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
2008. 2. 13.
개한테 배우다 - 복효근
동네 똥개 한 마리가 우리집 마당에 와 똥을 싸놓곤 한다 오늘 마침 그 놈의 미주알이 막 벌어지는 순간에 나에게 들켜서 나는 신발 한 짝을 냅다 던졌다 보기 좋게 신발은 개를 벗어나 송글송글 몽오리를 키워가던 매화나무에 맞았다 애꿎은 매화 몽오리만 몇 개 떨어졌다 옆엣놈이 공책에 커다랗게 물건 하나를 그려놓고 선생 자지라고 써놓은 것을 보고 킥킥 웃었다가 폐타이어로 만든 쓰레빠로 괜한 나만 뺨을 맞은 국민학교 적이 생각나 볼 붉은 매화가 얼마나 아팠을까 안쓰러웠다 나도 모름지기 국가에서 월급 받는 선생이 되었는데 오늘 개한테 배운 셈이다 신발은 그렇게 쓰는 게 아니라고, 매화가 욕을 할 줄 안다면 저 개 같은 선생 자지라고 했을지도 모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