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 이야기

봉이 김선달(鳳伊 金先達) 앞에 '봉이'가 붙은 이유는?

 

 

 

봉이 김선달(鳳伊 金先達)과 방랑시인 김삿갓을 헷갈려하는 이가 간혹 있는데 전혀 다른 사람이랍니다.

둘 다 조선말 등장 인물이지만 김선달은 희대의 사기꾼이고 김삿갓은 낭만 자객 시인이자 문인가이기도 하지유.

김선달은 본명이 김인홍으로 알려져 있는데 젊을 때 무과에 급제하여 선달이란 호칭을 받았다고 하는데 이도 역시 사기술로 딴 호칭입니다.

 

무과 시험장에 김선달이 등장했는데 한여름인데도 솜옷을 입고 덜덜 떨면서 나타나 감독관이 왜 이렇게 왔냐고 하니 학질에 걸렸다고 합니다. 놀란 감독관이 전염을 겁을 내어 멀리서 답을 알려 달라고 하니 돼먹지도 않은 소리로 웅얼거렸는데 이걸 듣고 그냥 대충 합격을 시킨 것입니다.

이렇게 초시 합격 이후 뇌물 공세를 하여 선달 자격증을 딴 것이구요.

 

후대에 전해지는 그의 무용담은 조금 미화된 것도 많은데 확실한 건 전문 사기꾼이란 것입니다.

서울 한양을 근거지로 한 천하의 협잡 사기꾼 김선달을 이야기할 때 앞에다 봉이(鳳伊)를 붙여 '봉이 김선달'이라고 하는데 이는 어떻게 된 연유일까요?

사기꾼 김선달의 호로 정해진 '봉이'의 내역은 다음과 같은 일화로 전해 집니다. 

 

 

 

김선달은 서울 장안을 자주 드나들었다.

어느 날에 사람들로 붐비는 장터로 구경을 나섰다.

그런데 장터 한쪽에 닭장(鷄市場)이 서 온갖 닭들이 우글댔다.

김선달이 닭장 속을 이리저리 보니까 유난히 살이 포동포동하고 털에 윤기가 흐르는 닭 한 마리가 눈에 들어왔다.

 

김 선달은 시치미를 떼고 닭장수에게 물었다.

“주인장, 이게 무슨 날짐승이오? 거참 통통한 게 보기 좋구먼.”

 

주인은 눈을 크게 뜨며 속으로 생각하였다.

'세상에 얼치기가 많다고 하더니만 이런 놈을 두고 하는 말인가 보구나. 닭도 알아보지 못한 것을 보니 꽤나 어리석은 놈인가 보다.'

주인은 김선달이 얼치기인 줄 알고 골려 먹을 셈으로 말하였다.

“이것은 봉(鳳)이오.”

 

난데없이 닭을 봉황새라고 속이는 말을 듣고 김선달이 말하였다.

“뭐, 봉이라고? 오호, 말로만 듣던 봉황새를 여기서 제대로 보게 되었구나. 그래, 그 새도 파는 것이오?”

 

“물론이오. 팔지 않을 거면 뭐하러 장터까지 가지고 나왔겠소?”

주인은 제대로 걸려들었구나 생각하였다.

 

“값은 얼마나 받을 생각이오?”

“열 냥만 내시오.”

 

닭은 한 냥씩 받고 팔고 있지만 봉은 닭보다도 훨씬 값어치가 나가기 때문에 열 곱은 더 내야 한다는 것이 주인의 주장이었다. 김 선달은 값을 깎을 생각도 하지 않고 주인이 달라는 대로 열 냥을 고스란히 건네주고 닭을 샀다.

그리고는 곧바로 관가로 달려갔다.

김선달은 관가를 지키고 있는 문지기에게 품에 안고 온 닭을 보여 주며 말하였다.

 

“내가 방금 귀한 봉황을 구해 왔는데, 이것을 사또에게 바치려고 하오. 사또께 말씀을 전해 주시오.”

김선달은 닭을 가지고 사또 앞에 서게 되었다.

그렇지만 천지개벽을 한들 닭이 봉이 될 수는 없는 일이었다.

결국 김선달은 사또를 희롱한 죄로 곤장 열 대를 맞았다. 꼼짝없이 곤장 열 대를 맞은 김선달이 눈물을 질금거리며 사또를 향해 하소연을 하였다.

“사또, 억울합니다. 저는 죄가 없습니다.”

 

“이놈이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구나. 닭을 봉이라고 속인 죄가 없다는 것이냐?”

 

“저는 그저 닭장수가 봉이라고 하기에 닭값의 열 배를 치르고 샀을 뿐입니다.”

 

사또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분명히 닭장수가 봉이라고 했단 말이냐?”

 

“예, 그렇지 않고서야 제가 왜 닭값의 열 배나 치렀겠습니까?”

 

사또는 제법 영민한 사람이어서 상황을 금방 눈치채고 닭장수를 불러들이게 하여, 물었다.

“네가 닭을 봉이라고 속여 열 냥을 받고 판 게 사실이냐?”

볼기를 맞아 얼굴에 잔뜩 독이 오른 김선달이 노려보고 있는지라 거짓말을 할 수가 없어서 닭장수는 사실대로 고하였다. 사또가 김선달에게 물었다.

“그렇다면 이제 어찌하면 좋겠느냐?”

 

김선달이 대답하였다.

“저 자가 저를 속여 공매를 열 대 맞았으니까 저도 그 대가는 받아야겠습니다. 제가 닭값의 열 배를 주고 가짜 봉을 샀듯이 저자에게 제가 맞은 곤장의 열 배인 백 대를 쳐주시던지 제가 저 자에게 준 열 냥의 열 배인 백 냥을 저에게 지불하라고 판결하여 주십시오. 그렇게 하면 모든 것이 공정할 듯싶습니다.”

 

사또가 듣고 보니 그럴듯한 이야기였다. 결국 닭장수는 거의 살아서 돌아갈 수가 없을 것이 분명하여 곤장 백 대를 대신하여, 김선달에게 백 냥을 주는 것으로 사건을 마무리하였다.

 

이 이야기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전국 각지에 퍼져 사람들은 김선달의 이름 앞에 '봉이(鳳伊)'라는 별칭을 붙여 '봉이 김선달(鳳伊 金先達)이라 부르게 되었다 한다.

그리고 이때부터 어리숙하여 무엇이나 빼앗아 먹기 좋은 사람을 농으로 말할 때 '봉 잡았다.'라는 표현을 쓰기 시작하였다.

 

 

 

 

반응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