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
2008. 4. 9.
섬 - 안도현
섬, 하면 가고 싶지만 섬에 가면 섬을 볼 수가 없다 지워지지 않으려고 바다를 꽉 붙잡고는 섬이, 끊임없이 밀려드는 파도를 수평선 밖으로 밀어내느라 안간힘쓰는 것을 보지 못한다. 세상한테 이기지 못하고 너는 섬으로 가고 싶겠지 한 며칠, 하면서 짐을 꾸려 떠나고 싶겠지 혼자서 훌쩍, 하면서... 섬에 한번 가봐라, 그곳에 파도 소리가 섬을 지우려고 밤새 파랗게 달려드는 민박집 형광등 불빛아래 혼자 한번 섬이 되어 앉아 있어봐라. 삶이란 게 뭔가 삶이란 게 뭔가 너는 밤새도록 뜬 눈 밝혀야 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