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
2019. 6. 13.
모든 그리운 것은 뒤쪽에 있다 - 양현근의 詩
모든 그리운 것은 뒤쪽에 있다 양현근 아쉬움은 늘 한 발 늦게 오는지 대합실 기둥 뒤에 남겨진 배웅이 아프다 아닌 척 모르는 척 먼 산을 보고 있다 먼저 내밀지 못하는 안녕이란 얼마나 모진 것이냐 누구도 그 말을 입에 담지 않았지만, 어쩌면 쉽게 올 수 없는 길이라는 것을 안다 기차가 왔던 길 만큼을 되돌아 떠난다 딱, 그 만큼의 거리를 두고 기다림은 다시 자랄 것이다 그리운 것일수록 간격을 두면 넘치지 않는다고 침목과 침목사이에 두근거림을 묶어둔다 햇살은 덤불 속으로 숨어들고 레일을 따라 눈발이 빗겨들고 이 지상의 모든 서글픈 만남들이 그 이름을 캄캄하게 안아가야 하는 저녁 모든 그리운 것은 왜 뒤쪽에 있는지 보고 싶은 것은 왜 가슴 속에 바스락 소리를 숨겨놓고 있는 것인지 써레질이 끝난 저녁하늘에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