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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과 그림

실화로 전해져 오는 순천 동냥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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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5월, 전남 순천의 어느 산마을 노부부는 어린 검둥개 '꾸벅이'를 데려왔습니다.

노부부는 가난했지만 꾸벅이를 친자식처럼 여기며 행복한 나날들을 보냈습니다.

할아버지가 가끔 산에서 나무를 해 장작을 만들어 시장에 내다 파는 걸로 겨우 먹고살았습니다.

할머니는 백내장으로 앞을 볼 수 없는 상태였지요.

 

개를 키우기 시작한 지 3년이 되는 날 할아버지가 노환으로 돌아가십니다.

그 집의 형편을 잘 아는 마을 사람들이 돈을 모아 장례를 치렀습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다음날, 이웃 방국댁 집 앞에서 난 소리 '달그락 달그락'. 방국댁이 문 앞에 나가보니 꾸벅이가 접시를 입에 물고 서 있었습니다.

마침 아주머니가 부엌에서 일하던 중이었나 봅니다.

그 개가 밥그릇을 마당 한가운데 놓더니 멀찌감치 뒤로 떨어져 엎드려서 가만히 밥그릇만 쳐다보고 있더랍니다.

굶주린 꾸벅이가 가여웠던 방국댁은 밥을 그릇에 담아주었습니다.

방국댁은 꾸벅이를 보다가 눈먼 몸으로 살아가는 산골네 할머니 생각이 났습니다.

 

방국댁은 밥과 반찬을 담은 광주리를 안고 산골네를 찾아갔습니다.

산골네 담장 너머에서 펼쳐진 장면을 본 방국댁은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꾸벅이는 방국댁에서 얻어온 밥그릇을 툇마루에 얹어놓고 눈먼 할머니의 소매를 끌어 밥에 손이 닿게 하고 있었습니다.

할머니가 "할머니는 괜찮다. 네가 배고플 텐데"라고 그릇이 내밀자 꾸벅이는 짖으면서 다시 밥을 할머니에게 가져갔습니다.

마침 지나가던 사람들이 다 이 광경을 말없이 쳐다보고 있었기 때문에 소문이 마을전체에 퍼졌습니다.

 

이 일이 있은 다음날 그 개는 어제 갔던 집이 아닌 다른 집으로 밥을 타러 왔습니다.

개도 인정을 아는지 같은 집을 또 들르지 않았던 겁니다.

집주인은 그 개를 아는지라 깨끗한 새 그릇을 준비해서 거기에 밥과 반찬을 고루 넣어서 주었는데 역시 그 개는 그것을 물고 자기 집으로 가서 할머니에게 주고 할머니가 남은 것을 미뤄주면 그때서야 자기가 먹었습니다.

 

이듬해 봄날 어느 아침 방국댁 앞, 어쩐 일인지 꾸벅이가 그릇도 없이 낑낑대면서 방국댁 옷자락을 물고 끌었습니다.

이상한 낌새를 느낀 방국댁이 산골네로 뛰어갔습니다.

할머니는 꾸벅이가 덮은 듯한 이불에 겹겹이 쌓인 채로 숨져 있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방국댁은 밥을 주려고 다시 산골네를 찾았습니다.

하지만 꾸벅이는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툇마루 아래엔 동냥 때 물고 다니던 흰 그릇만이 놓여있었습니다.

 

 

 

 

※ 개 발바닥보다 못한 넘들이 워낙 많은 세상이라 오래된 이야기지만 실화 내용으로 알려진 순천의 동냥개 이야기를 옮겨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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