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넋두리

22층에서 고추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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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전 아내가
어디서 고추 모종을 몇 개 얻어와
그것을 못쓰는 화분과 주워온 아이스박스에다 심어서
실외기 위에 자리하여 놓고
날이면 날마다 눈을 맞추더니..
 
어느날..
이것이 우습게도 꽃이 방긋 피고
드디어 열매를 맺은 것입니다.
 
그 전에도 꽃이 피면 수정은 어찌하나
저절로 열매는 열릴까
지나가는 비 바람 걱정 ..


세상에서 가장 신기한 장면을 보는
아내,
요즘 눈 뜨고 있는 하루를 거의 이것들과 보냅니다.
 
그저께는 진딧물이 있다며 돋보기를 쓰고
이틀동안 쪼그리고 앉아
완전 소탕 했다고 합니다.
 
진딧물 제까짓게 있어 봐야 몇 마리 있었다고
양일동안 난리를 쳤으니
남편은 들어 오든지 말든지..
 
새벽에 곤히 자고 있으면
호들갑스럽게 깨웁니다..
일어 나봐요..
저것 좀 보세요..
하도 호들갑스럽게 이야기 하는 통에
북한이라도 쳐들어 왔나며 놀라 일어 났는데
비몽사몽 끌고간 곳은
실외기에 얹혀있는 고추 모종.
 
꽃 몽우리가 생긴 것부터 시작하여
매일같이 변하는
성장일기..
그걸 모조리 보고하고
확인을 시키는 것입니다.
 
근성으로
'올핸 고추농사 짓는 바람에 사 먹지 않아도 되겄따.'
고 약간 칭찬을 하면
뭔 큰 농사꾼이라도 된 양
온갖 아는 척을 합니다.
 
어제는 또 어디서 구했는지
비료를 뿌렸다 하네요.
비료 한알씩 간격 5cm.. 화분 하나에 10개씩 뿌렸답니다..ㅋㅋ
 
요즘 반찬이 엉망입니다.
온통 고추농사에 매달리는 바람에
남편이 굶어 죽든 말든..


22층 실외기 위의 고추밭 농사
아까워서 어찌 먹을까
그래도..
대 풍년 들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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