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明太) - 양명문의 시와 바리톤 오현명의 노래

 

감푸른 바다 바닷밑에서
줄지어 떼지어 찬물을 호흡하고
길이나 대구리가 클 대로 컸을 때

내 사랑하는 짝들과 노상
꼬리치고 춤추고 밀려다니다가
 
어떤 어진 어부의 그물에 걸리어
살기 좋다던 원산(元山)구경이나 한 후
 
이집트의 왕(王)처럼 미이라가 됐을 때
 
어떤 외롭고 가난한 시인이
밤늦게 시를 쓰다가 소주를 마실 때
그의 안주가 되어도 좋고
그의 시가 되어도 좋다
 
쨔악짝 찢어지어
내 몸은 없어질지라도
내 이름만은 남아 있으리라.
명태라고 이 세상에 남아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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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3년 땅에 나와 1985년 하늘로 들어가 버린 평양 출생인 시인 양명문은, 동해 겨울 원산만의 차고 거친 비릿한 바다에 심취한 멋진 평안도 바다 사내다. 원산은 서쪽 마식령산맥이 갈라져 나와, 그 지맥이 동해 영흥만에 그대로 들어서는 서고 동저의 대표적 항구다. 

원산은 또, 저 불덩이같은 조선 사내 만해 한용운의 심회를 녹여버린, 동해 절경 명사십리의 그 백사 해변이 휴양과 탐미와 바다를 잇는 낭만과 설렘을  공존케 한 한국적 대표 미항이다.

이 시 「명태」는 한국 가곡 사상 전무후무한 그 기상천외한 음조의 독창성과 선율의 유장미가, 바리톤 오현명의 호쾌남아의 음성을 타고 흘러 한국인의 무의식에 잠재한 진취적 해양 기질을 여지없이 일깨운, 변훈 작곡의 명 가곡이다.

오츠크해 그 차가운 근원적 바다의 자유와 활달한 명물 명태가 시인 양명문과 만나 분출한 이 시는, 웅장한 생명의 태초 상상력과 결합해 시를 읽는 이의 마음을 서늘하게 탁 트이게 하는 카다르시스를 제공한다.

이 시 「명태」는 가슴과 영감의 시다. 무의식적 억압, 죄수, 자의식, 자폐성이 가득 찬 정신적 우울과 신경 장애인에게 이 시는 좋은 치료 효과 있다. 이승의 삶과 죽음만이 인간 생의 끝이 아니라, 영원과 맞물려 돌아가는 출발임을 시인은 「명태」를 통해 갈파한다.

아마 제 한몸을 다 주어 버리는 명태의 殺身成仁의 정신도 시인을 감동케 했으리라. 명태의 깨끗한 죽음 앞에 새로운 부활을 가능케 한 시인의 노래는, 허무와 소멸과 멸망이 아니라, 우주 만물 회귀의 건강성에 시적 직관이 닿아 있다.

4연 16행의 의인과 활유로 가득 찬 이 시는 인간 생명의 마감 직전에 어떻게 지상 위에 우리들의 이름을 남겨야 하는지 「명태」를 통해 산 者들에게 강렬히 되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