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시골에 가서 나무 묘목을 스무 그루 정도 심어 놓고 왔습니다.
매화 서너 그루, 앵두나무, 감나무, 대추, 석류등 주로 과실수입니다.
그 동안 해마다 이맘때 쯤 시골의 집 마당이나 뒷 밭 어귀에다 나무를 심어 왔습니다.
아마 심은 그대로 다 남아 있다면 시골 집은 꽃 동산 무릉도원이 되어 있을 것인데 그렇지를 못합니다.
이 나무들이 심겨져 한 두해 있다가 열매라도 열리지 않으면 시골 아버지께서 인정 사정 없이 베어 버리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심을때 알아 듣게 말씀을 드려도 되지를 않습니다.
'아무 소득도 없는 것을 왜 자리만 차지하게 놔 두는냐' 하는 이론을 들이 대십니다.
그러니 무슨 예쁜 꽃 나무라든지 희귀한 조경수 같은 것은 그 가치가 무색할 정도로 이태를 넘기지 못하고
모가지가 뎅강 잘려 버리고 그 자리에 호박 구덩이가 떡 하니 자리하는 걸 보면 속이 상하지 않을수 없습니다.
올해도 그럴 것을 예상하여 과실수 좋은 놈만 골라 내려 갔는데 ..
엄마가 말씀하십니다.
"애야, 이제 아버지 나무 베어 내 버릴 걱정은 안 하여도 된다."
"무슨 말씀 이세요?"
"이제 네 아버지 기력이 떨어져서 그런 것 벨 힘도 없다."
"..................."
이전 같으면 나무 심는 곁에서 이렇게, 저렇게 잔소리 몇 마디 거들어야 아비 노릇 한줄 아시었는데,
그러고 보니 올해는 제법 많은 나무를 땀 뻘 뻘 흘리며 심는 내내 먼 발치에서 물끄러미 쳐다 보기만 하였습니다.
갑자기 설움이 왈칵 쏫아 집니다.
내 심어 논 나무를 싹뚝 싹뚝 베어 내고 호박 구덩이로 대체 하시던 아버지는 어디 계시는지...
차라리 지금이라도 '저 놈의 나무는 소출이 없을 것 같아..!' 하시며 씩씩하게 베어 버려도 원망 없으련만...
속 울음을 감내하며 돌아 오는 내내 ..
이제까지 저지런 불효만 생각 나 눈만 껌뻑이며 숨을 몰아 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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