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에게 여우가 말했습니다.
"난 너의 친구가 될 수 없어. 아직 길들여지지 않았거든. 친구를 갖고 싶다면 나를 길들이렴."
"길들인다는 건 어떤 거지?"
"먼저 내게서 좀 떨어져서 앉아. 난 너를 곁눈질로 훔쳐 볼 거야. 아무 말도 하지 마. 오해의 빌미가 될 수 있으니까. 하루하루 시간이 지남에 따라 너는 조금씩 나와 가까운 곳에 다가앉을 수 있게 될 거야."
아름다운 동화『어린 왕자』의 여우는, 왕자에게 친구가 되는 방법을 일러 줍니다.
길들여지지 않으면 친구가 될 수 없다는 비밀을 가르쳐주지요.
서로의 취향, 서로의 성격, 서로의 영혼을 이해하고 귀 기울이지 않는다면 친해질 수 없습니다.
또한 여우는 너무 서두르지 말라고 말합니다.
처음에는 조금 떨어져 앉아달라고 부탁합니다.
잠시 침묵하고 오해의 싹이 될 만한 말은 하지 않습니다.
서로를 곁눈질로 훔쳐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흐르고 나면 그들은 마주 앉을 수 있을 테지요. 서로에게 익숙해지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상대에게 길들여 졌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다음날 어린 왕자는 다시 여우가 있는 곳을 갔습니다.
여우가 다시 말했습니다.
"언제나 같은 시간에 오는 게 좋아.
만약 네가 오후 네시에 온다면 난 세시부터 행복해질 거야."
길들임 이후에는 설렘이 존재합니다.
어린 왕자는 여우를 친구로 만들었기 때문에 그 여우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여우가 되었습니다.
여우는 왕자를 친구로 삼았으므로 세상에 하나뿐인 왕자로 다시 태어났지요.
여우는 말합니다.
기다림의 시간도 소중하다고, 반드시 둘이 같이 있어야 우정이 깊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기다리는 순간도 행복합니다.
오후 네시에 오기로 약속했다면 세시부터 마음 가득 기다림의 즐거움이 퍼져나갈 것 이라고 이야기 합니다.
어린 왕자가 떠나려 하자, 여우는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질 것 같은 얼굴로 비밀을 말해주었습니다.
"네 장미꽃을 그토록 소중하게 만든 건 그 꽃을 위해 네가 써 버린 시간이란다.
사람들은 이런 진리를 잊어버렸어.
네가 길들인 것에는 언제까지나 책임이 있어.
넌 네 장미에 대해 책임이 있어."
여우는 우정에 관한 마지막 비밀을 알려 줍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책임'이 있습니다. 그것은 내가 길들이고 길들여진 상대에 대한 예의이며 무언의 약속입니다.
우리의 친구들이 그토록 소중한 것은 우리가 그들을 위해 쓴 시간들이 있기 때문입니다.짧은 삶의 일부를 친구에게 기꺼이 내주었던 것이지요. 그리고 그들이 나의 향기에 익숙하도록 만들어버렸습니다. 우리는 길들인 사람에게는 책임을 져야 합니다. 우리는 우리의 사람들에게 책임을 져야 합니다. 함부로 이별을 말하거나 다시는 만나지 않겠다고 선포해서는 안 됩니다.
처음에 만남을 시작할 때는 조심스럽게 알아갑니다.
길들여진 이후로는 서로를 기다리는 행복이 있습니다.
헤어질 때는 책임을 져야 합니다.
여우가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우정의 비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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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나랑 닮은 친구에게 주고 싶은 책(이삭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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