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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과 그림

수라(修羅) - 백석(白石)

 

 

거미새끼 하나 방바닥에 나린 것을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문밖으로 쓸어버린다
차디찬 밤이다

 

언제인가 새끼거미 쓸려나간 곳에 큰 거미가 왔다
나는 가슴이 짜릿한다
나는 또 큰거미를 쓸어 문밖으로 버리며
찬 밖이라도 새끼 있는 데로 가라고 하며 서러워한다

 

이렇게 해서 아린 가슴이 싹기도 전이다
어데서 좁쌀알만한 알에서 가제 깨인 듯한 발이 채 서지도 못한 무척 작은 새끼거미가 이번엔 큰거미 없어진 곳으로 와서 아물거린다
나는 가슴이 메이는 듯하다
내 손에 오르기라도 하라고 나는 손을 내어미나 분명히 울고불고 할 이 작은 것은 나를 무서우이 달아나버리며 나를 서럽게 한다
나는 이 작은 것을 고이 보드라운 종이에 받어 또 문 밖으로 버리며
이것의 엄마와 누나나 형이 가까이 이것의 걱정을 하며 있다가 쉬이 만나기나 했으면 좋으련만 하고 슬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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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라(修羅) : 아수라(阿修羅)는 싸우기를 좋아하는 귀신으로서 이걸 줄여서 수라(修羅)라고도 하는데 아수라왕이 제석천(帝釋天)과 싸우는 장소를 아수라장(阿修羅場)이라 하며 요즘은 큰 혼란에 빠진 장소를 일컷기도 하지요.

위 詩는 거미 가족의 붕괴에 빗대어 당시의 시대상황(1930년대)인 일제 치하에서 가족 공동체가 붕괴된 민족의 현실을 그린 詩입니다.

 

※ 백석(白石) : 1912∼1996. 평안북도 정주(定州) 출신으로 본명은 기행(夔行). ‘白石(백석)’과 ‘白奭(백석)’이라는 아호(雅號)가 있었으나, 작품에서는 거의 ‘白石(백석)’을 쓰고 있습니다.

 



Comments

  • euroasia 2013.02.21 21: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격을 갑자기 높이시니 ???

  • 하마 2013.02.21 22:4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일제강점기때 민족의애환을 詩로 승화시켰습니다....
    백석(白石)시인의 민족.... 바보같이 멋진민족입니다.:)

  • 소리 2013.02.21 22:5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머! ,,,,,,,,,,,,,,, 그러니까 ,,,,,,,,,,,,, 저도 백석을 참 좋아합니다.*^^*
    백석을 사랑했던 여인이 수절을 하고 남은 생을 (백석 납북 후 ) 홀로 지낸만큼은 아니지만,
    좋아하는 문인 중의 한 분이지요. 반가웠습니다. 고맙습니다.

    • 동문회 왜 안나오셨나요 ?

      어젠 꿤집 가서 빨았는데 지금보니 계산서가 177,000원입니다... 아휴...

    • 소리 2013.02.22 09:30 댓글주소 수정/삭제

      ㅎㅎㅎ
      주머니가 <0>이라서요.
      아니, 저 빼고 뭘 그렇게 맛난 것을 .... 흥 !

    • 소리님 반갑고 고맙습니다.
      북으로 가서 일성이 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고 하지요.
      전 고향이란 시를 참 좋아 합니다..^^

  • 에디 2013.02.22 07: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런 깊은뜻이.....
    거미라........음!
    모진 역사와 삶 속에 태어난 작품들은 항상 여러번 되새기게 만듭니다.
    잘 감상 했습니다^*^

    • 고맙습니다. 에디형님.
      미물에 견주어 우리민족을 아픔을 달랜 뜻이 깊습니다.
      저도 요즘 사소한 것들에게도 자꾸 백석처럼 되어지고 있습니다.ㅎ

  • 쏭이아빠 2013.02.22 09: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도대체 울 산적 두목님 정체가 무엇인지..?
    울 두목님을...올려다 보려니 목이 아파서 오늘은 Pass ~~~ ^.^

  • 김현정 2013.03.12 22:5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백석..의 자야는 다시 태어난다면 글쟁이가 되고프다 했답니다.. 백석을..그의 글을 사랑하는 만큼의 환생이겠지요

    • 아... 까망님...
      백석의 자야를 아시는 걸 보니 시문에 아주 많이 가까이 하시나 봅니다.
      너무 반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