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 생필품 중 채소나 과일 고기등은 유통기간의 마지막 날 저녁에 떨이를 하여 정상가의 반 가격 이상으로 할인을 하여 팔고 그래도 남은 것은 모조리 폐기한다고 들었습니다. 빵집 같은 곳에서 그날 팔다 남은 것을 모아서 단체에 나눠 주는 푸드뱅크 같은 것도 있지만 변질된 식품의 유해성 우려로 아까운 음식들이 폐기되는 것이 휠씬 더 많지 않나 생각합니다.
풍부하다 못해 넘쳐나는 이런 과생산과 과소비문화에 반하여 일종의 반(反) 문화운동으로 프리건(Freegan), 프리거니즘(Freeganism)이라는 이름으로 생겨난 단체가 있습니다. 프리건은 완전 채식주의자들을 말하는 비건(vegan)에 자유롭다(free)는 말을 붙여 만든 신조어로서 1990년대 중반 시애틀과 포틀랜드에서 환경오염과 세계화 반대운동을 위해 결성되었다가 "폭탄 대신 식량(Food Not Bombs)"등의 단체들과 연계하면서 발전된 조직입니다. 전 세계에 200여개의 지부가 결성되어 있다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이렇게 적극적으로(?) 쓰레기통을 뒤지며 다니는 이들을 보지 못하였기에 아마 좀 소극적인 활동을 하고 있나 봅니다.
폭탄 대신 식량은 1980년대 초 보스턴 인근의 케임브리지에서 핵시설 반대운동으로 시작된 단체. 핵 프로젝트 회의장 앞에서 ‘폭탄 대신 식량에 돈을 쓰라(Money for Food, not for Bombs)’는 구호를 외치며 노숙자들한테 음식을 나눠 주는 것이 시초되어 줄어든 말입니다. 전쟁하는 데 쓸 돈을 사람들 먹이는 데 쓰자는 것. 한쪽에서는 너무 많아서 버리고 다른 한쪽에서는 먹을 게 없어서 굶어 죽어가는 기현상을 바로 잡자는 것이 이들의 외침입니다.
프리거니즘은 한마디로 반 소비주의 라이프 스타일입니다. 너무 만들어 내고, 너무 사들이고, 너무 버리는 과잉생산, 과잉소비가 지구를 병들게 하고 있다며 덜 쓰고, 덜 버리는 생활을 하자는 운동입니다. 그래서 이들은 새 물건 안사는 것은 기본이고 남들이 버린 물건을 재활용하느라 빌딩이나 수퍼마켓 쓰레기통을 뒤지는 것이 일과이지요. 쓰레기통을 뒤지는 수준은 거지와 비슷하지만 얻어 먹고 사는 직업은 아니니 거지와는 차원이 다릅니다. 이들의 표현으로는 쓰레기통을 뒤지며 살아도 살아 가는데는 전혀 불편한 것이 없을 정도로 모든 것이 다 있다고 하네요.
근데 문제는 이 정도로 의식을 가지고 뭔가 아끼고 나눠주는 것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좋은데 멀쩡한 직장을 때리치우고 이런 운동에 올인하는 이들도 엄청 많답니다. 인류의 미래를 구원하는 선각자가 될런지 모르지만 내 자식이 돌아 댕기며 쓰레기통이나 뒤져서 먹고 산다면 그건 말리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