넋두리
2019. 8. 15.
실외기 밑에서 태어난 비둘기, 어미 되어 날아가다.
현재 살고 있는 집에 이사 온 지 거의 10년 정도 된 듯 합니다. 꼭대기 층이라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습니다. 모기 파리가 없는 것도 좋고 거실에 누워서 두둥실 보름달을 감상하는 기분도 괜찮습니다. 대신 자동차 키를 놔두고 지하 주차장에 내려갔다가 다시 오르내리려면 살짝 짜증이 나지요. 이런 우리집 에어컨 실외기 밑에, 비둘기가 알을 낳아 품고 기르고, 그리고 얼마 전 성체 비둘기가 되어 날아갔답니다. 아파트 생활을 오래 했었지만 이런 경험은 처음입니다. 평화의 상징에서 유해 조수로 바꿘 비둘기지만 우리 집 처마 밑을 보금자리로 마련한 이들을 모른 척 할 수 없어 새끼가 커서 날아갈 때까지 창문 여는 것이나 내다보는 것, 아주 조심했답니다. 여름 더위에 이겨 내라고 먹을 물과 먹이도 넣어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