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제사에 배 놔라 감 놔라.. 하는 말이 있는데 이건 제사의 법도나 순서가 각 집안마다 모두 달라서 간섭 말라는 의미입니다. 그래도 차례상이나 제사상에서 대체적으로 지켜지는 게 있는데 바로 맨 앞줄 왼편에 놓이는 조율이시입니다.
조율이시(棗栗梨枾)는 대추(棗) 밤(栗) 배(梨) 감(枾)을 일컷는 말로서 이제까지 왜 이게 맨 앞에 놓이는지 그 내용도 모르고 그냥 예부터 그리 했으니 나도 따라 했는데 알고 보니 그것에는 특별한 의미가 있네요.
다음 제사 지낼때는 후대 아이들한테 한번 제대로 설명이나 해 줘야겠습니다.^^
대추(棗)
대추나무는 암수가 한 몸이고, 한 나무에 열매가 엄청나게 많이 열리는데 꽃 하나에 반드시 열매가 맺히고 나서 꽃이 떨어집니다.
헛꽃은 절대로 없습니다. 즉, 사람으로 태어났으면 반드시 자식을 낳고 죽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대추는 통 씨 여서 절개를 뜻하고 순수한 혈통과 자손(후손)의 번창을 기원하는 의미입니다.
대추는 붉은색으로 임금님의 용포를 상징하고 씨가 하나이고 열매에 비해 그 씨가 큰 것이 특징이므로 왕을 뜻합니다.
왕이나 성현이 될 후손이 나오기를 기대하는 의미와 죽은 혼백을 왕처럼 귀히 모신다는 자손들의 정성을 담고 있습니다.
밤(栗)
밤나무는 땅 속에 밤톨이 씨밤(생밤)인 채로 달려 있다가 밤의 열매가 열리고 난 후에 씨밤이 썩습니다.
그래서 밤은 자신의 근본을 잊지 말라는 것과 자기와 조상의 영원한 연결을 상징합니다.
이런 이유로 밤나무로 된 위패를 모십니다.
유아가 성장할수록 부모는 밤의 가시처럼 차츰 억세었다가 "이제는 품 안에서 나가 살아라." 하며 밤송이처럼 쩍 벌려주어 독립된 생활을 시킨다는 것입니다.
밤은 한송이에 씨알이 세 톨이니 3 정승(영의정, 좌의정, 우의정)을 의미합니다.
배(梨)
배는 껍질이 누렇기 때문에 황인종을 뜻하고, 오행에서 황색은 우주의 중심을 나타냅니다.
흙의 성분(土)인 것입니다. 이것은 바로 민족의 긍지를 나타냅니다.
배의 속살이 하얀 것으로 우리의 백의민족에 빗대어 순수함과 밝음을 나타내 제물로 쓰입니다.
배는 씨가 6개여서 육조(이조 호조 예조 병조 형조 공조)의 판서를 의미합니다.
감(枾)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이 나는 것이 천지의 이치인데 감만은 그렇지 않습니다.
감의 씨앗을 심으면 감나무가 나지 않고 대신 고욤나무가 나는 것입니다.
그래서 3년~5년쯤 지났을 때 기존의 감나무를 잘라서 이 고욤나무에 접을 붙여야 그다음 해부터 감이 열립니다.
감나무가 상징하는 것은 사람으로 태어났다고 해서 다 사람이 아니라 가르치고 배워야 비로소 사람이 된다는 뜻입니다.
가르침을 받고 배우는 데는 생가지를 칼로 째서 접붙일 때처럼 아픔이 따릅니다.
그 아픔을 겪으며 선인의 예지를 받을 때 비로소 하나의 인격체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감나무는 아무리 커도 열매가 한 번도 열리지 않은 나무를 꺾어 보면 속에 검은 신이 없고, 감이 열린 나무는 검은 신이 있습니다. 이것을 두고 부모가 자식을 낳고 키우는데 그만큼 속이 상하였다 하여 부모를 생각하여 놓는다고 합니다.
감은 씨가 8개여서 8 방백(8도 관찰사, 8도 감사)을 뜻합니다.
8도 관찰사가 후손에 나오라 의미입니다.
이상과 같이 제사상의 주된 과일로 대추, 밤, 감, 배, 과가 오르는 것은 이들이 상서로움, 희망, 위엄, 벼슬을 나타내는 전통적 과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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