차갑네
八曲披襟眼益開 팔곡이라 옷깃을 헤치니 눈이 더욱 열리는데
川流如去復如廻 시내가 흘러가다 다시 돌아오는 듯하여라
煙雲花鳥渾成趣 안개 구름 꽃 새 모두 정취를 이루니
不管遊人來不來 유인이 오든 말든 관계하지 않을래라
九曲回頭更喟然 구곡이라 머리 돌려 다시 탄식하니
我心非爲好山川 나의 마음 산천을 좋아하지 않아라
源頭自有難言妙 원두는 말하기 어려운 묘처가 있으니
捨此何須問別天 이를 버리고 어찌 별천지를 묻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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