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만큼 예쁜 절집 의성 고운사(孤雲寺)
초파일, 고운사 약사전 앞에 있는 화장실에 들렀습니다.
남자가 소피를 보는 짧은 시간은 의외로 거의 집중이 필요 없는 무상무념의 멍 자체이지유.
고개를 들어 화장실 창 밖 파란 하늘에 시선을 주는데 그곳 방충망에 갇혀서 바깥으로 나가지 못하는 나비 한 마리를 보았답니다.
얼마나 그곳에 매달려 탈출을 시도했는지 한눈에 봐도 기력이 거의 빠진 나비였습니다.
창문은 제 키보다 훌쩍 더 높은 곳이라 방충망을 열 수가 없네요.
여자 화장실에 들어가 있는 김여사의 양산이 먼저 생각이 났는데 언제 나올지 몰라 바깥으로 나와서 주변을 둘러보다가 기다란 마른나무 작대기를 하나 주웠습니다.
그걸 적당한 크기로 분질러서 끝에 나비를 매달아 바깥으로 데리고 나와 날려줄 생각이었지요.
화장실 안에 들어오니 나비는 지친 기색이 완연.
작대기 끝을 나비 쪽으로 살며시 이동하니 나비가 놀랐는지 창틀 바닥으로 툭 떨어집니다.
이제 밑에서는 나비가 보이지 않네요.
바깥으로 나왔습니다.
그곳에서 작대기를 가지고 방충망을 살며시 열었습니다.
혹시 나비가 방충망 문에 끼일까 걱정이 되었답니다.
몇 초 정도 시간이 지났는데 엄청나게 긴 시간처럼 느껴지네요.
나비가 나타났습니다.
감옥소 같은 창틀 쇠창살에 잠시 붙어 있더니 열린 방충망 바깥으로 나와 하늘로 팔랑팔랑 날아갑니다.
하늘을 보고 살며시 웃음을 지어 보았답니다.
오늘 부처님 오신 날,
뜻밖에 고운사에서 방생(放生)을 하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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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사 위치 : 이곳
고운사는 신라 절집 전문가인 의상(義湘)이 창건하여 처음에는 이름은 고운사(高雲寺)라고 지었답니다.
그 뒤 역시 역마살 전문 떠돌이 여행가 신라 최치원(崔致遠)이 이곳 들려서 몇 채의 부속 건물을 증축한 후 그의 호(자)를 따서 절집 이름을 고운사(孤雲寺)로 바꿔 부르게 되었답니다.
하늘에 외로운 구름 하나 둥둥...
초파일을 맞아 많은 이들이 찾아오는 바람에 차가 길게 늘어섰답니다.
절에서 대략 2km쯤 길가에 차를 세우고 밀린 차들 지나서 걸어 들어갔답니다.
불두화가 길가에 가득 피어있네요.
나무는 별로 크지 않는데 꽃은 엄청나게 많이 달려 있습니다.
통상 평일에는 절집 앞까지 주차가 가능하고 주말에는 한참 아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걸어 들어가야 하는 고운사인데 오늘은 부처님 생일이라 그런지 모든 억제가 풀려 있습니다.
절집 입구까지 주차장까지 차량들로 가득합니다.
날씨도 좋은 데다 바람까지 살랑 불어서 걷기 참 좋습니다.
포장이 되지 않는 고운사 자락길은 먼지가 나지 않도록 물을 뿌려 두어 더욱 운치 있는 보도길이 되었네요.
활처럼 살짝 휘어있는 일주문이 운치 있습니다.
그 뒤로 보이는 긴 줄은 공양 줄입니다.
이른 시간이지만 오늘은 부처님 생일이니 일찍부터 마련을 했나 봅니다.
그늘막까지 마련하여 절집을 찾은 이들이 편하게 공양식을 하도록 해 두었네요.
오늘 부처님 생일 공양은 냉국수.
아침을 먹고 왔는데도 아주 맛나게 먹었답니다.
천왕문 앞에서 떡도 나눠 주길래 받아서 먹어 가면서 절 구경을 했네요.
부처님의 마당을 지키는 사천왕.
절집 입구에서 만나는 고불전.
고불전 안에는 마모가 심한 석불이 한기 안치되어 있습니다.
형태로 봐서는 약사불로 보이고요.
오늘은 알고 왔는지 모르고 왔는지 이곳저곳 전각이란 곳에는 모두 들어가 절을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근데 절집에서는 마구잡이 절을 하는 것도 그리 맞는 건 아닌 걸로 알고 있네요.
가운루라는 이름의 이층 누각인데 특이한 것은 개울 위에 설치가 되어 있습니다.
개울 복판에도 기둥이 세워져 있는데 이게 큰 비에 흔들리면 누각 자체가 무너지는데 용케도 그런 일은 없었네요.
이 건물이 최치원의 작품이라고 합니다.
이 건물의 누각 안쪽에는 일반인의 출입이 허용되는데 어디서 어떻게 주워 모았는지 캠핑 의자 일부와 이런저런 의자들이 나열되어 있답니다.
앞쪽이 탁 트여있는 이곳 앉아서 절집들을 바라보며 적당하게 멍...
말 그대로 순도 100%의 멍 때림을 할 수 있는 곳입니다.
가운루 아래에는 언제 만들어졌는지 이런 디딜방아가 만들어져 있답니다.
고운사의 본전이라 할 수 있는 극락전.
실제 대웅전은 따로 조성되어 있으나 후대에 만들어진 것이라 이 극락전이 그전까지는 본전 역할을 한 곳입니다.
오늘은 이곳 들려 부처님께 생일 축하 인사를 드립니다.
아미타불이 주불이고 우측으로 관세음보살이 호위불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나무아미타불관세음보살...
오늘 여느 유명 사찰들은 발 디딜 틈도 없이 야단법석일 터인데 이곳 고운사는 그나마 조용한 편이네요.
극락전 옆의 고운대암.
이곳 고운사에서 가장 지위가 높은 스님이 거처하는 곳입니다.
그 앞에는 등불을 밝히는 석주가 세워져 있고요.
고운대암 앞 돌담 아래 이렇게 예쁜 꽃이 피어 있어 한참이나 눈을 맞추었네요.
꽃 이름을 알지 못해 제가 사모하는 전문가 분한테 꽃 이름을 여쭈니 클레마티스라고 알려 주었습니다.
기둥옆에 커다란 불두화도 한그루 있어 꽃을 잔뜩 피우고 있는데 정말 아름답네요.
김여사도 제법 놀란 듯.
만세문을 들어가면,
고스럽고 특이하게 생긴 누각을 만나는데 연수전이란 편액이 걸려있습니다.
이 건물은 최초에는 조선 영조임금이 내린 어첩을 보관하던 곳이었는데 현재 건물은 그 뒤 고종 때 새로 지은 것이라 합니다.
임금의 장수를 기원하는 곳으로 현재 보물로 지정이 되어 있습니다.
바깥에서 바라보는 연수전 건물
봄바람이 살살 불어서 절집 투어로는 최적이 날씨이네요.
대개의 절집에는 기본으로 구성되어 있는 약사전.
약사전에는 당연 약사불이 자리하고 있어야 하는데 이곳 약사전은 약사불 대신에 돌로 만든 석가불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 석가여래좌상은 도선국사가 조성한 것이라고 합니다.
석불은 국가 보물로 지정이 되어 있구요.
이마에 박아둔 다마가 조금 특이하네요.
불교용어로는 백호라고 하지유.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삼성각과 그 아래로는 명부전이 보입니다.
사람이 죽으믄 49일 안에 이곳에 있는 판사분들이 지옥이나 극락왕생의 어느 곳으로 보낼까 결정하는 곳이라고 김여사한테 설명을 했더니 이곳에서는 절을 하고 싶다고 합니다.
이곳에는 재판장인 지장보살 외 열 분의 재판관 대왕들이 나열되어 있어 시왕전이라고도 한답니다.
염라대왕도 이곳에 있지유.
오래된 절집들 외 새로이 조성된 절집들이 잘 어우러지는 고운사입니다.
아기부처님을 목욕시키는 관불의식입니다.
한 계단 위로 올라가 봅니다.
관불의식이 진행되고 있는 대웅보전.
나한전이 가장 먼저 보이네요.
석가부처님의 1세대 제자들인 16 나한을 모신 곳입니다.
절집에 따라 부르는 이름이 다른데 영산전이나 응진전으로 되어 있는 곳도 있습니다.
나한전 옆에 있는 조실채라는 건물입니다.
아마도 스님들의 처소로 사용되는 곳이 아닐까 합니다.
기둥 하나가 아주 특이하네요.
아주 특이해서 몇 번이나 가까이 멀리서 본 우측 기둥..
나한전 앞에 있는 삼층석탑.
훼손이 조금 심한 편인데 지방 문화재로 등록이 되어 있네요.
김여사한테 석탑의 층수를 아는 방법을 물었더니 잊지 않고 잘 알고 있네요.
종각 안에 설치되어 있는 법고인데 곰팡이가 약간 슨 듯..
이 건물에 법고와 범종, 묵어와 운판의 사물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법고를 두드리는 작대기(이름 모름)의 종류가 이 정도로 많은 줄 오늘 처음 알았습니다.
조석 예불에 사용을 하고 있겠지요.
한번 보고 싶네요.
최치원의 작품인 가운루 누각 위에 앉아서 앞으로 바라보이는 풍경.
종각이 마주 보입니다.
한나절 부처님 생일 축하 투어를 마치고 절집을 빠져나옵니다.
고운사 들머리 아래에 있는 최치원기념관.
잠시 들려 봤네요.
어느 화가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는데 눈에 띄는 작품 몇 점이 있습니다.
이건 최치원의 호로 지은 명칭인 해운대 작품.
현재는 고운사 찻집 카페로 운영이 되고 있는 우화루를 배경으로 그린 그림.
우화루도 최치원이 지은 건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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