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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일기

변산 여행과 정든민박과의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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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든민박'집과의 오래된 인연


새만금이 있고 곰소 젓갈이 있고 전나무 숲 길의 내소사가 있는 변산반도는 통상 내변산과 외변산으로 나눠지는데 외변산은 바다쪽을 일컷고 내변산은 반도의 남서부쪽 산이 무리지어 있는 곳을 말합니다.


약 10년 전 어느 한 여름에 이곳 내 변산의 능선을 이리저리 연결하여 종주하는 무지무지 힘든 산행을 한 일이 있는데 그때 하룻밤 머문 곳이 민박집의 이름도 정겨운 정든민박이라는 곳입니다.


토요일 밤 늦게 도착하여 민박집 주인 아저씨와 우연찮게 죽이 맞아 정든주(酒)라고 이름 붙여진 민박집의 약초주를 모조리 꺼내어 밤새 주거나 받거니 마셨으니 그 다음날 여름 땡볕의 산행은 그야말로 죽을 노릇이었습니다. 하루 종일 산행을 마치고 날머리로 빠져 나오니 민박집 아저씨가 걱정스런 얼굴로 진작에 마중을 나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인연이 10년째이고 그때 아저씨의 연세가 63세였으니 지금은 73세가 되셨네요.


정든민박은 내소사 일주문 오른편에 있습니다. 오래된 농가를 개조하여 민박집으로 만들고 몇년 전에는 마주하는 자리 터에 현대식으로 민박집을 한 채 더 지어 운영하고 있는데 이 집에 들리게 되면 우선 아저씨의 아기자기한 꾸밈에 놀라게 됩니다. 도시인들이 느끼는 정갈하고 멋진 꾸밈과는 전혀 거리가 멀지만 있는 재료와 있는 형태에서 정성을 다하여 가꿔 논 분위기에 고향의 내음을 흠뻑 느끼게 됩니다.


어느 누구나 이집에 머물면 주인 내외가 손수 담은 정든주라는 귀한 약초주를 한병 같이 하게 되는데 그 맛이 또한 일품입니다. 정든주와 함께 밤이 늦도록 마당에 장작불을 피워 도란도란 이야기를 주고 받노라면 어느덧 세상 시름은 저만치 비켜 있게 됩니다. 전혀 돈에 욕심 없이 있는 것 필요하면 얼마든지 내어 오시고 찾아오는 분들이 고마워 잘 지내시다 가는 것이 보람이라고 늘 말씀 하시는 분들입니다.


그렇게 10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간혹 변산을 들릴때면 이곳에서 주인 내외분과 정든주를 밤새 마시며 정을 돋우곤 하였습니다. 지난 해에는 아내 혼자 이곳에 들려서 아주 칙사 대접을 받고 돌아 온 적도 있었습니다. 물론 커다란 약초주를 저 마시라며 별도로 챙겨 가지고 왔더군요.
그리고 올해 그 정이 그리워 다시 아내와 찾아가게 된 것입니다.


떠날때 대강 계획 하였던 탐방 코스는 내소사 - 새만금 - 개암사 - 생태공원 - 선운사.. 로 하였습니다. 개암사에서 점심 공양을 하고 선운산 장군봉까지 산보를 하고자 계획 하였던 것은 시간 관계상 제외 되었습니다. 카메라를 가져 가지 않아 지니고 있던 휴대폰으로 촬영하였는데 그런대로 보기 싫지가 않아 같이 여행하는 기분이 되실까 하여 발자국 순서대로 사진을 올려 봅니다.


혹 따스한 정이 그립거나 그 옛날 시골의 아늑한 고향같은 맛을 느껴 보실려면 이곳을 들려 보시기를 꼭 권하여 드립니다. 가족분들과 같이 가셔도 되고 연인이나 부부끼리 가셔도 아주 좋은 곳입니다.



 



정든민박의 마당입니다. 옛날 농가 주택을 개량하여 꾸민곳이라 심플하고 폼나는 것과는 젼혀 거리가
멀지만 마당에서 밤새 바베큐 파티를 할수도 있으며 황토흙 내음새가 풀풀나는 옴팡한 방에서 진한
숙면을 취할수가 있습니다.

우리가 머문 이 집의 VIP룸 내부입니다. 여름인데도 이곳 날씨는서늘하여 군불을 늘씬하게 지피고 자야 합니다.
방이 일찍 다 예약이 되었는데도 이 방은 고히 비워 두고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기존 민박집 앞쪽에 현대식으로 한채 더 지었습니다. 깔끔하게 주무실분들은 이곳을 선택하시면 됩니다.









이곳에서 하루 머문 어느 가족이 마당에서 맛있게 식사를 하고 있군요..^^

첫 탐방지 내소사의 일주문입니다. 여기서부터 사문까지는 높다란 전나무 숲길인데 제 폰카로는 그 멋진
모습을 제대로 뽐낼수가 없어 안타깝습니다.

내소사 경내의 풍경입니다. 오른편 중앙에 1000년된 느티나무도 보이고 왼편으로는 고려 고종때
만들었다는 동종각이 보입니다. 전라도 지방의 절들이 그러하듯이 경사가 없는 산 아래 터에 자리한
아늑하고 평온한 분위기입니다.

인근의 실상사지에서 옮겨 왔다는 연래루(蓮來樓)입니다.

대웅전.. 단청과 포에 관한 재미있는 설화가 전해지는 곳이지만 그보다도 더욱더 이 건물을 이름 날리게
하는것은 문짝. 바로 꽃문살입니다. 문살에는 연꽃, 국화꽃, 해바라기꽃 등의 문양이 새겨져 있으며,
수백 년 전 이 절집을 짓던 목수가 문살 하나를 위해 수백 개의 꽃 문양 하나 하나를 깎아 냈을 터이니
얼마나 많은 정성이 바쳐졌던 것인지 짐작이 갑니다.

바로 그 문살의 문양입니다.

두번째 탐방지..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새만금 방조제.. 공사가 다 되어 바닷길로 갑문까지 차로 신나게
달릴수가 있습니다. 낚시 좋아 하시는 분들은 정말 멋진 곳이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보이는 사진의 왼편 방파제에서 고기 잡이하면 멋질듯.

새만금에서 약 30분정도 달려 도착한 세번째 탐방지 개암사의 일주문, 다른 절의 일주문과 달리 이곳에는
12지 동물을 조각하여 단청하여 두었습니다.
일주문 볼때마다 신기한 것은 넘어가지 않고 잘도 서 있다는 것...??

고요하고 평온한 분위기의 개암사 경내와 대웅전.. 뒤에 보이는 바위는 울금바위라 하여 백제가 망하고
부흥을 꿈꾸는 이들이 대의를 도모하였던 곳이라 하는데.. 역사는 흘러가고 망한 나라를 되돌린다는
그런 생각보다 있을때 잘 하라는 시어머니의 한탄이 생각나는 곳입니다.

이곳 역시 멋진 문짝이...

다시 장소를 옮겨 도착한 곳은 네번째 탐방지 자연 생태공원. 아직 많이 알려져 있지 않고 햇살이
따가워서인지 사람들이 많지 않았습니다. 철 이른 코스모스가 치천으로 피어 있고 나름 아기자기 하게
잘 꾸며 논 생태공원 입니다.
아이들과 같이 들려 여유있는 시간을 즐기면 좋을 듯 ..






마지막 코스로 들린 선운사.. 산행으로 자주 들린 곳이고 늦 봄 동백이 뎅강 떨어지는 모습을 보려고도 몇번
들린 곳입니다. 풍천장어와 복분자에 취해 요강 깬다는 허무맹랑한 유언비어를 퍼트린 장본인이기도 하구요.


위의 비석은 그 유명한 백파선사 비문입니다. 선운사 동구 입구 도솔천변 전나무 숲속에 있는 이 비석은
일반인들한테는 그리 관심이 없다가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비석입니다.


두가도 이 책을 들고 전국을 떠 돌아 다닌 경우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 비석에 반해 추사의
이야기에 홀라당 빠져 그 뒤 출간된 완당평전을 외우다시피 한 경험도 있습니다.


아뭏튼 당대의 고승 백파가 대흥사 초의와 불교 교리로 다투고 있는데 중간에서 난데없이 추사가
끼어 들어 나이 많은 백파를 정신없이 마구 몰아 붙여 그야말로 기고만장 .. 요즈음으로 치면
당장 명예회손이니 인격모독이니 하여 사이버수사대가 출동할 그런 난장판 같은 다툼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추사도 그 뒤 제주도에 귀향을 가서 헛 세월을 보내다 보니 백파의 인물됨이
느껴져 죽고 없는 백파를 기리며 쓴 글이 바로 이것 입니다.
이 비문에는 추사가 쓴 것이 아닌 글이 있으니 잘 찾아 보시길 바랍니다.

선운사 천왕문

선운사 경내.. 오른편 숲으로 500백년이 더 된 동백이 가득합니다. 약 3000여 그루라 하는데 이곳 동백은
다른 곳에 질 무렵인 3월에 피어 4월말 5월초에 그 표현도 아름다운 서럽게 뚝뚝 떨어진다고 하지요.

이곳 문살도 역시 예술입니다.


서정주 시인의  '선운사 동구에서' 시비


선운사 골째기로
선운사 동백꽃을 보러 갔더니
동백꽃은 아직 일러 피지 안 했고
막걸릿집 여자의 육자배기 가락에
작년 것만 상기도 남었읍디다
그것도 목이 쉬어 남었읍디다

정든민박 주인내외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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