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장모님 제사를 지냈습니다.
나름의 사정이 있어서 장모님의 제사는 제가 모시고 있습니다.
주변에서는 뭐라 뭐라 조언의 말씀을 주시지만..
저는 개의치 않습니다.
처음 처가에 인사를 드리러 간 기억이 생생합니다.
남자라면 첫 인사의 기억은 다 들 간직하고 계시지요..^^
장인어른은 제 직업,고향, 그리고 제 월 수입만 물어 보신 후
휭~하니 자전거를 타시고 청량리 시장으로 장을 보러 가시더군요.
장모님께서 "자네는 뭔 술 좋아하는가? "
물어 보시면서 이미 손에는 소주 4홉 짜리를 들고 들어오시더군요..ㅋㅋ
그 날 장모님과 4홉 짜리 소주를 2 병 반이나 마셨습니다.
그 다음 날 걱정이 되더군요.
물론 어려운 자리라서 인사는 잘하고 나왔지만..
실수 보다는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저를 술꾼으로 오해(?)를 하셨을까봐 ..입니다.
제 걱정은 처남 전화로 내려 놓았습니다.
인사를 드리고 가는 제 뒷모습이 비틀거리지 않았다는 장모님의 좋은 평가로..
장모님은 저에게 감쪽같이 속으신거죠..ㅋㅋ
처남은 군 시절 같은 내무반에서 군생활을 한 고참이였습니다.
나이는 저보다 한살 아래였지만..^^
결혼 후 장모님은 제 첫 생일에 저희 집에 오셔서
처남과 저를 앉혀놓고 한 말씀 하시더군요.
앞으로는 "나이" "군번" 따지지 말고 친구처럼 지내라.
이 거친 세상에 형제도 없는 너희 둘은 친구처럼 지내고 서로 돕고 서로 의지하고 살어라.
격식을 다 따지면서 살다가 틀어지기 쉬우니..
힘들겠지만 격식 내려 놓고 친구처럼 지내기를 바라네..
마치 장인 어른께서 해 주실 말씀을 장모님께서 해 주시더군요.
그 말씀 덕분인지 지금도 처남하고는 한번의 다툼도 없이 친구처럼 잘 지내고 있습니다.
아..물론 격식을 중 히 여기시는 분들의 의견도 존중합니다.
허나 그 격식으로 부모님들이 돌아 가시고나서
부모님의 흔적으로 욕심을 부리다가..
남보다도 못한 사이가 되는 경우를 많이 보았습니다.
술도 즐겨하시고 음식을 하시면 온 동네에 음식을 돌리시던 장모님.
당신의 시골 친척 조카들이 서울에 오면 독립을 할 때까지 뒷바라지 다 해주시고..
친 손주, 외 손주 차별없이 이뻐해 주시고..
늘 저를 당신의 자식처럼 살 찌라고 먹거리를 챙겨 주시던 장모님..
가벼운 용돈 봉투를 드리면..
두툼한 손으로 "우리 송이아비..고마워" 하시면서 궁딩어도 두들겨 주시고..^^
한마디로 장모님은 제 삶의 중심에 계셨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떠나셨을 때는
그 절망감은 너무도 커서..
한 동안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장모님..!
저도 이제는 세월을 감추려고 거울을 보면서 염색을 하는 나이가 됐습니다.
그래도..저는 장모님 앞에서는 영원한 송이아비 입니다.
장모님의 두툼한 손으로 제 등짝을 두들겨 주시며 하시던 말씀...
"우리 사위 살 좀 쪄야 하는데.."
장모님 !
죄송합니다.....아직도 그대로 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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