넋두리

아이와 나눈 귀신 이야기

두가 2022. 7. 5.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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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산행을 같이 한번 다녀온 지율이가 묻습니다.

 

하부지는 밤에 산에 다니면 무섭지 않아요?

왜 무섭지?

귀신 나오잖아요.

귀신이 무서워?

예.

근데 귀신은 왜 밤에 나타날까?

글쎄요.

귀신도 사람이 무서워서 그렇단다.

예?

 

할아버지가 귀신에 대하여 설명해줄게 잘 들어.

 

첫째로, 귀신은 절대 뒤에서 나타나지 않아. 항상 앞에서 나타나지. 비겁하지 않다는 뜻이지.

그니까 무섭다고 뒤돌아 볼 필요 없겠지?

둘째로, 귀신은 무기를 들고 나타나지 않아. 귀신이 칼 들고 총 들고 나타나는 거 봤어?

아니요.

셋째로, 귀신은 먼저 덤비지 않아. 그냥 사람을 놀라게 할 뿐이야.

손톱을 길러 지저분하게 해 있거나 낡은 모자를 쓰고 있거나 분장을 요란하게 해서 사람을 놀라게 하는... 그것밖에 할 줄 몰라.

대충 이해가 되나?

예. 별로 대단하지 않네요.

그럼, 하나도 무섭지 않은 게 귀신이지.

 

근데 하부지 피를 빨아 먹는 무서운 귀신도 있지 않나요? 드라큘라, 뱀파이어, 흡혈귀 같은거.

아, 그건 외래종인데 아직 우리나라에는 없어.

몰래 들어 오지 않았을까요?

걔네들이 들어오면 벌써 들어왔겠지. 황소개구리처럼.. 근데 아마도 우리나라 사람 피가 애네들하고 맞지 않는 모양이야.

누가 물렸다는 뉴스 본 일 있어?

없어요.

거봐.

 

그럼 만약에 밤에 귀신을 만나면 어떻게 하면 될까요?

좋은 질문이야.

대개의 귀신들은 마음으로 먼저 들어온단다. 그다음에 실체가 눈에 보이고.

귀신이 보인다는 약한 생각을 가지면 귀신이 그걸 눈치채고 먼저 마음속에 들어온단다.

귀신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지.

 

할아버지 이야기 들으니 귀신이 그렇게 무서운 존재가 아닌데요.

정답.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知彼知己 百戰百勝)이란 말이 있어.

예, 알아요. 담이 형아가 이야기해 줬어요.

그렇듯이 귀신도 별거 아니란 생각을 하고 귀신의 실체를 알면 무서운 게 하나도 없지.

그럼 그냥 인사만 하고 헤어지면 될까요?

안되지. 모처럼 기회인데...

귀신을 만나면, 먼저 공손하게 인사를 하고,

저 죄송하지만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몇 가지 여쭤봐도 될까요?

그렇게 인사를 한 다음 평소에 네가 귀신에 대하여 궁금했던 것들을 물어보면 되겠지.

알았어요. 별거 아니네.

 

 

 

 

거의 혼자 산행을 다닌다.

어떨땐 산 속에서 5~6시간 이상 아무도 만나지 않을때가 많다.

주변 사람들은 깊고 외딴 산속을 혼자 다니면 무섭지 않냐고 묻는다.

별로 무섭지 않다.

 

밤중에 산에 혼자 있어도 무섭다는 느낌이 없다.

앞산에서 비슬산까지 야간산행도 하고 팔공산 종주도 야간산행으로 해 봤다.

무섭다기보담 길이 보이지 않아 문제였다.

산에서는 밤이나 낮이나 별로 차이가 없다.

근데 이상하게 집에 혼자 있으면 무섭다. 낮에도..ㅎ

 

고소 공포가 심한데 산의 절벽에서는 그리 무섭지 않다.

그런데도 22층 내 집에서는 내려다보지도 못한다.

 

 

 - 용지봉 야간 산행 후 밤중에 혼자 내려오면서 난 왜 무섭지 않을까 의아(?)하게 생각하다가 일전에 지율이와 야간 산행하면서 나눈 이야기가 생각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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