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같이 산을 다닙니다.
옛날에는 주로 혼자 싸 다녔지만
아내의 건강과 또 삶의 쥐꼬리만한
여유를 같이 나누고자
요사이는 같이 다닙니다.
아내는 항상 뒤로 몇 미터를
사이를 두고 따라 옵니다.
내가 어깨를 나란히 하여 걷고자
약간 걸음을 늦추면 같이 나란히 걷는 모양이 되다가
이내 다시 아내는 뒤로 슬금 물러 납니다.
산을 내려 와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살아오면서,
때로는 비천한 말로 아내를 구박하고,
때로는 내 일상의 피곤을 아내에게 풀고,
또 때로는 삶에 집착하여
동전 몇잎에 바르르 떠는
아내를 흉보기도 하고 ...
더군다나 어려운 시기..
너무나 힘드는 삶을 지탱하고자
모진 얘를 쓰는 아내를 외면하며
바깥에서 허풍 스러운 생활을 하기도 한...
그 황망스런 무안스러움이,
이제서야 나에게 다가와
나란히 같이 걸어면서
이야기나 나누고 그렇게 하기를 희망하나
아내는 습관적으로 뒤만 따라 옵니다.
그것이,
왜 이 나이가 되니
가슴을 적시며 다가 오는 것인지?
그리고,
'이리와.. 나란히 걸어보자구!''...
하면서,
왜 말을 할 수 가 없는지?
아이들은 이제 다 커서 모두
자기 주관대로 생각하며 살고,
삶은 언제나 힘들고 피곤한데...
언제나 처럼
뒤에서 힘들게 살아온 아내는
앞 서기는 커녕
나란히 걷는 것 조차
아직 배우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남편의 어깨에 기대어
힘든 하루를 쏫아내고 싶은 마음이 엄청날 터인데..
반백년을 살아 오면서
지나온 발자국의 뒤로 소담스러이
따라오는 아내의 고된 입김을
왜 느끼지 못했는지?
아내와 나란히 걷는
여정의 꿈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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