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
2025. 3. 29.
유치환의 시 '생명의 서'와 카림 아므르(Karim Amr)의 이집트의 사막 풍경 사진
나의 지식이 독한 회의(懷疑)를 구(救)하지 못하고내 또한 삶의 애증(愛憎)을 다 짐지지 못하여병든 나무처럼 생명이 부대낄 때저 머나먼 아라비아의 사막으로 나는 가자. 거기는 한 번 뜬 백일(白日)이 불사신같이 작열(灼熱)하고일체가 모래 속에 사멸한 영겁(永劫)의 허적(虛寂)에오직 알라의 신(神)만이밤마다 고민하고 방황하는 열사(熱沙)의 끝. 그 열렬한 고독(孤獨) 가운데옷자락을 나부끼고 호올로 서면운명처럼 반드시 '나'와 대면케 될지니하여 '나'란 나의 생명이란그 원시의 본연한 자태를 다시 배우지 못하거든차라리 나는 어느 사구(沙丘)에 회한(悔恨) 없는 백골을 쪼이리라. 유치환의 시 '생명의 서(書)'입니다.조금 어렵게 읽혀지는 詩이지만 읽고 나면 시인이 추구하는 시의 느낌은 고스란히 전해지는 시...