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초대한다
오늘은 눈이 내릴지도 모른다
이런 겨울 아침에 나는 물을 끓인다
당신을 위해서
어둠은 이미 보이지 않는다
내 힘이 비록 약하여 거듭 절망했지만
언젠가 어둠은 거두어지게 된다
밝고 빛나는 음악이 있는 곳에
당신을 초대한다
가장 안락(安樂)한 의자와 따뜻한 차와
그리고 음악과 내가 있다
바로 당신은 다시 나이기를 바라며
어둠을 이기고 나온 나를 맨살로 품으리라
지금은 아침
눈이 내릴 것 같은 이 겨울 아침에
나는 초인종 소리를 듣는다
눈이 내린다
눈송이는 큰 벚꽃 잎처럼 춤추며 내린다
내 뜰안에 가득히
당신과 나 사이에 가득히
온누리에 가득히
나는 모든 것을 용서한다
그리고 새롭게 창을 연다
함박눈이 내리는 식탁 위에
뜨거운 차를 분배하고
당신이 누른 초인종 소리에 나는 답한다
어서 오세요
이 겨울의 잔치상에..
- 신달자의 詩 '겨울 초대장'
신달자 시인은 유명한 분입니다.
시인회장을 하기도 했고 소설을 쓰기도 했지요.
제가 중학교까지 다녔던 거창이 고향이기도 합니다.
근데 이상하게 저하고는 궁합이 맞지 않는지 그렇게 좋아하는 시인이 아니었답니다.
더 고백컨데 좋아하는 시인이 아니고 싫어하는 시인이었네요.
지금 되짚어 봐도 그 이유를 잘 알 수가 없는데 아마도 제 스타일이 아니어서 그렇지 않을까 짐작을 합니다.
시라는 것이 전체 내용을 좋아해서 다가서는 경우도 있지만 구절 하나 단어 하나가 와닿아서 빠지는 경우가 많답니다.
달자시인의 시 중에서 겨울 초대장에 그려진 '당신은 다시 나이기를 바라며' 라는 글이 참 좋습니다.
그 구절만 외우고 있구요.
그가 언젠가 나라는 것을 알고 달려올 것이구요.
시인은 별로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시가 뭔 죄가 있을까요.
나는 겨울 초대장이란 시는 아주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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