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능선을 걷다.(음정 - 벽소령 - 세석 - 장터목 - 천왕봉 일몰)
작년에 연하선경의 들국화 꽃밭이 너무나 황홀했다는 느낌을 온전히 가지고 있는데 올해는 여름 더위가 유난하여 시기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가 안달하는 것 보담 가서 확인하는 게 낫겠다고 하여 다녀왔습니다.
약간 늦게 찾았더니 들국화는 거의 다 지고 없어 아쉬움이 가득했지만 예쁜 여운은 언제나 미화가 되어 지난 추억을 더욱 부풀리고 있네요.
(들국화 가득 핀 작년의 연하선경 구경하기 : 이곳)
오늘 산행은 백무동에 주차를 하고 택시 타고 음정으로 가서 벽소령으로 오르고 세석, 장터목을 거쳐 천왕봉에 올라 일몰 구경하고 돼 내려와 장터목에서 1박, 담날 다시 천왕봉 올라서 일출 구경하고 백무동으로 내려오는 코스입니다.
아침에 백무동에 조금 이르게 도착하여 예약해 둔 마천택시를 호출하니 불나게 달려오고 있다고 합니다.
택시에 오르니,
"혼자세요?" 하고 묻네요.
대개 이 구간에는 서너 명 맞춰서 다니는 구간인데 혼자 타니 의외인 모양입니다.
그렇다고 하니,
"외로우시겠는데요."라고 한다.
"지리산에 연애하러 가는 것도 아닌데 외롭긴 머가 외로워요."
하고 톡 쏘아붙이는데..
이 양반, 지리산 손님만 태우고 다니다 보니 들은풍월이 9단이라 온갖 시답잖은 이야기로 금방 음정마을 들머리 게이트 앞까지 도착.
나는 임도길로 산에 오르고 기사분은 작년에 송이밭을 찍어 둔 게 있다면서 샛길로 산에 오르고..
(마천택시 : 010-4616-8338, 이 구간 요금 20,000원)
산행지 : 지리산
일 시 : 2024년 9월 29일~30일
산행 코스 :
첫날 : 음정마을 - 벽소령 - 세석 - 장터목 - 천왕봉(일몰 구경) - 장터목(1박)
둘째 날 : 장터목 - 천왕봉(일출 구경) - 장터목 - 백무동
소요 시간 :
첫날 : 대략 20km 10시간 정도.
둘째날 : 대략 10km 5시간 정도.
같은 코스 따라 걷기 : 이곳
지리산 능선의 들국화 구경은 9월 중순이 적기인데 올해는 조금 늦게 올랐네요.
여름 날씨가 가을까지 이어져, '그래도...' 하는 기대를 조금 가지고 있었는데 많이 피지 않았는지 다 져 버렸는지 꽃밭 구경을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첫날은 날씨마저 온통 운무라 조망도 트이지 않았구요.
산행 코스입니다.
전체 산행 거리는 대략 30km 정도 될 것 같습니다.
일반 지도로 크게 : 보기
선형이 고운 지안재 넘어서..
오도재도 단풍이 들기 시작하네요.
조망공원에서 바라보는 지리산.
가장 높은 곳이 천왕봉.
조금 후 저곳에 올라 있겠지요.
백무동에 주차를 해 두고 택시 타고 음정마을 차단기까지..
택시 기사 양반이 이 앞에서는 무조껀 기념사진을 찍어야 한다며..
이곳에서 벽소령까지는 대략 6km. 작전도로길이라 걷기는 좋습니다.
여름에서 갑자기 가을이 되니 자연도 혼돈스러운 듯합니다.
긴 임도를 따라 오릅니다.
넌 이름이 들국화..
난 너의 이름을 모른다.
너도 나의 이름을 모를 것이다.
우린 서로 이름 같은 건 몰라도 된다.
김춘수를 호출하지 않더라도 우린 서로에게 충분히 의미가 되어지고 있다.
밑에서는 온통 햇살이었는데 오를수록 곰탕국이 됩니다.
곧 걷힐 것이라는 기대를 하면서 오르는데 더욱 더...ㅠㅠ
벽소령으로 오르는 마지막 비탈길.
한 무리의 일행들이 연화천 쪽으로 이동하고 난 후..
벽소령은 잠시 적막합니다.
지리산 능선에서 가장 호화로운 벽소령 여인숙.
마당의 탁자에 앉아서 간식을 챙겨 먹고 다시 출발..
이번엔 지리능선의 꽃밭에 취해 볼 것이라 작정하여 먹거리 잔뜩과 독한 포도주를 한병이나 가져왔는데...
예상이 빗나가고 있네요.
그래고 간간 만나는 들·국·화
씩씩하게 스쳐 지나가는 청춘을 보면 한없이 부러워집니다.
나의 그 시절..
나도 그랬지. 저렇게..
어느덧 수십 년이 지났네요.
능선에서 조망이 트이는 곳은 몇 곳 되지 않는데 그곳에서 재수 좋으면 운무 없는 풍경을 잠시 만나게 되네요.
불과 1~2분 안에 다시 온통 시야가 가려지구요.
살아있음으로 하여 가난한 충만
피어있음으로 하여 그리운 얼굴
찾을 곳은 여기인가 거기인가요
빈 소매 소매 끝에 우는 바람은....
시인의 들국화 싯귀가 생각나는 길목입니다.
다시 또 멍하게 서서 풍경이 열리기를 기다리는데 이 정도가 최선이네요.
벽소령에서 철선봉까지 이어지는 능선길에는 온통 투구꽃입니다.
작년에 겨우 이름을 습득한 투구꽃.
어찌 일년이나 지났는데 까먹지 않고 있었네요.
선비샘.
달달한 물 한잔 하고 ..
산불 난 것처럼 피어오르는 안개구름.
내려가고..
올라가고..
수없이 반복되는 인생길..
잠시 시야가 트여 남부능선이 조망됩니다.
칠선봉 오르기 전 이곳 조망처에서는 좌측으로 천왕봉이 활짝 보여야 하는데...ㅠ
좌측은 가려서 보이지 않고 지리 남쪽 계곡과 능선들은 열려져 있습니다.
클릭하면 크게 보이고 화면 가득 보시려면 이곳 클릭.
이곳에서 본 지난 파노라마 풍경 (보기)
화개쪽으로 이어지는 계곡.
멀리 백운산이 보입니다.
사람들이 쉬고 있는 장소에는 어김없이 이넘들이..
또 오르고...
또 내려갑니다.
우리나라 어느 특정한 산 옆구리에 오르내림이 거의 없는 트레일 코스 하나 만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조망도 탁 트이게 해 두고..
운무로 조망이 갇혀 걷다가 겨우 이 정도만 보여도 아주 감격이네요.
550 계단은 아니지만 제법 한참 오르는 계단길.
올해 단풍은 맥 빠질 것 같은 느낌.
여름이 너무 길고 더웠으유..
칠선봉 오르기 전..
우측이 저분은 조금 위태한 장소인데...
오늘도 헬기 타고 하산하는 분이 있는 듯합니다.
헬기 싸이렌 소리가 두어 번 들리네요.
칠선봉 인근에서 조망이 조금 트입니다.
우측이 지나온 능선길.
클릭하면 크게 보이고 컴 화면 가득 보시려면 이곳 클릭.
같은 자리 이전의 풍경은 이런 모습 (보기)
넌 이름이 뭘까?
세석 가까워졌습니다.
삼신봉이 보이는 남부능선길입니다.
세석대피소가 내려다보이고 뒤로는 지리 최고의 전망대 촛대봉.
촛대봉 오르면서 뒤돌아 본 세석.
리모델링했는데 깔끔해 보입니다.
촛대봉 오르는 길.
온통 들국화 길인데 아쉽네요.
촛대봉에서 천왕봉 조망.
보이는 봉우리 뒤로 멀리 천왕봉이 우뚝해야 하는데 그나마 운무 걷히는 순간이 이 정도밖에 보이지 않네요.
원래는 요렇게 보여야 하지유.
장터목으로 이동합니다.
운무가 더 심해지고 있네요.
연하선경
한참을 기다려봅니다.
겨우 햇살까지 비치는 연하선경을 만나게 되네요.
들국화가 길 옆으로 가득 피어서 반짝반짝해야 되는데...
작년에는 이런 모습이었답니다.
연화선경을 배경으로 뒤로는 천왕봉이 우뚝 보여야 하는데.....ㅠ
원래는 이런 풍경입니다.
특이한 넘...
꽃이니? 잎이니?
장터목 도착.
배낭 벗어두고 천왕봉으로 곧장 이동.
오늘 천왕봉 일몰을 구경하는 것으로 일정을 잡았는데 운무가 너무 짙습니다.
그래도 내가 정한 일정잉께..
가는데까정 가 보자.
중산리가 가물가물..
운무가 겨우 걷힌 장면인데..
제석봉 쉼터에서 뒤돌아 본 연화봉.
운무가 더 짙어집니다.
제석봉 쉼터에서 바라본 천왕봉.
20여분 기다리다 겨우 운무 걷히는 순간입니다.
(원래는 이런 풍경이 보여야 합니다.)
살짝 고민을 해 봅니다.
그나마 잠시 열리는 풍경이 이 정도인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데 천왕봉 일몰을 보겠다고 오른다?
갈까? 말까?
괜히 헛심 뺄 것 같은 느낌이 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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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경하기 힘든 지리산 천왕봉의 일몰과 일출..
대반전이 다음 편에 이어집니다.
→ 다음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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