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친구 몇 명과 봄놀이를 다녀 왔습니다.
아내들을 모시고 떠난 곳은 멀고도 먼 남해 상주 해수욕장앞 푸른 바다 한가운데..
나들이 명목은 그럴듯하여 '갱년기 다가온 아내들을 위로하는 날'..로 하며 떠났지만 봄바람이 산들거리고 바다 내음이 가까워질 무렵부터는 벌써 갱년기의 나른함은 달아나고 조잘거리는 소리로 가득하여 집니다. 미리 작정하고 떠나는 길이라 차를 랜트하여 한 차에 모두 타고 운전자까지 랜탈을 하였으니 갈때부터 입가심 한다며 한잔씩.. 이미 하루의 분위기는 출발부터 마음껏 업 되어 있었고..
쉬며 가며 경남 남해섬의 상주해수욕장에 도착. 미리 준비하여 둔 배를 빌려 타고 바다 가운데로 나갔습니다. 날씨가 흐릴것이라 하여 챙 모자를 준비하지 않아 따스한 햇살과 바다물에 비치는 반사빛으로 얼굴은 깜둥이가 되어 버린 하루였지요.. 물질하는 친구가 잠시 아래로 내려가 건져 올린 것은 순도 100% 자연산 전복과 해삼, 멍게,소라.. 그리고 듣도 보지도 못한 희한하게 생긴 여러가지 해산물 들.. 그 자리서 척척 썰어 바닷물에 휘하니 헹궈 먹어니 그 맛이 어디 지상의 맛이겠습니까?
또 낚시 좋아하는 친구가 준비해 온 낚시대로 간간히 입질로 올라오는 고기도 쓱쓱 썰어 먹고 푸른바다 가운데서 노래도 한곡 부르고 ... 세상 시름 잠시 잊어본 즐거운 하루였습니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화장실..
남자들이야 부인들 시선 잠시 돌리고 어찌하면 된다지만 여자분들은 조금 애로 사항이 있었지요.
돌아 오는 길에는 한적한 바닷가 어느 동네 앞, 썰물로 물이 빠진 곳에서 돌을 일으켜 따개비를 줍기도 하였습니다.
세상시름이야 누구나 있고 하루 보내면서 잊고, 또 얻고 하지만 그 모든것은 생각하기 나름. 갱년기의 부인들을 위로 한다며 떠난 봄 소풍이지만 어찌 갱년기는 여자들만 있으랴..
소리내어 울 줄 모르는 바보같은 장년의 남자들한테도 몸과 마음으로 다가오는 갱년기가 있다는 걸..
그것을... 봄바다 가운데 훌훌 털어버리고 되돌아온 새로움으로 당분간 세월을 꺼꾸로 살아나 볼까요...
"배가 너무 작은것 아냐?" 여자분들은 귀미테 하나씩 붙이고 승선.
"너희들은 낚시나 하고 있거라. 내 내려가서 안주 좀 가져 오마."
"술 한잔 하실랴우?" 남은 안주로 인심도 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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