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
2007. 2. 20.
전라도 가시내 - 이용악
전라도 가시내 이용악 알룩조개에 입맞추며 자랐나 눈이 바다처럼 푸를 뿐더러 까무스레한 네 얼굴 가시내야 나는 발을 얼구며 무쇠다리를 건너온 함경도 사내 바람 소리도 호개도 인젠 무섭지 않다만 어두운 등불 밑 안개처럼 자욱한 시름을 달게 마시련다만 어디서 흉참한 기별이 뛰어들 것만 같애 두터운 벽도 이웃도 못 미더운 북간도 술막 온갖 방자의 말을 품고 왔다 눈포래를 뚫고 왔다 가시내야 너의 가슴 그늘진 숲속을 기어간 오솔길을 나는 헤매자 술을 부어 남실남실 술을 따라 가난한 이야기에 고이 잠가 다오 네 두만강을 건너왔다는 석 달 전이면 단풍이 물들어 천 리 천 리 또 천 리 산마다 불탔을 겐데 그래도 외로워서 슬퍼서 치마폭으로 얼굴을 가렸더냐 두 낮 두 밤을 두루미처럼 울어 울어 불술기 구름 속을 달리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