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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초반에
다 떨어진 쎄무조끼에 배낭을 메고
나름대로 여행이랍시고
이리저리 떠 돌아 다니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때가 지금처럼 여름이었습니다.
전주(全州)를 지나다
갑자기 폭우를 만나
뛰어 들어간 곳이 송광사란 절인데
염치없이 그 곳에서
공양도 하고 하룻밤 신세도 졌습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밤..
저잣거리였으면 한잔의 술이 간절할 터
하지만 절간이라 삼가 조심하여,
빌려준 방에 조신히 앉아 있는데..
'괜찮습니까?'
하면서 어떤 스님이 문안을 왔습니다.
세상이야기도 나누고,
절간 생활의 궁금한 것도 듣고 하면서
밤을 이어가다가..
문득 어떤 이야기 중에
그 스님이 한 얘기가..
"어리석음 하나에 어리석음 하나를 더하면
어리석음이 두 개가 됩니다."
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이 말이 그 뒤 수없이 긴 시간을
띄워 보내며
사라지고,
없어지고,
잊히는 것 속에서..
잔불 속의 관솔처럼
오히려 활활 지펴져서
인생의 화두(話頭)로 남아
아직도 풀지 못한 숙제로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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